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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韓공동도급제 해법, 日에서 배운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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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844회 작성일 16-09-08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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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JV 대해부…한국과 차이점은 무엇인가

日 '리딩컴퍼니 육성'…韓 '대중소 동반성장' 출발

'닮은꼴'제도…수주여건ㆍ적정공사비 보장은 달랐다

 지난 30여년간 국내 건설산업을 지탱해왔던 공동도급시장에 크고 작은 균열이 생기고 있다.

공사원가 분담금이나 공통비 등을 둘러싼 갈등과 분쟁이 최고조에 달해 온갖 각서와 소송장이 난무하고 있다.

수십년간 이어왔던 건설사끼리의 파트너십도 깨지기 일보직전, 대중소 건설사 간 동반성장이라는 공동도급제도의 취지도 갈수록 무색해지고 있다.

건설업계는 물론 정부와 학계도 위태로운 공동도급시장의 정상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딱히 실효성 있는 방안은 찾지 못하고 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나 할까. 우리네 공동도급과 매우 흡사한 제도가 바다 건너 일본에도 있다.

일본 공공건설시장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JV(조인트벤처)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 60여년간 온갖 부침을 다 겪은 일본의 JV는 어느덧 완숙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양국 간 건설시장의 특수성과 차별적인 문화를 감안하더라도, 일본의 JV는 혼란스러운 국내 공동도급시장을 정상화하는 데 도움을 줄 본보기로는 손색이 없어 보인다.

특히 일본 건설업계는 이미 우리보다 한 발 먼저 저성장, 초고령화시대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JV를 통해 취사선택할 수 있는 범위와 시기도 적절하다.

공동도급의 미래상 정립이 절실한 이때, 한 발 앞서 도입과 성장, 그리고 부침과 완숙의 과정을 겪은 일본 JV를 ‘지도’삼아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보자.

日 조인트벤처(JV) 도입배경>

자국 영세건설사에 기회…가지마건설 등 급성장

1950년 전후 복구ㆍ인프라 확충 위해 도입

복수의 건설사가 하나의 공사를 수행하는 JV(조인트벤처)가 일본 건설시장에 정착한 것은 지난 194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은 패전 직후 복구 사업을 위해 인프라 확충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었고 무엇보다 전기, 즉 발전사업이 시급했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수력발전소를 포함한 대규모 다목적댐 건설계획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나섰다.

하지만 그 당시 일본 내에는 수력발전을 포함, 일정 규모 이상의 다목적댐을 건설할 수 있는 건설사는 전무했다. 기술자나 자재, 장비도 턱없이 부족했다. 비단 댐 건설뿐 아니라 항만과 교량 등을 복구하고 새로 건설하는 데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바로 JV였다. 일본 내 건설사끼리 JV를 구성하는 것은 물론, 외국 건설사와 JV를 구성해 대형공사를 수행하는 것도 적극 권장했다.

특히 1950년대는 미군이 발주하는 건설공사 물량이 풍부했기 때문에 미국 본토 건설사들이 대거 일본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가지마건설이 미국 모리슨사와 JV 수주를 통해 일본을 대표하는 건설사로 급성장한 일화는 이미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이처럼 일본 정부는 전후 복구 및 인프라 확충과 더불어 건설시장을 이끌어갈 리딩 컴퍼니를 키우겠다는 또하나의 목적을 두고 JV를 도입, 추진했다. 선진 건설기술과 시공 및 관리 노하우를 가장 빨리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인 JV를 통해 영세하고 열악했던 자국 건설사들에 새로운 기회를 부여했던 것이다.

실제 30∼40년 후 가지마건설을 포함, 오바야시 등 ‘수퍼제네콘’으로 불리며 일본을 넘어 세계를 호령하는 건설사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JV가 있었다.

발주자나 건설사 로비에 열 올리는 페이퍼컴퍼니 등장, 강력한 퇴출책 병행

1950년대 JV 도입 이후 1970년대까지, 일본 정부가 의도했던 바와 같이 리딩컴퍼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풍부한 내수물량 공급을 바탕으로 건설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전후 복구사업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부터는 미국 등 외국 건설사들이 빠져나갔고 JV시장은 오롯이 일본 내 건설사들의 무대가 됐다. 또 자연스럽게 중견 이하 중소건설사들도 JV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결과론적 이야기지만, 일본 정부는 이때가 일종의 전환점이라고 설명했다. JV의 취지와 목적이 리딩컴퍼니 육성에서 대중소 건설사들의 동반성장으로 전환됐다는 뜻이다.

