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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입시제도와 입찰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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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594회 작성일 14-11-1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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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식 산업1부장

   
연례행사다. 해마다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치르지만 조용히 지나간 적이 없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일부 과목에서 출제 오류가 확인되고 난이도 조정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모의평가 출제 기준을 주목하라던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말은 허언이 됐다. 일부에서는 로또 수능, 입시 재앙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입시제도는 입찰제도와 닮았다. 외형적인 면에서 두 제도 모두 수십년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복잡하고 어렵기도 하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수능과 마찬가지로 입찰도 기준에 적합한 업체를 선발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회균등 공정성과 더불어 변별력이 핵심이다. 입시제도는 수험생 개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의 미래와 연결돼 있다. 입찰제도도 마찬가지다. 개별 기업의 흥망은 물론 인프라시설은 미래 국가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심각한 공통점은 제도와 정책당국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는 점이다. 과목별 난이도가 들쭉날쭉한 데다, 되풀이되는 오답 논란은 입시제도에 대한 불신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지난 17일 마감된 이의 제기 건수는 1104건으로 지난해(317건)보다 3.5배나 늘었다. 여기에다 지난해 수능 세계지리 출제 오류를 질질 끌어오다가 지난달 고등법원의 판결이 나고서야 허겁지겁 재채점에 나서면서 불신을 키웠다. 국민이 참아낼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것이다.

대상의 차이는 있지만, 입찰 등 계약제도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다. 공정하고 변별력을 갖추었다고 믿는 건설인들은 드물다. 턱없이 낮은 공사비 탓에 공공공사는 공공의 적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남는 것 없는 국책사업에 울며 겨자먹기로 참여했더니 남는 것은 천문학적 규모의 과징금 폭탄과 부정당 업체라는 낙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대형건설업체는 정부공사 수주를 포기하거나 규모를 줄이고 있다. 불공정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단가가 계단식으로 낮아지는 실적공사비 제도는 건설사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

뒤늦게 제도 손질에 나섰지만 미덥지가 않다. 최저가낙찰제를 보완하기 위한 종합심사낙찰제는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컨센서스 확보에는 이미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정부의 장담에도 종심제 시범사업 1호인 ‘수원호매실 아파트 건설공사’의 낙찰률은 올라가기는커녕 오히려 떨어졌다. 당시 낙찰자 결정 구조로는 낙찰률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수차례 의견을 제시했지만, 정부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책임도 지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계약제도 관련 주무국장은 한 포럼에 참석, “종심제 개선안은 건설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한 것”이라고 공언했다. 책임은 업계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말은 오히려 업계의 공분을 자아냈다. 관련 단체나 연구기관의 말은 수렴했을지 몰라도 업계의 의견 수렴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 국장은 포럼 이후 얼마 안 있다가 발령이 나서 다른 곳으로 가 버렸다. 신뢰성은 물론 일관성조차 없어진 셈이다. 정부가 보완책을 내놓고 추가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이유다.

실적공사비 제도에 대해서도 밀어붙이기식 구태가 이어지고 있다. 수많은 문제점에 노출됐음에도 10년이나 지나서 겨우 개선 방침이 정해졌다. 게다가 업계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쟁점 가운데 하나인 산출 기관을 기존 건설기술연구원으로 고수하고 있다. 산업을 피폐하게 한 기관으로 지목되는 기관을 다시 선정하면서 제도 개선의 진정성마저 의심받는 것이다. 수능제도 불신의 근본은 수험생을 살리는 제도가 아니라는 인식이다. 입찰 등 계약제도도 마찬가지다. 산업을 죽이는 제도라는 인식이 뇌리에 박혀 있다는 점을 정부 당국은 아직도 깨닫지 못하는 모양이다.

박봉식기자 par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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