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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경쟁과 수의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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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676회 작성일 17-01-1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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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산업은 필연적으로 경쟁을 수반한다. 기술력이든, 가격이든 상대보다 우월한 경쟁력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 속성이다. 그러나 공공입찰시장에서 이러한 원리가 어긋나는 경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기술형 입찰공사의 유찰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입찰에 참여하려는 업체가 없거나, 한 곳에 불과한 이유가 대부분이다. 경쟁의 불성립이다.

 입찰 참여를 꺼리는 것은 공사비와 관련이 많다. 발주처는 싼 가격에 시설물의 완공을 기대한다. 관련 예산도 아예 깎여서 제시된다. 낙찰률은 이보다 훨씬 낮은 금액에서 결정된다. 낙찰률이 90%대 후반이라 해도 제값에는 크게 밑도는 게 다반사다. 수주하고, 공사를 해봐야 손해날 것이 뻔한데 선뜻 입찰시장에 나서기란 쉽지 않다.

 실제 지난해 발주된 대형사업 가운데 유찰의 고배를 마신 공사가 수두룩하다. 흑산공항 건설공사, 대구정부통합전산센터 건립, 행복도시 금빛노을교 건설공사, 행복도시 복합편의시설 건립(제3공사), 서산 자원순환형 바이오가스화시설 설치사업이 각각 2차례씩 유찰된 바 있다. 인천 검단 하수처리장 증설사업이나 캠코부산통합청사 건립, 고속국도 400호선 파주∼양주, 포천 간 2공구도 유찰됐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도 카드를 꺼내들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계약예규를 개정, 이달부터 기술형입찰의 수의계약 절차 등을 고쳐 시행한다. 국가계약법령은 경쟁에 부칠 여유가 없거나, 경쟁에 부쳐서는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 제한적으로 수의계약을 허용하고 있다. 이번 예규 개정은 이 같은 범주와는 다르다. 유찰에 따른 수의계약 전환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예규는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등 기술형입찰의 재공고 입찰이 유찰되면 단독입찰자와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설계·계약금액의 적정성 판단기준과 절차를 담고 있다. 계약예규 개정으로 지난해 유찰의 파도를 넘지 못했던 서울∼세종(안성∼구리) 고속도로 11, 12공구 건설공사의 수의계약이 추진 중이다. 대림산업 컨소시엄과 고려개발 컨소시엄이 도로공사와 협의 중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대책이 유찰을 막을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박한 공사비를 갑자기 늘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공사비가 늘어나지 않으면 어지간해서는 시공사 선정이 어렵다. 적정공사비가 제시되지 않는다면 이 같은 사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러는 사이 사업기간은 늘어나고, 완공시점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절차도 다소 의아하다. 종합심사낙찰제의 낙찰률을 고려해서 가격협상을 한다는 것이다. 가격협상이 되지 않을 경우 종합심사낙찰제로 전환해 발주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기술형입찰공사의 최근 1년 평균 낙찰률이 97%에 육박하는 상황에서는 정부는 협상의 전제로 평균 80%를 밑도는 종심제 낙찰률을 제시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벌써 나돈다. 협상에서 계약체결까지 난관도 예상된다.

 시장이 왜곡된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적정 수준의 공시비 확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유찰 사태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낙찰률에 함몰된 제도, 저가를 종용하는 시스템으로는 공공건설시장이 바로 서기 어렵다. 건설경제 박노일 건설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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