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준공기한 못 맞췄더라도… 法 “시공사에 입주지체 보상 책임 없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34회 작성일 24-07-19 08:49본문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시공사가 준공기한을 맞추지 못해 입주가 늦어졌더라도 분양자(시행사)가 수분양자(입주자)에게 배상해야 하는 입주지체보상금을 시공사가 물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 대한경제 DB |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3부(재판장 김동빈 부장판사)는 시행사인 A사가 시공사인 B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하면서 공사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A사는 2014년 10월 주차타워와 상가가 결합된 형태인 주차장 전용상가를 짓기로 B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공사 계약에는 ‘공사를 준공기한 내에 완성하지 못하는 경우 1일당 공사금액의 0.1%를 지체상금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고, 당초 준공기한은 2015년 9월29일로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3차례 계약 변경을 거치면서 준공기한은 2015년 11월20일로 두 달가량 미뤄졌고, 실제로는 그해 12월3일 사용승인을 받아 입주예정일이 64일 늦춰졌다.
이후 2018년 입주자들은 입주 지체에 따른 보상은 물론, 미시공ㆍ변경시공ㆍ부실시공 등으로 건물에 하자가 발생했다며 AㆍB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1ㆍ2심을 거쳐 분양자인 A사가 입주지체보상금과 하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확정됐다.
그러자 A사는 B사가 하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물론, 입주지체보상금까지 책임져야 한다며 9억80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입주지체보상금은 B사가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AㆍB사가 2016년 3월 최종 정산합의를 통해 B사의 공사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면하기로 합의했다고 봐야 한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A사는 정산합의를 통해 건물의 완성 지연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 등 B사에 대한 권리 일체(하자담보책임 제외)를 포기하는 대신, B사가 A사에 청구할 설계 변경대금 150억여원을 146억여원으로 감액받으면서 공사대금 지급채무에 대한 변제기한의 이익과 유치권 등 담보권 실행을 저지하고 건물을 분양할 수 있게 되는 이익 등을 얻기 위해 정산합의를 체결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정산합의 시점에는 이미 입주가 지체되고 있었던 만큼, A사가 입주 지체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배상금까지 고려해 정산합의를 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특히 A사가 이번 소송을 내기 전까지는 별도로 B사에 입주 지연에 따른 책임을 묻거나 지체보상금 지급 등을 요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정산합의 이후 A사가 아무런 이의 없이 B사에 남은 공사대금을 지급했다는 점도 이 같은 판단의 근거가 됐다.
다만 재판부는 민법상 수급인의 담보책임 규정과 건설산업기본법상 건설공사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 규정에 따라 하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3억여원은 B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봤다.
B사를 대리한 법무법인 화인의 황석현 변호사는 “분양계약과 도급계약의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엄연히 다르므로, 특별히 시공사가 수분양자에 대해 지체보상금을 배상한다는 특약을 두지 않는 이상 각 계약은 해당 계약의 당사자만을 구속할 뿐, 분양자가 수분양자에 대해 배상해야 할 입주지체보상금을 시공사가 분양자에 대해 배상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시공사는 실손해를 고려한다는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도급계약에 근거해 분양자에 대한 지체상금을 배상하면 충분하다는 게 황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실무적으로 공사대금 자체에만 중점을 두고 정산합의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정산합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공사로부터 파생되는 다양한 법적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고 사회적 낭비를 줄일 수 있다”며 “정산합의를 하는 경우 진행 중인 법적 쟁점을 신중히 파악하고 합의의 내용에 담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대한경제>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