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공사금액 8%는 ‘지역상품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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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650회 작성일 20-01-07 17:47본문
새해 시작부터 불법 공공발주 사례가 또 무더기로 적발됐다.
감사원은 7일 공공조달 현장에서의 주요 불공정행위 및 불합리한 규제 발생 현황에 대한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감사 과정에서는 조달청의 공사가격 결정을 위한 가격조사부터 지자체의 ‘갑질’ 계약, 신기술·특허공법 선정 과정의 불투명함 등 각종 문제가 여과 없이 드러났다.
△지자체는 ‘치외법권’…‘불법’ 발주·계약 횡행
중앙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지자체들의 ‘갑질’ 발주 실태가 도를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행정안전부 등이 불법 조례를 개정하라고 요구해도 듣지 않았다.
지자체의 갑질 발주 사례는 공사계약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성남시는 ‘성남시 공사계약 특수조건’을 만들어 1억원 이상 공사에서 건설사에 성남시 거주 시민을 50% 이상 우선 고용하도록 한 약정을 강요하고 있다. 건설사는 착공신고서 제출 시 ‘성남시민 고용계획서’를 제출해야 하고, 계획에 미달할 경우 인부 노임의 최대 30%에 해당하는 손해배상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예로 2017년 5월 성남시에서 2억5000만원 상당의 석면해체 공사를 수주한 A사는 고용 누적인원 225명 중 성남시민이 20명에 불과해, 92.5명이 미달한다는 이유로 500만원을 손해배상금으로 시에 납부해야 했다.
감사원은 “이미 행안부가 공문을 보내 지침 개정을 요구했지만 감사일까지 관련 규정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성남시뿐만이 아니다. 강원도는 법률에 근거 없는 ‘강원상품권 발행 및 운용 조례’를 시행 중이다.
조례에 따르면 건설사는 계약 체결 시 공사계약금액의 3∼8% 상당의 상품권을 구매해야 한다. 강원도는 ‘권장’이란 표현을 쓰고 있지만, 착수계 제출 시 상품권 구매 동의서를 확인하고 준공계 제출 시 구매 여부를 확인하기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서는 상품권을 구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조례로 2017∼218년까지 건설사가 구매한 강원도 상품권만 무려 82억6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계사에 불법 의무공동도급을 강제한 지자체도 이번 감사에서 적발됐다.
현행 ‘지방계약법’ 등에 따르면 지자체가 공동계약을 체결할 때 지역업체 참여를 의무화(의무공동도급비율 설정)하는 것은 공사 계약에서만 가능하다.
그런데 감사원이 전라북도 관내 14개 시ㆍ군을 대상으로 점검한 결과 전주시 등 10개 시ㆍ군이 2018년 1월부터 작년 6월까지 공고한 용역계약 총 71건 중 59건(83.1%)의 계약에서 의무공동도급비율을 설정(최소 40%ㆍ최대 49%)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야만 입찰참가자격을 부여한 것이다.
감사원은 “설계용역의 경우에는 지역업체 참여도를 판단해 가점을 주는 것은 가능하지만, 의무공동도급비율에 따라 입찰참가자격 자체를 부여하지 않는 것은 불법”이라며 “전북 외에도 경북과 경남 등 전국 시ㆍ군 13곳에서 ‘불법’ 기준을 적용해 운영 중인 사실이 적발됐다”라고 지적했다.
△설계사 ‘마음대로’…신기술ㆍ특허공법 선정
불투명한 신기술ㆍ특허공법 선정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현행 계약집행기준에 따르면 공사 발주를 담당하는 부서는 신기술ㆍ특허공법의 사용이 필요한 경우 설계용역 전에 공법의 비교 자료를 검토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감사 결과 발주처들이 해당 과정을 설계사에 일방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설계사가 ‘공법 비교자료’를 작성해 발주부서에 제출하면 내부 결재 또는 지자체별 공법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선정하는 식이다.
한마디로 설계사가 보고서에 언급하지 않는 공법은 선정될 가능성이 ‘0’인 셈이다.
감사원이 용인시 등 7개 시가 2014년부터 작년 5월까지 발주한 신기술ㆍ특허공법 적용 공사를 살펴본 결과 설계사들이 특정 신기술ㆍ특허공법만 임의로 선정해 발주처에 제안한 정황이 드러났다.
예로 상수도관 공사의 경우 현재 23개의 신기술ㆍ특허공법이 있는데, 설계사들이 작성한 평균 공법 비교 개수는 4개 정도였다.
그 결과 용인시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발주한 4건의 상수도관 공사에서는 ‘연속 피이(PE)관 라이닝 공법’만 선정되는 결과가 나왔다.
설계사들의 공법 선정에 대한 신뢰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용인시 등 7개 시가 발주한 신기술ㆍ특허공법 적용 공사 총 249건 중 설계사가 각 공법 보유 업체로부터 증빙자료(견적서, 내역서 등)를 받은 비율은 33.7%(84건)에 불과했다. 그나마 제출받은 84건의 보고서도 부실했다. 견적금액이 잘못되거나, 심지어 기술보유 업체가 아닌 타인이 견적ㆍ내역서를 작성한 사례도 있었다.
감사원은 설계사와 공법 업체 간의 비리 발생 개연성을 지적했다.
감사원은 “기술보유 업체가 설계사나 발주기관 공무원 등과 비공식적 접촉을 통해 본인의 공법 적용을 부탁하는 등 비리 발생 가능성이 높다”라며 “공법 선정 시 설계사에만 의존하지 말고 오픈 경쟁 플랫폼을 만들어 모든 기술보유 업체가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신기술을 어렵게 개발한 이들이 학연 등 연고 관계에 의존해 설계사에 ‘로비’를 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게 빚어진다”라며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공법 선정과정에 대한 규정이 있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건설경제> 최지희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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