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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공사 아닌 대형공사](2) ‘300억 이상’ 18년 전 기준 그대로…발주방식 미스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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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40회 작성일 25-08-08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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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공사 기준 현실성 결여…발주제도 운용 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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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백경민 기자] 국가계약법 상 대형공사는 추정가격 300억원 이상 건설공사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 1995년 국가계약법 제정 이후 추정가격 100억원 이상이던 대형공사 기준을 2007년 300억원으로 끌어올린 뒤 18년 간 유지되고 있다.

대형공사 기준은 건설공사 발주방식을 정하는 잣대가 된다. 현재 일반 건설공사 발주방식은 사업 규모에 따라 크게 △100억원 미만 적격심사 △100억원 이상~300억원 미만 간이형 종합심사낙찰제 △300억원 이상 종합심사낙찰제 등으로 구분된다. 공사 규모와 상관 없이 고난이도 공사 등에는 기술형입찰 방식을 활용한다. 300억원을 기준으로 적격심사와 종심제로 구분되던 발주방식은 지난 2019년 100억원 이상~300억원 미만 구간에 간이형 종심제를 도입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지난 18년 간 대형공사 기준이 제자리에 머무르면서 발주방식 등 관련 제도를 운용하는 데 현실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건설 물가가 대폭 올라 예전에 중소 규모였던 공사가 이제는 중대형 공사에 편입돼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건설공사 물가변동 관련 대표 지표인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 2007년 60대에서 올 들어 130대로 2배 이상 치솟았다. 당시 100억원대 공사가 현재 300억원 수준의 대형공사가 된 셈이다. 장기간 고정된 대형공사 기준이 발주방식의 미스매치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장 안팎에서는 건설 물가 상승을 고려했을 때 해묵은 대형공사 기준으로 발주제도를 운용하는 데 혼선을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간이형 종심제로, 과거에는 적격심사 방식이었던 건설공사가 견적 능력을 요하는 간이형 종심제로 넘어오면서 내역 대행에 따른 폐해가 극에 달했다는 진단이다. 발주처도 상대적으로 입찰 과정 및 낙찰자 결정이 복잡한 종심제 사업이 많아지게 되면서 행정 편의를 위해 기술형입찰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발주처 입장에서는 설계와 시공을 분리해 추진해야 할 공사도 기술형입찰로 발주하고 싶은 욕구만 늘어난다”며 “기술형입찰은 건설사가 거의 모든 관리의 책임을 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수천억원대 종심제 사업도 확대되고 있는 만큼 대형공사 기준 끌어올리는 것과 함께 초대형사업에 대한 기준을 신설하는 식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대한건설협회가 집계한 최근 1000억원 이상 종심제(종합평가낙찰제 포함) 사업은 지난 2022년 3건에서 이듬해 13건으로 늘었고, 지난해 42건에 달했다.

공사 규모가 커지면서 실적에 대한 부담도 상당해졌다. 일례로 올 상반기 추진된 한국도로공사의 ‘부산신항-김해간 고속도로 건설공사(1~3공구)’는 공구별 3000억원 수준인 데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에 따른 지역의무공동도급 기준이 부담으로 작용해 관련 실적 완화에 대한 요구가 거셌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당시 “최근 건설공사의 대형화 현상이 뚜렷하다”며 “건설사의 기술력이나 공사수행능력이 부족한 게 아닌데 입찰 참여가 제한되는 구조”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대형공사 기준에 변화를 도모할 경우 발주체계는 물론, 이와 연계된 다양한 요소까지 아울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역입찰, 지명경쟁입찰, 수의계약, 지역제한입찰, 지역의무공동도급 기준 등이 대표적이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대형공사 기준이 바뀌면 계약제도에서 정하는 여러 선들이 한꺼번에 움직여야 된다”며 “뭐 하나가 바뀌지 않으면 압박을 받는 구조여서 중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될 문제”라고 설명했다.

백경민 기자 wiss@〈ⓒ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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