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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투자사업을 둘러싼 두 얼굴의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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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836회 작성일 16-09-0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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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사업 활성화 외치면서 기존 사업은 일방적 재구조화 추진…법·제도 일관성·투명성 저해

민간투자사업을 둘러싼 정부의 이중적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갈수록 축소되는 SOC(사회기반시설) 예산의 빈자리를 민자로 메우기 위해 신규 사업에는 열을 올리고 있는 반면 기존 사업에 대해서는 사업시행자와 협의 없이도 일방적으로 재구조화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고치려는 모습이다. 민자시장에 신뢰를 주기는커녕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재정지출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이유 등으로 SOC 예산을 줄이는 대신 민자사업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지속 추진 중이다.

지난해 도입한 위험분담형(BTO-rs)과 손익공유형(BTO-a) 등 새로운 사업방식을 적극 활용하고 임대형 민자사업(BTL)에 대한 민간제안을 통해 신규 사업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신규로 민간제안이 이뤄진 사업에 대해선 타당성을 확보할 경우 본격 사업에 착수하도록 하고, 앞서 추진 중인 사업도 조기에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이행점검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민자사업 활성화 방안은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실제 지난해 도입한 새로운 사업방식의 경우 현재까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나선 사업은 국가폐수종말처리시설 동부권역·서부권역 등 단 2건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민간제안이 아닌 정부고시사업으로 일선 주무관청에선 새로운 사업방식에 따른 재정 부담을 '제2의 최소운영수입보장(MRG)'으로 인식해 민간의 제안을 꺼리고 있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사정이 더욱 심각한 것은 주무관청과 사업시행자가 상호 합의를 거쳐 실시하도록 하고 있는 기존 사업의 재구조화를 사업시행자와 협의가 결렬되더라도 주무관청이 강제적으로 재구조화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민간투자법에는 시설의 상황 변경이나 효율적 운영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시설을 처분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는데 사업재구조화를 공익처분으로 간주해 일방적으로 재구조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민간투자사업 기본계획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민간투자법에도 공익처분에 대한 근거가 있다"며 "공익처분의 한 유형으로 재구조화가 가능한 만큼 관련 내용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정부의 강제적인 사업재구조화 추진은 법과 제도의 일관성과 투명성을 저해하고 신규 민간투자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면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주무관청과 사업시행자가 체결한 실시협약은 엄연한 계약인데 정부가 아무런 합의 없이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부정하고 계약을 변경한다는 것은 민간투자 관련 법·제도의 치명적인 모순과 맹점이 될 수 있는 지적이다.

박용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산업정책연구실장은 "신규 민자사업을 활성화한다면서 기존 사업에 대해선 말도 안되는 규제를 만드는 셈"이라며 "이런 메시지들이 법·제도의 일관성과 투명성을 훼손해 결국 민간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경제 박경남기자 k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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