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낙찰제 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적정 공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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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734회 작성일 18-01-15 10:11본문
혁신성장을 위한 정부의 ‘일자리 창출 우선낙찰제’ 도입방안에 대해 건설업계 및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일자리 창출 정책에는 공감하지만, 기업의 신규 고용이나 고용안정을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일감과 수익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해서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적정 공사비 보장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최근 공공공사 입찰 시장을 들여다보면, 공사 규모에 관계없이 유찰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적자공사가 그만큼 늘었다는 반증이다.
대형공사 중심의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와 기술제안 등 기술형입찰 시장의 유찰사태는 벌써 3년 넘게 반복되고 있고, 최근 들어서는 적격심사 대상 100억원 전후의 중소규모 공사 입찰마저 유찰 및 입찰포기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최저가낙찰제를 폐지하고 새로 도입한 종합심사낙찰제(종합평가낙찰제)도 퇴색하고 있다. 시행 초기 90%를 넘나들던 낙찰률은 2년도 안 돼 평균 70%대 중반대로 곤두박질 쳤다. 최저가나 별반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여기에 실적공사비의 대안으로 도입한 표준시장단가도 시장의 현실단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건설사가 어렵게 수주했어도 발주자의 귀책사유로 늘어난 공사비(간접비)조차 제대로 보전받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SOC 투자 축소와 연이은 부동산대책으로 일감이 급감한 가운데, 적정 공사비조차 제대로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인데 무슨 수로 일자리만 늘리라고 하는지 답답하다”며 “우선낙찰제로 일자리 창출에 실효를 거두려면 우선 적정 공사비부터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실 정부도 업계의 이런 사정과 고용부담에 대해서는 일부나마 인지하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최근 정부의 규제개혁 과제 중 하나로, 종심제 입찰 시 배치기술자 보유기준을 절반(6개월→3개월)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또 발주자의 부당한 공사비 삭감으로 낙찰예정자가 계약을 포기할 경우 부정당업자 제재(입찰참가 제한) 대신 과징금만 물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업계는 이에 더해 적격심사 낙찰하한율을 상향조정하고 발주자의 공사비 삭감 관행을 해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벌써 20년 가까이 80∼87%로 고착된 하한율을 적정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려 기업의 일자리 창출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는 또 총사업비 협의나 계약심사 등 공사비 책정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예산에 짜맞추는 등 공사비를 부당하게 삭감하는 발주자에는 패널티를 부여하는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건설경제 봉승권기자 sk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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