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비 넘긴 입찰담합 손해배상 소송전…진짜 문제는 손해배상액 감정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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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25회 작성일 16-09-12 10:32본문
법원이 금전채권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둘러싼 논란에서 건설사 손을 들어주면서 입찰담합에 따른 발주기관의 손해배상 소송전이 한 고비를 넘겼다.
발주기관이 금전채권 소멸시효에 대한 고려 없이 무분별하게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경우 소송이 성립되지 않는 쪽으로 일단락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금전채권 소멸시효가 지난 손해배상 소송이 소수에 불과해 건설사들은 거액의 과징금에 이은 손해배상액 이중 청구 부담에 여전히 시달릴 수밖에 형편이다.
금전채권 소멸시효에 문제가 없을 경우 법원이 발주기관의 손해배상을 그대로 인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더 큰 문제는 건설업에 대한 손해배상액 감정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서울지하철 7호선 인천구간 건설공사 입찰담합과 관련해 인천시가 건설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인정한 손해배상액은 634억원에 달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 66억원의 무려 10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손해배상액이 나온 것은 건설업의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손해배상액 감정평가 방법 탓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지하철 7호선 인천구간의 손해배상액 감정평가를 들여다보면 계약 체결 당시 705공구와 706공구는 각각 85.9%, 87.4%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인천시는 감정평가에서 705공구와 706공구의 가상 경쟁낙찰률을 인천도시철도 2호선 206공구 66.0%의 낙찰률로 추정해 634억원의 손해배상액을 청구했다.
현장마다 여건이 크게 다른 건설업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계량경제학 측면에서 단순하게 접근한 결과다.
특히 입찰담합이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를 가정하는 가상 경쟁낙찰률을 덤핑 낙찰 수준에 비교하면서 터무니 없이 많은 손해배상액을 산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공정위로부터 부과 받은 과징금에 부당이득으로 보는 부분이 포함된 상황에서 건설업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손해배상액 감정평가로 건설사들은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건설업에 맞는 손해배상액 감정평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건설공사는 제조업과 달리 현장마다 낙찰률이 다르고 원가율의 차이도 크다.
이런 가운데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 경쟁낙찰률을 추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정 수준의 가상 경쟁낙찰률 추정이 손해배상액 산정의 관건이지만 지금의 감정평가는 최저 낙찰률을 대입해 손해배상액 규모를 부풀리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손해배상액 규모가 공정위의 과징금 규모를 훨씬 웃돌고 있는 이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유 시장과 라면시장이 다른 것처럼 건설업은 입찰별로 시장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며 "시장이 엄연히 다른 데도 가상 경쟁낙찰률을 가장 낮은 수준의 낙찰률로 적용하면서 과도한 손해배상액이 산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당이득 챙기기 힘든 건설업의 구조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손해배상액 감정평가 방법을 서둘러 손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설경제 박경남기자 k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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