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시공책임형 CM 시범사업을 위한 제언
페이지 정보
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27회 작성일 16-10-06 09:25본문
박상혁(한미글로벌 건설전략연구소 소장)
발주제도 혁신을 위한 국토교통부의 시범사업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관심이 가는 것은 역시 시공책임형 CM 시범사업이다. 시공책임형 CM은 설계와 시공 간 연계성을 높이고 생산체계를 효율화하기 위한 방향으로 추진되며, 이를 통한 건설산업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제고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건설산업기본법은 시공책임형 CM을 “종합건설업자가 시공 전(前) 단계에서 사업관리 계약을 맺고 별도의 시공계약을 통해 책임지고 공사를 수행”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결국 설계 완성도를 높여 시공성을 제고하고 발주자의 요구 조건을 설계에 제대로 반영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기존 발주 방식보다는 분명 시공 전 단계의 역량을 중요시하는 발주 방식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건설산업 선진화를 목표로 하는 정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범사업은 시공책임형 CM이 가지고 있는 원래의 제도적 의미를 고려하지 않고 서둘러 추진하다 보니 시범사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사전준비의 필요성이 드러나고 있다. 성공적인 시공책임형 CM 시범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몇 가지를 살펴보자.
첫째, 시공책임형 CM은 전문적인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 기반(fee-based)의 발주 방식으로 종합건설업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시공책임형 CM사업의 참여자는 시공 이전 단계 서비스에 대한 용역비를 받고 시공 단계에서는 적정 이윤을 획득한다. 공사비는 수행하는 프로젝트에 적정하게 투입된다. 그런데 국토부에서 설명하고 있는 사업자의 자격은 종합건설업자로 한정하고 있다. 이는 건설면허 체계와 연관되어 있지만 실상은 건설사업을 수행하면서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감소시키기 위해 재무적 능력이 있는 종합건설업자를 대상으로 사업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임시 방편이다. 시공책임형 CM 사업의 성공은 시공 이전 단계의 전문적인 서비스 수행능력에 달려 있다. 따라서 제대로 된 시범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역량을 가진 기업이 균등한 기회를 보장받음으로써 사업의 효율을 높이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둘째, 시공책임형 CM 발주 방식은 특성상 많은 분쟁 요소를 가지고 있어 사업자 선정에 있어 합의와 신뢰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현재 선정 기준은 사업관리계획과 시공계획을 포함하여 차별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보면 평가항목이 전략, 계획, 제안의 형태를 갖추고 있어 대부분 실적보다는 방안을 평가하게 되어 있다. 평가 방식도 위원회를 구성하여 심의하고, 사업수행 경험을 평가하기 위한 변별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정성적으로 사업수행자가 결정되는 구조이다. 시공 이전 단계의 전문적인 서비스 경험이 중요하게 평가받아야 하는 시공책임형 CM 사업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반적인 방법으로 건설사업관리 및 시공계획 역량을 방안으로만 평가하게 되는 것이다. 다양한 건설참여 주체의 조정자 역할을 사업관리 역량으로 판단하고 평가하는 미국과 달리 기존 발주제도의 평가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시공책임형 CM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법과 도구(tool)를 사용해야 운영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시공 이전 단계는 선행 단계로 갈수록 정보가 부족하다. 부족한 정보를 통해 사업 추진 방향을 예상하고 사전에 정보를 검토하기 위해 사업에 대한 참여 주체들의 이해, 업데이트된 동일한 도면 활용, 그리고 철저한 원가 분석이 필요하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파트너링(partnering), 프로세스 맵핑(process mapping), 풀플래닝(pull planning), 디지털 목업(digital mockup) 등을 수행하고 있고 하도급 선정도 매우 중요시 한다. 그래서 평가 항목 중 ‘사업관리계획’에 아직은 상세 평가 내용이 나와 있지는 않지만 사업관리 수행능력에서 이런 다양한 기법과 도구의 활용 가능성은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새로운 발주 방식을 적용할 때 용어의 정의는 중요하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시공책임형 CM은 시공을 책임진다는 의미에서 기존 CM At Risk에서 강조하는 시공 이전 단계의 역량을 의미하기에는 거리가 있다. 차라리 용역형 CM과 반대 의미로 책임형 CM이라고 하든가 아니면 미국처럼 설계 단계에서는 건설사업관리자의 역할을 하고 시공 단계에서는 종합건설업자의 역할을 한다는 의미에서 CM/GC라고 해도 좋다. 또는 종합건설업자가 건설사업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애서 GC/CM이라고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한국 건설산업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한국형 시공책임형 CM 제도는 최소한 발주 방식이 가지고 있는 철학과 이를 적용하는 국가의 상황을 이해하고 반영해야 그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다. 귤이 회남에서 나면 귤이 되지만, 회북에서 나면 탱자가 된다는 귤화위지(橘化爲枳)의 고사를 참고 삼아 건설산업 발전을 위한 시공책임형 CM 시범사업이 우리 환경에 적합한 발주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