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선금 강요는 또다른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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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890회 작성일 18-02-27 09:42본문
시공사 요청ㆍ현장여건 감안한 적정 선금률 적용해야
선금은 노임이나 자재 구입 등을 위해 계약이행 전 발주자가 미리 지급하는 공사대금으로, 시공사의 초기 자금 부담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최근 수주난에 시달리고 있는 영세ㆍ중소건설사들은 선금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함으로써 일시적인 경영난을 해소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발주기관이 재정집행률 목표를 위해 시공사나 현장이 필요로 하는 규모 이상의 과도한 선금을 남발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
선금 보증(수수료) 부담 증가와 더불어 공기 및 공정관리에 차질을 가져올 수 있고, 공정률 미달 시 선금 환급에 따른 막대한 이자 부담까지 떠안을 수 있어서다.
업계는 과거에 비해 개선되긴 했지만, 일부 발주자는 여전히 무리하게 선금을 강요하고 있고 연말 등 일정 시점에는 과도한 이자까지 덧붙여 환수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지역 중소건설사인 A사는 몇 해 전 원치도 않은 선금을 받았다가 큰 낭패를 봤다.
사실상 발주기관의 강요로 70%의 선금을 받았는데, 공사현장 주변 민원 증가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기준 시점 공정률이 미달하자 원금은 물론, 시중금리를 훨씬 초과하는 막대한 이자까지 물어야 했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이 재정 조기집행률 달성 등 정부의 경영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무리하게 선금을 강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시공사 요청이 아니라면, 현장여건 등을 감안한 합리적인 선금률을 적용하고 보증 및 이자 부담 완화 등을 위한 후속조치도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업계 및 전문가들은 과도한 선금은 하도급상 관리에도 크고 작은 부실 및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필요 이상의 선금이 지급되면 원ㆍ하도급 간 하도급 선금비율을 두고 분쟁이 빚어질 수 있고 일부 선금만 가로챈 후 고의 부도를 내거나 잠적해 버리는 폐단까지 우려된다.
이 때문에 정부 등 국가기관이나 공기업 등 공공기관이 선금을 지급하고자 할 때는 원칙적으로 시공사 요청을 전제로 의무적 선금률을 준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발주기관의 필요에 의해 의무적 선금률을 초과하는 선금을 지급하고자 할 경우에는 현장여건을 감안한 지급률 산정을 위한 상호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CM업계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선금률이 80%까지 확대되면, 일방적으로 필요 이상의 과도한 선금을 강요받은 업체가 더 늘어날 수 있고 이는 또다른 형태의 ‘갑질’을 유발할 수 있다”며 “시공사가 요청하지 않는 경우라면, 일정 수준 이상의 선금은 상호 조정 및 거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선금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경제 봉승권기자 sk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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