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건설산업과 ‘축적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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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670회 작성일 17-08-18 09:48본문
#<축적의 길>이라는 책을 읽었다.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들이 앞으로 한국 산업이 나아갈 길을 제시해 반향을 일으켰던 <축적의 시간>의 속편격이다.
‘축적의 시간’은 한국산업이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성장동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는 것이 위기라고 진단한다. 특히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개념설계 역량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저자가 말하는 개념설계란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해 제품을 생산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런 개념설계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오랜기간 ‘축적의 시간’을 통해 탄생하는 경험지식, 즉 기술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 전작이 경험지식과 그것을 축적하는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면, 후속작인 <축적의 길>은 그 경험지식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지를 다루고 있다.
책은 경험지식 축적의 방법으로 △스케일업 △고수 키우기 △생산현장 확보를 강조한다.
스케일업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혁신 또는 제품으로 완성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아이디어는 누구나 쉽게 낼 수 있지만, 그것을 혁신이나 제품으로 완성하기 위해서 고통스런 시행착오 과정을 버티는 과정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성공한 기업들은 아이디어가 훌륭해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스케일업하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건설에서는 초고층 건축, 플랜트, 초장대 교량 시공 기술은 이런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고수를 끊임없이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여기서 말하는 고수는 아이디어를 기술과 상품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시행착오를 반복한 사람을 말한다. 여기서 얻어지는 경험들은 매뉴얼이나 책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몸에 스며들어 있다는 것이다.
국가 내에 산업현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미국 정부는 ‘메이킹 인 아메리카’보고서를 바탕으로 해외이전 생산현장을 국내로 유턴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이 제조업 탈피 또는 제조업 시설 해외이전 정책이 축적의 시간을 없애면서 산업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진단이다.
# 석학의 충고를 건설산업에 적용해보면 암울해진다. 이런 과정들이 기업 차원의 노력과 정부 차원의 정책 지원이 결합될 때 가능해진다는 것을 떠올려 보면 더욱 그렇다.
정부는 SOC 투자 예산을 내년에 더욱 줄일 태세다. 이는 건설산업이 산업 역량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축적의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석학의 지적대로 산업을 발전시키려면 현장을 꾸준히 확보해야한다.
건설산업에 4차 산업혁명을 접목시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도약시킨다는 구호는 화려하지만, 정작 오랜기간 경험지식을 축적한 사람과 기업을 키워내는 일에는 소홀한 것이다.
정부탓만 할 것은 아니다. 기업도 건설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시키도록 분발해야한다. 건설업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시키기 위한 스케일업 능력, 즉 고통스런 시행착오를 견디는 우직함 역시 필요하다.
<건설경제 한상준 공공건설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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