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성장 엔진 꺼진 K-건설] 4부 (3) ‘설계산업=용역’ 인식 개선 시급…“적정 대가 제도적 기반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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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278회 작성일 25-01-09 10:22본문
독일, 9단계 걸쳐 건축설계비 지급
난이도별 대가 영역도 5단계 분류
설계변경땐 실비정산방식 추가 지급
[대한경제=안재민 기자] 건축ㆍ토목 설계업계가 낮은 대가에 어려움을 겪는 근본적 원인으로는 설계 산업을 바라보는 발주기관의 시각이 꼽힌다. 건축ㆍ토목 설계산업이 한층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 산업을 이른바 ‘용역’으로 낮잡아보는 정부와 발주처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독일의 설계 대가에 관한 법, 즉 ‘HOAI’에 따르면 건축 설계비는 총 9단계에 걸쳐 지급한다. 이 법안은 건축뿐만 아니라 도시개발계획, 조경, 실내건축, 옥외시설, 엔지니어링 구조물, 교통시설, 구조계획, 기술 장비 시스템 영역 등 한국의 토목 엔지니어링 영역에도 적용된다.
법안을 살펴보면 독일은 기초 조사부터 계획설계, 기본설계, 허가설계, 실시설계, 발주 준비, 발주 시 협력, 현장 감독 및 문서화, 건축물 관리 등 단계별로 설계비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또 설계의 난이도에 따라 설계대가 영역도 총 5단계에 걸쳐 나누고 있다.
이 법안을 그대로 적용하면 국내의 건축 설계비는 현재의 1.5배 수준까지 오른다. 이 역시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 △설계 변경 △설계 변경 따른 사업 기간 연장 △공사비 상승 등 여러 변수를 제외했을 때 나오는 수치다.
독일은 발주처가 설계 변경을 요청할 경우 실비 정산 방식으로 설계비를 추가 지급한다. 건축ㆍ토목 설계업체들에 무상으로 설계 변경을 요구하는 국내 공공 발주처들의 태도를 고려하면 이상향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독일 역시 하루아침에 이 같은 법안을 만든 것은 아니다. 독일의 경우 건축사협회와 엔지니어협회가 합동으로 설계 대가에 관한 법안을 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축설계업계 관계자는 "건축 설계의 품질을 높이고 건축사들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뒷받침된 결과”라며 “한국도 민간부문 건축사 업무대가를 정상화해 설계의 질을 향상시키고 건축사들이 적절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건축계에서는 민간 대가 기준을 마련하는 ‘건축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고, 엔지니어링업계 역시 대가 기준을 기존의 공사비 요율방식에서 실비정액가산방식으로 바꾸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런 업계의 대가 현실화 시도가 법제화를 통해 결실을 얻도록 노력하는 동시에 발주처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는 게 관련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발주처들은 건축ㆍ토목 설계를 발주할 때 ‘용역’ 명칭을 붙인다”며 “업체를 대할 때에도 건축사와 토목 엔지니어들의 업무를 존중하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불러서 대가 없이 추가 업무를 주고는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로젝트 진행 중이나 준공 이후에도 문제가 생기면 설계사들에 책임을 떠넘기고는 한다”며 “진정으로 설계사들에 책임을 지우고 싶다면, 선진국인 독일과 같이 건축사ㆍ엔지니어들의 설계 전문성을 존중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재민 기자 jmahn@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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