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부활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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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653회 작성일 17-06-07 08:48본문
덤핑 입찰과 저가 수주로 인한 부실시공을 막기 위해 정부ㆍ민간이 수년간 개선책을 찾고 있는 가운데 이에 역행하는 ‘최저가낙찰제 부활법’이 발의돼 논란이 예상된다.
공공건설시장에서 지난해 퇴출된 최저가낙찰제는 그 동안 부실시공 사건 때마다 원죄로 지목돼왔다.
5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정동영 의원(국민의당)은 추정가격 100억원 이상 공사에 최저가격낙찰제를 재도입하는 내용의 국가계약법 개정안을 최근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경쟁입찰의 낙찰자 결정방식을 정한 국가계약법 제10조 3항에 ‘추정가격이 100억원 이상인 공사는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 적격자로서 최저가격으로 입찰한 자’라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이는 지난해 1월 공공공사의 낙찰자 결정방식에서 자취를 감춘 최저가낙찰제의 부활을 뜻한다.
정 의원은 “100억원 이상 공사는 계약이행의 난이도, 이행실적, 기술능력, 재무상태, 신인도 및 계약이행의 성실도 등 사전에 엄격하게 평가해 계약수행능력이 충분하다고 인정된 적격자들만 입찰에 참여하면 예정가격 이하로서 최저가격으로 입찰한 자를 낙찰자로 결정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또 최저가낙찰제 대신 도입된 종합심사낙찰제에 대해 “명칭만 바꿨을 뿐 경쟁의 원칙에 충실하지 못한 또 다른 ‘운찰제’”라며 “PQ 심사를 거친 입찰에 또다시 세부공종의 가격을 이리저리 심사해 경쟁의 원칙을 훼손하고 세금을 낭비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2년 간의 시범사업을 거쳐 지난해 1월부터 300억원 이상 공공공사에 가격뿐 아니라 공사수행능력, 사회적 책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공사를 선정하는 종합심사낙찰제를 본격 도입했다. 입찰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업체가 시공권을 갖는 최저가낙찰제는 담합을 조장하고 무리한 비용 축소로 부실공사의 원인이 되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선 “과거 가격 위주의 낙찰자 선정방식의 폐단을 깨기 위해 종합심사낙찰제를 도입한 지 2년도 안돼 최저가 부활 입법이 나온 것 자체가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입찰제도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개정안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최저가낙찰제 부활법이 가격 위주의 낙찰제를 폐기하고 있 국제적 흐름과도 배치된다고 지적한다.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20여년 전에는 최저가낙찰제를 운용했지만 적정 공사비를 둘러싼 수백여건의 소송으로 몸살을 앓은 뒤 최고가치낙찰제 등으로 제도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실제 영국은 1990년대 중반부터 가격 외에도 품질과 기술력, 미적ㆍ기능적 특징, 환경, 운영비 등을 두루 평가하는 가치 중심의 최고가치낙찰제를 운용하고 있다. 일본도 최저가낙찰 방식의 폐단을 경험한 뒤 이를 없앴다. 대신 2005년 공공공사 품질확보촉진법을 만들어 저입찰 가격조사제도, 최저 제한가격제도 등을 통해 저가투찰을 적극적으로 막고 있다. 미국 역시 1994년부터 최저가낙찰제를 최소화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시공사가 싼 값에 공사를 낙찰받으면 원가를 아끼려다 부실시공으로 이어진다”며 “국민안전을 위해서라도 소모적인 최저가낙찰제의 재도입 논쟁은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경제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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