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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소통에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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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608회 작성일 14-07-2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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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용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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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주 청와대 비서실의 수석비서관 9명으로부터 차례로 대면보고를 받았는데, 이것은 취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유임된 정홍원 총리와도 최근 한 달새 3차례나 독대했다고 한다. 국회와는 지난 10일 여야 원내지도부와 회동을 가진 데 이어 새누리당 새 지도부와도 오찬을 함께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주변의 얘기를 듣는 것부터가 소통의 시작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시작일 뿐 소통이 이뤄졌다고는 말할 수 없다. 단지 얘기를 들었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요즈음 정부와 건설업계 간에 대화의 장이 부쩍 늘었다. 현안이 생기면 민관합동 태스크포스가 꾸려져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일이 잦아졌다. 국토교통부의 고위공무원이 주기적으로 업계 관계자를 포함한 전문가들을 만나 동향을 듣기도 한다. 집행기관인 발주기관들도 수시로 간담회 자리를 마련해 건설업계의 얘기를 들으려 한다. 과거 일방적으로 지시를 하달하던 시대와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하지만 대화가 늘어난 만큼 결실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다. 건설업계에서는 정부와 발주기관 관계자들을 자주 만나 입이 아프도록 현안을 얘기하고 있지만 막상 되는 것은 없다고들 얘기한다.

 실적공사비제도만 해도 오랜 기간 건설업계의 문제제기로 인해 불합리성에 대해서는 정부와 업계가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따라서 민관합동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대안을 찾고 있지만 크게 진척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 발주기관들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행위도 나아진 것이 없어 보인다. 발주기관들은 여전히 설계변경에 따른 금액조정에 인색하다. 각종 부당특약을 통해 시공사에 비용을 떠넘기는 일도 여전하다. 서로 대화는 늘었지만 진정한 소통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소통은 상대방의 얘기를 듣고 취하려는 자세를 가졌을 때 가능한 일이다. 스스로 기준을 정해놓은 상태에서 아무리 많은 얘기를 들어봐야 백날 헛일이다. 상대방은 벽을 앞에 두고 얘기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정부가 실적공사비제도의 불합리성을 인정했다고 하면 예산과 관련한 어떠한 기준도 가져서는 안된다. 그래야 제대로된 개선책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예산증가의 최소화라는 기준을 갖고 태스크포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업계와 대화를 하고는 있지만 소통을 하지는 못하고 있다. 발주기관들도 마찬가지다. 업계의 얘기를 듣겠다면서 마음 한쪽에 “어디 한번 해보겠다는 거야?”라는 반감을 품고 있다. 지난주부터 본지에 ‘발주기관 적폐 이젠 도려내자’라는 기획기사를 연재하고 있는데, 발주기관들은 업계의 지적보다는 오직 어느 현장에서 이런 얘기가 흘러 나왔는지에만 관심이다. 명목이야 현장을 알려주면 문제를 확인해서 고치겠다는 것이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업계 관계자는 없다. 제보한 현장 관계자들마다 발주기관에는 절대 비밀로 해 달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으니 말이다.

 소통은 그냥 통과하는 것이 아니고 막힘이 없이 잘 통하는 것을 말한다. 사람 사이에 막힘 없이 통과가 되기 위해서는 직위의 차이나 이해관계의 차이에서 막힘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소통이 성공한다. 박 대통령이 시작한 소통도 스스로의 기준을 버릴 때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정부, 그리고 발주기관들이 건설업계에 열어놓은 대화의 장도 “손해보고 수주하는 건설업체가 어디 있겠어?” “시공업체가 발주기관에 대항을 해?” 이런 생각을 지닌 채 여는 것이라면 괜히 사업에 바쁜 사람들 시간만 뺏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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