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채찬 공정거래위원장 인터뷰] 원사업자·수급사업자는 수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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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870회 작성일 16-11-02 09:43본문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건강한 기업생태계 조성하겠다
'건강한 기업생태계 조성'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공정위의 수장으로 첫 발을 내딛으면서 내걸었던 구호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하도급 분야에선 부당 단가인하, 기술유용 등 고질적인 불공정 관행들이 우리 건설산업의 한켠에 자리잡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수급사업자들은 불공정 관행을 공정위에 신고하고 싶어도 신고 사실이 노출될 경우 거래단절 등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피해를 감내하기 일쑤였고 이는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금도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간 불공정 관행이 완전히 뿌리뽑혔다고 볼 순 없지만 눈에 띄게 사라지고 있고 보다 높은 수준의 상생협력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실제 지난 2005년 66.8점에 불과했던 하도급거래 상황 개선 정도는 작년 들어 73.5점으로 뛰었다.
하도급대금을 제때 받지 못한 수급사업자들은 공정위의 적극적인 역할에 힘입어 대금을 받아 꽉 막혔던 자금줄에 숨통이 트였고 기술보호·인력 등 수급사업자에 대한 원사업자의 지원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정 위원장은 건설산업의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를 수레바퀴에 빗댔다.
그는 "건설산업의 발전은 건설업계의 양대축인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수레바퀴처럼 협력해 서로의 역할을 다할 때 가능하다"며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처럼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서로 동반자로 인식하고 협력하는 문화가 뿌리내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도 벌써 10월 중순에 접어들었다. 올 한 해 건설산업 하도급거래 관행 개선을 위해 역점적으로 추진한 정책은
- 중소기업들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손꼽고 있는 하도급대금 미지급 관련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건설업종 대상 직권조사를 강화하는 한편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들이 안심하고 불공정 행위를 신고·제보할 수 있도록 익명제보시스템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들이 하도급 대금을 빠른 시일 내에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신속한 피해구제를 위해 '자진시정 면책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분쟁 조정이 성립되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부여하기 위해 하도급법 개정안을 마련해 연말까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 관행이 조금씩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얘기가 많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차기 정산, 하자 보수 등을 명목으로 하도급대금의 일부를 지급하지 않는 유보금 조사를 실시했는데
- 하도급거래에서 중소기업이 가장 절실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대금을 적기에 제대로 받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서면실태조사 결과와 올해 초 실시한 중소건설업체 간담회 내용을 보면 차기 공사 대금 지급 때 정산한다는 이유로 일부 대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하도급업체들이 하자이행보증서를 제출했는데도 원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유보금을 설정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호소가 잇따랐다.
이에 올 3월부터 6월까지 법위반 혐의가 있는 전국의 23개 주요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유보금 등 하도급 대금 관련 불공정 행위 등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약 31억원에 달하는 법위반금액을 적발해 사안이 경미한 업체는 경고 처분하고, 자진시정하지 않거나 과거 법위반전력, 피해 수급사업자의 수가 많은 경우 등 사안이 중대한 업체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를 실시해 조만간 조치 완료할 계획이다.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정위의 조사만으로는 한계가 있지 않나
-거래당사자인 중소기업의 적극적인 노력 없이는 불공정 하도급 거래 관행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어도 거래단절 등 보복이 두려워 공정위에 신고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런 점을 고려해 작년 3월부터 익명제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8월 말까지 611건의 익명제보가 들어왔고 이를 토대로 111억원의 미지급 대금을 지급 조치하는 등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도급법을 위반한 원사업자에 대한 처벌보다 더 중요한 것은 피해 수급사업자의 피해를 신속히 구제하는 것 아닌가
- 하도급업체의 신속한 피해구제를 위해 분쟁조정 대상 기업을 확대하고, 자진시정 면책제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분쟁조정의 경우 건설업종은 '원사업자의 시공능력평가액 순위가 50위미만'인 경우 분쟁조정 대상이었으나 작년 10월부터 '원사업자의 매출액이 1조5000억원 미만'인 경우로 분쟁조정 대상이 확대됐다.
올해는 조정조서에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부여되도록 하도급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하도급업체가 피해 구제를 받는 데 소요되는 기간이 이전 2년 이상에서 60일 이내로 대폭 단축되고 분쟁조정 결과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강제집행이 가능해져 실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일부 과징금 산정이 불합리해 과징금 부과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최근 과징금 고시를 개정한 배경과 내용은
- 하도급법 위반 행위의 대부분이 '단순 계약·채무 불이행 또는 불완전이행'에 해당되는 행위이어서 과징금을 부과하는 사례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과징금 부과건수가 2배 이상 증가했고 현행 과징금 부과기준을 따를 경우 일부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과징금 산정방식을 '하도급대금의 2배'에 먼저 '법위반금액 비율'을 곱하고, 그 다음 '부과율'을 곱해 산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간 상생협력을 위한 공정위의 노력은
- 대기업이 스스로 중소기업과 상생협력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협약제도 도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이 제도 도입을 통해 단순히 대기업이 협력업체를 지원하는 것을 넘어서, 실질적으로 협력업체와 대기업이 상생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올해 초 협약 이행평가 기준 개정을 통해 '협약 이행을 통한 효율성 증대 정도'를 평가 요소에 추가해 공정거래협약이 우리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보다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건설업종의 경우 2015년 동반성장지수 평가 결과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올해는 결과가 작년에 미치지 못했다. 내년에는 상생협력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업계의 노력을 부탁한다.
△마지막으로 건설인에게 희망과 격려의 메시지를 부탁하자면
- 우리 경제가 점점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는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누적된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특히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관행과 이에 따른 중소기업의 경쟁력 약화는 우리 경제 뿌리를 약하게 만드는 주된 요인인 만큼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공정위가 시장경제의 파수꾼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법과 원칙에 충실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시장에 영향이 큰 분야의 거래질서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
건설경제 박경남기자 k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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