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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아끼려고 '갑질'하고 '안전' 놓아버린 수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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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712회 작성일 17-06-1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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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 멀티테크노밸리(MTV) 조성공사 3공구의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요율을 둘러싼 한국수자원공사와 대림산업 간 분쟁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수자원공사는 지난 2003년 이 공사를 발주하면서 공사 종류를 일반건설공사(갑)으로 보고 산업안전관리비 요율을 1.88%로 적용했다.

현장설명 때도 산업안전관리비 요율에는 전혀 변동이 없었지만 수자원공사는 입찰 전 이 공사의 종류를 특수 및 기타건설공사로 변경하고 산업안전관리비 요율도 0.94%로 조정했다.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산업안전관리비 요율을 낮추는 꼼수를 부린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시 입찰안내서와 현장설명에서도 산업안전관리비 요율은 일반건설공사(갑) 1.88%였다"면서 "수자원공사는 입찰 두 달 전에 산업안전관리비 요율을 0.94%로 낮춰 입찰을 준비 중인 건설사들에게 통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찰 전 산업안전관리비 요율의 일방적인 조정은 발주기관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갑질의 한 유형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분쟁의 최대 쟁점인 시화 멀티테크노밸리(MTV) 조성공사 3공구의 공사 종류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도 수자원공사의 논리가 빈약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수자원공사는 택지조성공사에서 일부 교량이나 도로를 포함하고 있더라도 교량·도로의 공사금액이 전체의 50%를 초과하지 않으면 부수적인 공사로서 특수 및 기타건설공사로 보고 산업안전관리비 요율을 0.94%로 적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건설분쟁조정위원회는 일부 교량이나 도로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 전체의 50%를 넘지 않으면 부수적인 공사로 보는 게 맞지만 교량·도로 등 일반건설공사(갑)의 공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경우에는 일반건설공사(갑) 요율을 적용해 산업안전관리비를 계상하는 게 타당하다고 해석했다.

시화 MTV 3공구의 경우 단지조성을 제외한 교량 등의 공사 비율이 과반을 초과하고 고용노동부도 이 공사가 교량·도로공사 등 다른 공사와 병행 추진되고 있는 데다 그 비율이 절반을 웃돈다는 해석을 내렸다며 공사 종류를 일반건설공사(갑)으로 보는 데 무게를 뒀다.

산업안전관리비 요율을 0.94%가 아닌 1.88%로 적용하는 게 타당하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수자원공사가 근로자의 안전을 볼모로 예산 절감에 혈안이 돼 있다는 점이다.

산업안전관리비는 일선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안전과 직결돼 있는 만큼 법정 요율에 따라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

그럼에도 수자원공사는 입찰공고 이후에 일방적으로 산업안전관리비 요율을 낮춰 통보하는가 하면 공사 수행 과정에서는 산업안전관리비 요율 상향에 따른 계약금액 증액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산업안전관리비를 부당하게 삭감하면서 건설현장의 재해율을 낮추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근로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산업안전관리비를 적게 지급해 예산을 절감하는 것이야말로 적폐"라면서 "최소한의 수준을 정하고 있는 산업안전관리비의 요율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으면 일선 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예방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경제 박경남기자 k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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