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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주로칼럼] 공멸이냐 상생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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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286회 작성일 25-01-1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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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한형용 기자] 건설업계와 레미콘업계가 2025년 2월부터 적용할 레미콘 단가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시작된 협상은 2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 평행선이다. 이 과정에서 ‘레미콘 공급 중단’이라는 파트너십을 흔드는 언급까지 나오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6일 열린 수도권 레미콘 단가협상 제5차 회의는 20여분 만에 파행으로 끝났다. 사실 단가는 기업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그렇더라도 파행은 피해야 할 최악수다.

레미콘업계는 현재 전기요금ㆍ인건비ㆍ운반비 상승 등을 이유로 1㎥당 9만3700원(수도권 기준) 수준인 현재 단가에서 3000원(3.2%) 인상을 요구한다. 반면 건설업계는 유연탄 가격 하락에 따른 시멘트 가격 인하 가능성을 근거로 5500원(5.8%)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 차이는 8500원에 달한다.

건설업계의 고민은 깊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시작된 금리와 원자잿값 상승은 건설업계 전반에 수익성 악화를 초래했다.

껑충 뛴 공사비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시공능력평가액 상위 기업 중 3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10개사의 지난해 1∼3분기 평균 매출 원가율은 90.5%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p 상승했다.

매출 원가율이 높아지면서 전반적인 경영실적은 하락하고 있다. 급기야 아파트 브랜드 ‘파밀리에’로 알려진 신동아건설은 최근 서울회생법원 제3부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업계는 ‘도미노 부실’을 우려한다.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원자잿값 상승으로 이어질 원ㆍ달러 환율은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2024년 11월6일(현지시간) 약 7개월 만에 1400원을 돌파했다. 이후 계엄ㆍ탄핵 정국까지 맞물리며 원ㆍ달러 환율은 1500원대에 근접했다. 앞으로 ‘킹달러’가 고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1월 ‘트럼프 2기 정책에 따른 국내외 건설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철강 등 일부 수입 품목의 원가 상승과 국내 산업 전반의 수입 물가 상승으로 한국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놨다. ‘환율 상승→원자재 가격 상승→건설공사비 상승’의 악순환은 불보듯 뻔하다.

주택경기 부진과 전년 대비 3.6% 감소한 25조5000억원으로 책정된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도 건설 경기 회복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실제 경영난으로 폐업한 건설사는 지난해 12월16일 기준 3387곳(종합 586곳, 전문 2601곳)으로 2년 연속 3000곳을 넘어섰다.

10대 건설사에도 한파가 몰아쳤다. 10곳 중 8곳의 대표이사가 교체됐고, 건설현장이 줄어들면서 고강도 구조조정에 내몰렸다.

건설업계의 위기 상황은 레미콘업계에도 피할 수 없는 악재다. 공멸을 향한 헤어짐을 결심할 게 아니라면 긴 안목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상생의 묘책을 찾는 게 옳다. 레미콘업계는 건설경기 침체라는 특수한 상황을, 건설업계는 레미콘 원가 상승 요인을 고려한 적정 타협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형용 기자 je8day@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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