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기관 ‘갑질’막겠다더니 ‘헛발질’만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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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665회 작성일 17-06-13 08:57본문
권익위, 괴산군ㆍ순천시에 설계변경 및 계약금액 조정 권고
정당한 설계변경까지 인정하지 않고 중소건설사에 비용부담을 떠넘긴 지자체들이 또 드러났다. 발주기관의 ‘갑질’을 막겠다고 큰 소리쳤던 정부가 ‘헛발질’만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건설공사의 정당한 설계변경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충북 괴산군과 전남 순천시에 설계변경 및 계약금액 조정을 권고했다고 12일 밝혔다.
권익위에 따르면 괴산군은 관래 도로개설공사는 시공 중인 K사의 설계변경 요구를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발파암을 다시 현장에 쌓도록 하면서 내역서에는 일반 토사 흙쌓기와 같은 공정으로 포함시킨 것이다. 하지만 K사의 요구에도 불구, 괴산군은 규정에 따라 설계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고수했다. 결국 시공사는 3억4500만원의 공사비 부담만 떠안은채 권익위를 찾았다.
이에 대해 권익위는 일정 크기 이상의 암석은 시방서상으로도 일반 토사와는 다른 방법으로 쌓아야 하고 시공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은데도 같은 흙쌓기 공정으로 내역서를 작성한 것을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애초에 공사비를 부당 삭감한 채 발주하고 그에 대한 정당한 요구도 수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순천시 또한 하천 준설공사 시행중 발생한 설계변경 요구를 거부, 시공사에 비용을 전가하려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준설공사 전문업체인 N사는 시가 발주한 하천공사를 수행하던 중, 시방서에 1시간으로 명기된 하천슬러지 탈수장비의 1회 처리시간이 3시간 가량이나 더 소요됨에 따라 약 14억4000만원의 공사비가 증가됐다며 설계변경을 요구했다. 그러나 순천시는 ‘슬러지 탈수’라는 계약내용에는 변동사항이 없다며 설계변경을 불허했다. 모호하거나 애매한 계약사항만 가지고 합리적인 요구를 묵살한 것이다.
권익위는 ‘같은 슬러지라도 해당 하천현장은 점토질 비율이 당초 설계시 가정한 것보다 높아 탈수시간이 증가하게 됐다’는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시방서에 명기된 탈수장비의 1회 처리시장을 현장여건에 맞춰 변경해야 한다는 N사의 주장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권익위는 2건 모두 발주기관이 감사를 의식해 우월적 지위에서 정당한 설계변경 요구까지 거부한 사례라며, 각 발주기관에 설계변경 및 계약금액을 조정하라고 권고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최근 2∼3년전부터 정부차원에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발주기관의 불공정 행위 근절방안이 시행되고 있으나 일선 기관에서는 아직 부족한 면이 있는 것 같다”며 “공공기관 계약업무 담당자들은 소극적 행정관행을 버리고 계약상대방의 요구에 보다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계변경 요구나 계약금액 조정 청구는 그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건설사는 발주자와의 협의내용을 문서로 근거를 남겨 추후 소송 등을 통해서라도 구체받을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귀뜸했다.
<건설경제 봉승권기자 sk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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