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시장단가 확대는 '빨리빨리'…공사비 현실화는 '세월아네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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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690회 작성일 17-05-31 08:22본문
[公共 공사비 정상화 시급하다]
<상> 현실과 먼 공사비 산정체계
100억 공사의 경우 낙찰금액
표준품셈 적용땐 80억이지만 표준시장단가 적용하면 77억
설계가격, 발주처 임의로 줄이는 경우도 비일비재
조달청 총사업비 검토 등 거쳐오면 13.47%나 줄어
또다른 공사비 삭감수단인 복수예비가격도 보완 필요
공공건설의 공사비 정상화를 위해선 먼저 공사비 산정체계를 바꿔야 한다.
낙찰자를 정하고 계약금액의 상한선이 되는 ‘예정가격’을 제대로 산정하는 것이 첫 단추다. 예정가격은 거래 실례가격, 표준품셈, 표준시장단가, 견적가격 등으로 정해진다. 이 중 문제가 되는 것이 표준시장단가다.
표준시장단가는 시간이 흐를수록 공사 단가가 떨어지도록 설계된 실적공사비 제도를 대신해 지난 2015년 3월 도입됐다. 도입 초기에는 300억원 이상 공사만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고 100억원 미만 사업은 영구 배제, 100억∼300억원 사업은 한시적으로 배제했다. 확대적용 시기는 단가 현실화 추이 등 제도개선 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하기로 했다.
문제는 단가 현실화가 더딘 반면 확대적용은 빠르다는 점이다. 실적공사비 제도가 운영된 지난 10년간(2004∼2014년) 단가가 36.5% 떨어져 단기간에 이를 회복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표준시장단가의 점진적 현실화 방침을 정한 이유다. 실제 현행 표준시장단가 수준은 단가 산정을 위해 조사한 실제 시공단가의 88.8%에 불과하다. 또 과거 실적공사비와 비교해도 평균 9.5% 상승에 그친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올해부터 100억∼300억원 공공공사에 표준시장단가를 전면 적용했다. 특히 적격심사공사에는 300억원 이상 종합심사낙찰제와 같은 저가투찰 안전장치(표준시장단가 공종은 99.7% 미만 투찰 금지)도 없다. 과거보다 공사비가 떨어질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례로 100억원 공사의 경우 표준품셈을 적용하면 80억원에 낙찰되지만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면 77억원에 그친다. 약 4%의 공사비가 획일적으로 깎이고 있는 셈이다.
예정가격 전 단계인 ‘설계가격’이 발주처 임의로 삭감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대한토목학회 공공정책위원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검토를 시작으로 조달청 총사업비 검토 등 몇 단계를 거쳐 발주기관 최종단계까지 오면 설계가격 대비 13.47%가 삭감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법원은 발주자가 설계금액을 부당삭감해 계약금액이 최초 설계금액 대비 38%에 불과했던 사례에 대해 발주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며 “품셈기준을 무리하게 축소 적용하는 발주기관의 부당한 공사비 산정시스템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주기관이 제아무리 공사비를 부당하게 산정해도 소송 외에는 이의신청을 통한 구제방안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현행 국가계약법령상 이의신청제도 대상에는 ‘입찰공고에 명시된 기초금액 산정’이 빠져 있다. 이를 소송으로 해결하려면 오랜 시간과 과도한 소송비용, 행정력 낭비 등 불필요한 부담만 커진다.
예정가격을 결정하기 위한 예비 예정가격인 ‘복수예비가격’ 산정 절차도 보완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복수예비가격은 기초금액의 ±2∼3% 범위에서 15개를 작성한 후 4개를 추첨해 그 평균가격으로 정한다. 조달청은 기초금액의 ±2%, 행정자치부는 ±3%로 각각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기획재정부의 국가계약법령에는 복수예비가격 범위에 대한 규정이 없어 발주기관에 따라 예정가격 편차율이 크고 편법적인 공사비 삭감수단으로 쓰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철도시설공단, 한국도로공사 등은 한 때 기초금액의 최대 -6%까지 복수예비가격 산정범위를 둬서 공사비를 대폭 깎았다. 하지만 이후 복수예비가격 산정기준을 ±2∼3%로 고쳤다. 반면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일부 발주기관은 여전히 최대 -5∼-8% 수준에서 예정가격을 작성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기재부 예규에 복수예가 범위율(±2%)을 명시하고 국가계약법에 발주기관에 대한 적정공사비 지급의무를 신설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건설경제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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