민자사업판 최저가낙찰제 전락 우려정부가 지난해 '경쟁적 협의 절차(Competitive Dialogue)'를 도입한 것은 민간투자시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사업기간의 지연을 막기 위해서다.시설사업기본계획(RFP) 고시 또는 제3자제안공고를 거쳐 실시협약 체결까지는 일반적으로 40개월 이상이 걸린다.실제 상주영천 민자도로는 최초제안서 제출 이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데 44개월이 걸렸고 이후 실무협상 기간 24개월을 합치면 실시협약까지는 68개월이 소요됐다.제물포터널의 경우에는 우선협상자 지정까지 42개월, 협상에 35개월을 뺏겨 실시협약을 체결하는 데 77개월이라는 세월을 흘려보냈다.사업기간 지연에 따라 총사업비와 민원이 갈수록 증가하고 이에 따른 리스크도 커질 수밖에 없는 탓에 사업기간 지연은 번번이 민자사업의 발목을 잡아왔다.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면서 패스트 트랙(Fast Track)의 한 고리로 경쟁적 협의 절차를 도입했다.평가와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업을 둘러싼 쟁점을 사전에 해소할 수 있고 주무관청은 필요한 요구사항을 사업계획서에 반영할 수 있다고 정부는 강조했다.그러나 정부가 사업기간 단축만을 좇다가 자칫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협의 과정에서 주무관청이 과도한 요구수준을 제시할 경우 주무관청과 협의 참여자 간 이견으로 사업기간이 되레 장기화될 여지가 없지 않다.우여곡절 끝에 협의를 마무리한다고 하더라도 경쟁적 협의 절차 구조상 우선협상자를 최종 결정하는 단계에선 가격이 결정적인 잣대가 될 수밖에 없어 저가경쟁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세부요령에서 최종사업계획서 평가는 총 1000점을 만점으로 기술부문을 300점, 가격부문을 700점으로 가져가도록 했다.사업 특성에 따라 배점 조정이 가능하지만 문제는 기술적인 내용이 앞선 경쟁적 협의에 따라 이미 확정된 만큼 최종사업계획서 평가는 가격부문에 무게를 두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이렇게 되면 가격부문이 최종 평가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으로 커져 정량적인 평가인 가격에 따라 우선협상자가 결정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덤핑 수주의 폐해로 인해 공공건설시장에서 최저가낙찰제가 폐지된 가운데 경쟁적 협의 절차가 이른바 '민자사업판 최저가낙찰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또한 민자시장에서 저가경쟁이 확산되면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이렇게 되면 가격부문이 최종 평가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으로 커져 정량적인 평가인 가격에 따라 우선협상자가 결정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덤핑 수주의 폐해로 인해 공공건설시장에서 최저가낙찰제가 폐지된 가운데 경쟁적 협의 절차가 이른바 '민자사업판 최저가낙찰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또한 민자시장에서 저가경쟁이 확산되면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조금씩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는 민자시장에 다시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쟁적 협의 절차를 도입한 선진국들은 사업기간 단축이 아닌 복잡한 계약에 대한 최적의 대안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경쟁적 협의 절차를 사업기간 단축과 가격경쟁에만 중점을 둘 경우 결국 시장에 연착륙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남기자k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