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성장 엔진 꺼진 K-건설] 2부 (1) 기술형 유찰률 3년째 60%대...낡은 제도에 산업경쟁력 ‘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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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289회 작성일 25-01-07 15:09본문
기술경쟁 유도 없는 박한 공사비
고물가·고금리·고환율까지 '강타'
수익보다 손실…수주산업 휘청
기타공사로 전환해도 유찰지속
초대형 입찰 사업 수의계약 속출
최적의 선정 계야법 '취지 퇴색'
산업 근간 이어 민생까지흔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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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최지희 기자] 기술형입찰 유찰률이 3년 연속 60%대를 넘나들며 ‘기술’없는 기술형 입찰, ‘경쟁’ 없는 국가계약 시대가 도래했다. 박한 공사비로 손실을 우려한 건설사들이 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꺼려 수주산업의 근간이 흔들린 결과다. 전문가들은 기업을 기술력보다 가격으로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췄던 정부가 자승자박한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6일 조달청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2021년부터 시작한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른바 3고(高) 사태로 폭등한 기술형입찰 유찰률이 3년째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20년만 해도 16.7%에 불과했던 유찰률은 2021년 50%로 급등한 뒤 2022년 64.7%, 2023년 60.7%, 그리고 작년 ??%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유찰 해소 방안 발표에도 유찰 불길을 진화하지 못한 결과다.
보통 기술형입찰이 유찰을 반복하면 사업방식을 기타공사로 바꾸기도 한다.
하지만 작년에는 기타공사도 유찰이 심화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한국전력공사가 발주한 전력구공사 3건이 대표적으로, 전원 예정가격 초과 투찰로 유찰된 가운데 예가 내 투찰한 업체(투찰률 99.31%)마저 사업성 재검토 후 계약을 포기한 것이다.
유찰의 끝이 수의계약이면 그나마 다행이다.
단군 이래 최대 토목사업으로 꼽히는 턴키(설계ㆍ시공 일괄입찰) 방식의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공사’를 비롯해 서울시 숙원사업인 ‘강남역ㆍ광화문ㆍ도림천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건설공사’, 작년 최대 건축 턴키 대어로 꼽혔던 ‘킨텍스 제3전시장 건립공사’ 등 기라성 같은 기술형 입찰들이 모두 기술 경쟁 없이 수의계약으로 전환했다.
심지어 기타공사에서도 수의계약이 나왔다.
작년 1월 최초 공고한 종합심사낙찰제 방식의 ‘호남고속철도 광주송정역사 증축공사(추정가격 334억원)’는 실행률 문제로 역사 공사 실적을 가진 건설사들이 외면해 3차례 유찰됨에 따라 PQ(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기준을 완화했다. 이후 5차 입찰공고에 A사가 단독으로 PQ를 통과하자 국가철도공단은 기다렸다는 듯 수의계약 절차에 착수했다.
최근 이처럼 경쟁 없는 입찰이 속출하자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 경쟁을 통해 최적의 낙찰자를 찾도록 명시한 국가 및 지방계약의 취지가 훼손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하겠다’는 건설사가 나올 때까지 입찰조건을 변경하면 경쟁 입찰에 기반한 계약법이 왜 필요하느냐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지역에서 추진하는 대형 기술형입찰은 한 번 유찰되면 지역 국회의원과 지자체장까지 나서 건설사에 참여를 독려한다. 계약 조건이 불리해 고사하면 나중에 (조건을)변경해 주겠다는 보장 없는 약속을 하기도 한다”며, “정부가 유찰 해소 방안으로 수의계약을 장려하고 있지만, 수의시담 자체가 대단히 불안정한 구조다. 경영진에서도 고민이 깊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물가와 금리, 환율 등 국제시장 상황이 급변하는 가운데도 낡은 규제의 틀에 갇힌 정부가 건설산업의 경쟁력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복남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는 “건설사가 입찰을 기피하는 상상하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졌는데, 이는 기업의 기술력보다 가격을 우선시했던 낡은 프레임에 빠진 행정의 결과물”이라며, “한국 사회는 불합리함에 따른 피해가 약자에게 전가되는 구조다. 유찰에 따른 사업 지연의 피해 역시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경쟁 없는 계약이 쌓이면 건설산업 경쟁력은 물론 민생도 흔들린다는 점을 감안해 정부가 단기간 내 효과를 낼 수 있는 획기적인 공사 단가 구조조정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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