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성장 엔진 꺼진 K-건설] 1부 (3)‘관리’에서 ‘육성’산업으로 전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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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285회 작성일 25-01-07 15:13본문
원전건설 강국 韓, 탈원전 '옥에 티'
근시안적 정책 국가대표 기술 실종
中은 정부 차원 육성, 획기적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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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최지희 기자] 한국 건설의 성장동력이 약화된 데는 정부의 R&D 지원 대상에서 건설이 소외된 점도 한몫한다. 규제를 통해 관리하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도모할 육성 정책은 부재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대표적 사례로 ‘원전’을 꼽는다.
한국 원전 기술이 기술독립국으로 진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의 일관된 기술정책이 있었다. 1979년 이후 3개의 큰 원전 사고에도 정부의 원전기술 독립 정책은 흔들리지 않았다. 원전기술의 원조국 미국과 기술 강국 독일이 원전 건설을 중단 혹은 소극적으로 추진했던 것과는 대조된다. 덕분에 1986년 40%에 불과했던 한국원전기술의 기술자립도는 2009년 UAE 바카라원전 4기 수주를 기점으로 100%를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다시 K-원전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7년 6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제2회 기조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원전 포기’를 선언하며, 정부의 기술정책 지원이 대폭 축소된 것이다. 비슷한 시점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4세대 원전 기술 개발이 한창이었기에 타격이 컸다.
지난 4일(현지시간 기준) 블룸버그는 중국의 원전 기술력을 종합평가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작년 8월 중국이 국무회의를 통해 해안 지역의 11기 원자로를 추가 승인한 것을 기점으로 미국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기사로 풀이된다.
2000년대 초반 중국이 원전 육성을 정부정책으로 결정한 배경에는 전기차 확산 보급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3세대 및 4세대 원자로를 발전시키는 데 주력했는데,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설계한 3세대 원자로 AP1000을 자체 기술인 HPR1000(화룡원)으로 대체하는 데 성공하며 글로벌 기술 공급업체로 자리매김했다.
게다가 4세대 원자로 기술 발전에서도 중국은 최전선을 선점한 상태다. 이미 2023년 12월 4세대 원전 HTR-PM((High-Temperature Gas-Cooled Reacto - Pebble-bed Moduleㆍ고온가스 냉각 모듈형 원자로)이 중국에서 상업 운전에 들어갔다. 중국원자력산업협회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의 중국산 소재는 총 93.4%에 달한다.
원전 개발에 있어 중국의 강점은 정부의 체계적인 금융지원 등 범정부 전략에서 서구 기업들을 압도한다는 점이다. 원자력에 관련 과학 출판과 관련, 중국은 학술지 출판물의 학술적 영향을 측정하는데 사용되는 지표인 H-인덱스(index)에서 수년째 1위 자리를 쥐고 있다. 또 2008년부터 2023년까지 전체 원자력 특허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1.3%에서 13.4%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7년까지 455억원을 투입해 HTR 기본설계를 마치는 계획을 세웠다. 빨라야 2030년에나 상업 운용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복남 서울대 교수는 “최근 국가대표 건설기술이 실종된 이유는 근시안적인 기술정책과, 선진국의 기술수준을 뒤에서 쫓아가려는 추적자 궤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정부가 기술개발 및 축적과정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외부 환경 변화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한국원전 기술개발이 30년 동안 3번의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결과가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라고 지적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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