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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경제살리기의 성공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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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621회 작성일 14-07-2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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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식 산업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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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자들에는 물량만 많이 주면 돼.”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초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지시한 말이라고 한다. 사석에서 만난 건설사 CEO와의 대화 중에 전해 들은 말이다. 실제 상황이었는지, 누가 지어낸 말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말 한마디가 대한민국 건설역사의 흐름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그 CEO의 분석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경제대통령을 표방하며 당선된 이 대통령에게 경제 살리기는 시대적 사명이자 화두였다. ‘7·4·7(연 7% 경제성장, 1인당 소득 4만달러, 7대 경제강국)’ 공약 달성을 위해서는 ‘해봐서 가장 잘 아는’ 분야인 건설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임기 중 평균 경제성장률은 2.9%에 그쳤다. 건설침체 탓이었다. 믿었던 건설이 오히려 발목을 잡은 것이다. 기업들도 줄줄이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으로 내몰렸다. 건설인들은 MB정부 5년을 단군 이래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기억한다.

7·4·7공약은 낙수효과 이론에 토대를 두고 있다. 컵을 피라미드처럼 쌓아 놓고 물을 부으면 맨 꼭대기 컵에 물이 찬 뒤, 자연스럽게 아래쪽으로 넘쳐 내려간다. 마찬가지로 경제도 성장을 하면 자연스럽게 혜택이 골고루 퍼진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선택한 매개체 가운데 하나가 건설이었다. 결과는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물 자체가 흐르지 않았다. 정당한 공사비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공사에 제대로된 공사비가 지급되지 않으니 하도급업체에도 적정한 공사비가 내려갈리 없고, 일선 근로자들의 고통으로 이어졌다. 컵만 여러개 쌓아놓고 찔끔찔끔 물을 부으니 넘칠 턱이 없다. 낙수효과를 원천적으로 기대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스스로 모순에 빠진 것이다. 동반성장이라는 정책으로 컵의 옆구리에 구멍을 내 억지로 물을 내려 보내려고 했지만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이 박근혜정부 경제 구원투수로 나섰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내년까지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 경기부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올해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대신 각종 기금 등을 통해 내년까지 30조원을 공급해 경제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부동산거래를 활성화하고 각종 규제 완화를 통해 저성장, 축소균형, 성과부재 등 이른바 3가지 함정에 빠진 한국경제를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구상이다.

확대된 재정이 어느 쪽에 얼마가 풀릴지는 알 수 없다. 일정 부분 건설 투자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들어가는 경제에 활력을 넣는 데는 약효가 가장 빠르고 확실한 처방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떻게 제대로 푸느냐 이다. 과거와 같은 물량 확대 논리에 함몰될 경우 효과는커녕 기업을 골병들게 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독이 된다. 적정 공사비가 보장되지 않는 물량 확대는 일시적으로 고통을 없애주는 모르핀일 뿐이다. 삼성물산 등 대형건설사들이 공공공사를 외면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성패는 디테일에 달렸다. 얼마나 많은 양의 물을 붓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흘러가게 하는 데 있다. 그 중심은 기획재정부와 감사원이다. 키를 쥐고 있는 이들 기관이 적정 공사비를 보장해 줄 것을 공개적으로 선언해야 한다. 국가 예산을 퍼주자는 얘기가 아니다. 부정한 예산 집행에 눈을 감아야 한다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 놓자는 얘기다. 일선 발주기관들이 터무니 없는 공사비를 책정하고, 싸게 살 수 있다고 무조건 후려치는 시중 장사꾼보다 못한 집행을 하고도 기재부나 감사원 핑계를 댈 수 없도록 말이다. 그래야 최경환 경제팀이 살고 경제가 살고 국민도 산다.

박봉식기자 par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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