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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자 불공정 행위 '참는' 건설사 … 15%만 "적극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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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671회 작성일 17-12-1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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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산연, 종합건설사 125곳 설문

 # 충남지역 중소건설업체인 S사는 철도시설공단의 부당행위로 손실을 봤다며 지난달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냈다. 공단이 추정가격의 10%에 육박하는 PS(잠정금액ㆍProvisional Sum) 항목’을 과다 책정해 공사비를 부풀린 뒤 나중에 전액 환수하는 바람에 수억원의 피해를 봤다는 내용이다. 이후 국토교통부의 건설분쟁조정위원회의 문도 두드렸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듣지 못했다. 결국 이 회사는 민원을 취하했다. 회사 관계자는 “민원 내고 소송 가봤자 결국 보상도 제대로 못받고 2차 피해만 클 것 같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공공 발주자의 불공정행위에 맞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건설사가 전체의 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건설사들이 실제 보상받는 것보다 향후 불이익이 더 크다고 생각하거나, 발주처와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일단 참는 게 이득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달 종합건설사 125곳, 전문건설사 150곳 등 총 275개사를 상대로 ‘건설산업 불공정 행위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이 같이 조사됐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종합건설사의 64.6%는 ‘발주자의 불공정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불공정행위 경험 정도가 ‘많다’(많음+아주 많음)는 회사도 28.1%였다.

김영덕 건산연 연구위원은 “공공발주기관의 자체 정화 노력과 법ㆍ제도적 장치 마련에도 여전히 불공정행위가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발주자의 불공정행위로 인한 피해 분야로는 ‘계약금액’(67.9%)이 앞도적으로 많았다. 건설사업 단계 중에선 ‘시공 단계’(47.7%)에서 불공정행위를 가장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피해 건설사 가운데 ‘법ㆍ제도 범위 내에서 적극 대응한다’고 답한 업체는 15%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행위의 중대성에 따라 대응여부를 정한다’는 답변은 58.3%로 가장 많았다. ‘가급적 대응하지 않는다’(11.7%), ‘대부분 대응하지 않는다’(6.7%)까지 포함하면 피해업체의 76.7%가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셈이다.

불공정행위에 적극 대응하지 않는 이유로는 ‘계약이행단계에서 원활한 관계 유지를 위해’(61.7%), ‘피해에 대한 보상보다 향후 불이익이 커서’(58.1%), ‘대응해도 피해에 대한 구제를 기대하기 힘들어서’(52.2%) 등의 순이었다. ‘대응수단이 마땅히 없다’는 응답도 11.3%나 됐다.

김 연구위원은 “상대적으로 ‘을’의 입장에 있는 건설업체는 불공정행위에 적극 대응하기 어렵다”며 “발주자와의 마찰을 우려하거나 구제수단에 대한 믿음이 적은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발주자의 불공정행위가 끊이지 않는 이유로는 공공공사의 공사비 책정제도를 지목했다.

건설사의 63.8%가 ‘예정가격제도, 표준시장단가 등 공사비 산정제도의 문제’를 첫 손에 꼽았고, 이어 ‘발주자의 건설사에 대한 과도한 책임전가’(44.8%), ‘국가차원의 제재ㆍ통제장치 부재’(37.9%)도 주요인으로 봤다.

불공정행위가 주로 발생하는 발주기관으로는 ‘지방자치단체’(50.6%)가 1위의 불명예를 차지했다. 국토교통부 산하 4대 공사 등 중앙정부기관(23.0%)도 불공정행위가 잦은 발주자로 지목됐다.

건설공사의 발주단계에선 ‘예정가격 과소 산정’(47.3%)이, 계약단계에선 ‘공사비 관행적 삭감’(42.9%)이, 시공단계에선 ‘발주자 귀책사유의 공기연장 간접비 미보상’(46.0%)이 각각 단계별 대표 불공정행위로 파악됐다.

발주기관의 불공정행위는 준공 단계에서도 계속됐다. ‘각종 이의신청에 대한 불인정, 보복조치’(23.5%), ‘하자담보책임기간 부당 설정’(21.0%) 등이 대표적이다.

건설사들은 발주기관의 불공정행위를 근절시키려면 적정 공사비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응답자의 81.9%가 ‘건설공사비 산정제도, 입낙찰제도 등 개선을 통한 적정공사비 확보’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발주자의 불공정행위에 따른 손실보상의 현실화와 발주자 책임 명확화’(52.0%ㆍ중복응답)도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김 연구위원은 “발주자의 불공정행위 근절을 위해선 공사비 산정제도, 실효성 있는 불공정행위 근절 제도, 발주자의 책임강화가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경제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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