하지만 관련 제도는 미비했고, 70년대 후반부터 부작용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노력하지 않고 JV를 통해 수주만 하려는 소위 ‘페이퍼컴퍼니’의 등장이었다. 기술개발이나 투자보다는 발주자나 규모 있는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로비에만 열을 올리는 업체들이 급증하게 된 것이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50∼60년대 전국 5만여개 정도였던 건설업체 수가 70년대 말∼80년대 초에는 무려 30만개까지, 6배나 증가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최소 절반은 수주를 해도 시공에 참여하지 않은 부실, 불성실 업체였다. 그 결과 각종 부정부패는 물론, 부실공사와 안전사고 등의 문제점이 잇따랐다. 뿐만 아니라 JV 내 구성원사끼리의 갈등과 분쟁도 끊이지 않았다.

일본 정부도 결국 칼을 빼들었다. 지난 1987년, 정부가 제시하는 JV의 ‘가이드라인’이라 할 수 있는 ‘공동기업체 운용준칙’을 제정, 시행에 들어갔다. 동시에 페이퍼컴퍼니 퇴출을 위한 강력한 제재조치를 마련, 시행했다.

이어 1994년에는 JV의 범위를 축소했다. 그 이전에는 중앙정부 등 국가기관이 발주하는 건설공사에 한해 2억엔 이상 5개사까지 JV가 허용됐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5억엔 이상 2∼3개사로 줄였다. 구성원사의 최소 지분율도 5∼10%에서 20%로 늘렸다. 실질적인 시공참여와 기술이전을 위한 조치로,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아베노믹스 효과…완숙 단계 접어든 '日 JV시장'

'잃어버린 20년' 경기불황으로 위기 겪었지만

풍부한 물량+수익성 뒷받…相生 체계 구축



1990년대 후반부터 약 20년간, 최악의 경제불황이 일본 전역을 덮치면서 건설산업은 물론 JV시장에도 다시금 큰 위기가 찾아왔다. 수많은 중소건설사들이 도산하고 공사가 중단되는 현장이 속출하면서 JV 구성원사 간 갈등이 심화됐다. 뿐만 아니라 공사비 부족 문제로 인한 적자시공 현장이 늘면서 발주자와의 분쟁도 끊이지 않았다.

결정적 반전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부터 시작됐다. 중앙정부는 물론 각 지방정부와 민간까지, 대대적인 복구사업에 나서면서 공사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아베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 정책이 더해져 적정 공사비를 보장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JV는 완숙단계에 접어들게 됐다.

일본 정부는 물론, 업계도 대지진 이후 JV시장에서는 각종 갈등 및 분쟁사례가 자취를 감췄다고 입을 모은다. 극히 일부 모럴해저드로 인한 부실공사 등의 문제를 제외하면, JV는 또한번 일본 건설산업의 발전을 위한 견인차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완숙 단계에 접어든 일본 JV는 과거 리딩컴퍼니 등장을 지원했듯, 지역중소건설사들의 성장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때문에 중앙정부 등 국가기관이 발주하는 공사보다는 지방정부 및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사에 JV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실제 일본 국토성이 지난해 집행한 약 3000건의 공사 중 JV 수주사례는 단 16건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방발주는 전체공사의 90% 이상이 JV방식으로 집행되며, 지역중소업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엔 JV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그렇다고 중앙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끊임없는 입찰제도 개선으로 낙찰률을 상향조정했고, 적산기준 개선을 통해 적정 공사비 보장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또 건실한 중소건설사들의 성장을 지원하고자 페이퍼컴퍼니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력한 퇴출운동을 벌이고 있다.

日 JV-韓 공동도급, 공통점과 차이점

<日 JV>중소사 성장판 역할 '톡톡' vs 수익성 악화로 상생 '균열'<韓 공동도급>



역사적 배경은 논외로 하더라도, 한ㆍ일 양국의 건설산업은 여러가지로 닮은 점이 많다. 특히 업종구분을 비롯한 관련 법, 제도는 매우 유사하다. 공동도급 역시 제도 자체나 운영현황을 보면 일본의 JV와 ‘데칼코마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출발이 달랐다. 일본은 자국 내 대형건설사, 즉 리딩컴퍼니를 키우기 위해 JV를 도입했다. 이런 이유로 일본 JV시장에서는 대표사 혹은 주간사를 스폰서(Sponsor)라 부른다. 반면 우리나라는 시장을 주도하는 대형사들이 이미 존재하는 가운데 지역 및 중소건설사들의 동반성장을 위해 공동도급을 제도화했고 확대해왔다.

물론, JV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일본 역시 중소업체들의 성장 지원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때문에 일본 역시 도, 현 등 지방 발주기관은 거의 모든 공사에 지역의무 JV를 적용하고 있다. 중앙정부 등 공공기관 입찰에서도 JV 수주에 대한 제약은 거의 없지만 사실상 거의 모든 입찰자들이 단독으로 참여하고 있다.

공동도급과 JV는 그 제도ㆍ정책적 기반과 정부의 관리체계도 유사하다. 일본에 공동기업체 운영준칙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공동도급 운영요령을 통해 업계를 지원하고 있다. 강제적이거나 처벌 또는 제재가 따르는 규정이 아니라 업체들끼리 자율적으로 공사를 수행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역할만 한다.

준칙과 요령의 세부내용에 차이는 있다. 구성원사 간 자율적 협약(협정)에 의한 것은 동일하지만 일본의 경우 낙찰 후 분야별 위원회를 구성해 공사를 수행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JV 내에서 운영위원회와 시공위원회, 감사위원 등 구성원사 모두가 참여해 협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모든 JV가 이를 준용하는 것은 아니며 불이행 시에도 제재를 받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JV 방식으로 공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하자 등 문제점이 발생했을 때, 위원회를 통한 협의와 의사결정은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JV 시공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발주기관과 대표사가 해결방법을 논의하는 게 기본이지만 각 위원회의 결정사항도 첨부토록 하는 식이다.

그러나 JV 또는 공동수급체를 구성하는 절차나 방식에는 양국 간 조금의 차이도 발견하기 어렵다. 투찰률이나 지분율 등 낙찰 이전까지는 사실상 모든 권한을 대표사, 혹은 스폰서가 갖는다. 구성원사를 선택하는 것도 공통된 절차나 규정은 따로 없고, 과거의 경험이나 시장의 평판, 해당업체의 신뢰성이나 신용도 등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결국 차이점은 JV 또는 공동도급을 둘러싼 수주여건이나 시장분위기에서 두드러진다. 한국의 공동도급시장은 극심한 수주난과 더불어 공사비 부족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반면, 일본 JV시장은 풍부한 물량과 적정 공사비를 바탕으로 지역 및 중소건설사들에 디딤돌이 되고 있다.

인터뷰> 미우라 이쑤히로 日국토교통성 토지ㆍ건설산업국 건설업과 입찰제도기획지도실장(*사진)

"정부, 규제 만들기 보다 업계 자율성 보장"

신규 공사물량 발굴 등 후방지원에 주력

일본 정부는 JV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보다는 스폰서 및 구성원사들의 활발한 수주활동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율적 협정(협약)에 의한 공동도급에 규제를 가하는 식의 강제성은 오히려 민간 건설사들을 제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우라 국토성 입찰제도기획실장은 “모든 공사마다 사업내용이나 공종은 물론, 현장여건이 상이하기 때문에 JV 방식이나 운영을 고정된 제도로 일원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발주자는 업계가 안정적인 수주여건 조성을 위해 신규 공사물량을 발굴하고 적정 공사비를 보장하는 등 후방지원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JV 내 지분율이나 투찰률 등 핵심사항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자율에 맡기고 있다.

또 JV 내 업체들끼리 갈등이나 분쟁이 벌어졌을 때도, 부실공사나 안전사고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JV 내 합의에 맡기고 있다.

따라서 일본 JV시장이 완숙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제도나 규제로 인한 것보다는 동일본 대지진 후 복구공사 등 사업물량 증가와 적정 공사비가 보장되는 수주환경 변화에 기인한 부분이 크다.

일본 정부는 최근 ‘아베 노믹스’로 불리는 대규모 경기부양 정책에 따라 입찰제도를 개선, 2000년대 초반 80%선에도 못 미쳤던 건설공사 낙찰률을 평균 90%선으로 끌어올렸다.

또 우리나라 실적공사비 또는 표준시장단가와 비견되는 공사 적산기준을 대폭 상향조정해 업계의 수익성 확보를 지원했다.

물론, 일본 정부도 전반적인 시장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데는 직ㆍ간접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JV 구성원사로 이름만 걸어 수수료만 챙기는 식으로 영업활동을 이어가는 페이퍼컴퍼니를 색출하려는 노력이 대표적이다.

미우라 실장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JV시장의 페이퍼컴퍼니 문제가 심각했고 그에 따른 부작용도 빈번했다”며 “그러나 강력한 부실업체 퇴출제도를 도입, 시행하면서부터 JV시장이 다시금 정화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발주 공사에 한해 JV 구성원사 수를 축소하고 최소지분율을 20%로까지 확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면서도 지방 발주 공사의 경우에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보다 많은 지역업체, 보다 높은 비율의 참여를 권장하며 이원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우라 실장은 “양국의 건설시장 여건과 업계 사정이 다르긴 하지만 한국의 공동도급시장이 보다 성숙해지려면 스폰서(대표사)가 무거운 책임감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일본에서 현재 내로라하는 리딩컴퍼니라 하더라도, 지난 50∼60년대에는 사실상 구성원사에 불과했고 JV를 통해 참여해 기술 및 시공ㆍ관리ㆍ운영 능력을 전수받아 성장했기 때문에 후발주자들의 성장기반을 조성해야 할 책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우라 실장은 “과거 JV가 리딩컴퍼니 배출에 목적이 있었다면 완숙기에 접어든 JV는 중소, 지역사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며 “일본 정부는 앞으로 이를 위해 지속적인 페이퍼컴퍼니 색출 노력과 더불어, 스폰서의 책임 하에 견실한 중소, 지역사들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시장여건을 조성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설경제 봉승권기자 sk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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