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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4.5일제에 떠는 건설현장] (2) 현장 특수성 무시한 5일제 ‘데자뷔’… 건설시장 ‘퍼펙트 스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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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29회 작성일 25-07-2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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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실험 파장과 전망

대규모 건설현장 한 공정 지연으로
전체 프로젝트 연쇄적 영향 미쳐
레미콘 타설 등 중간에 끊을 수 없는
공정은 치명적… 공사 시작도 못해

업계 “공사비·공기연장 계약에 반영
시공사에만 책임 떠넘기지 않아야”
실효성 있는 대책없이 밀어붙이면
건설업계 넘어 경제 전반에 큰 피해


[대한경제=박흥순 기자]주 4.5일제는 건설현장에 예측불가능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 주 5일제 도입 때보다 더 큰 충격을 몰고 올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주 4.5일제는 단순히 주 5일에서 0.5일이 줄어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건설현장의 고유한 특성상 비용 증가와 공사기간 지연, 생산성 저하를 피할 수 없다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현재 상황은 20여 년전 주 5일제 도입 당시 겪었던 충격의 ‘데자뷔’이자 그 이상의 후폭풍으로 다가오고 있다.

과거 주 5일제 도입 당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주 5일제 도입으로 인해 공기 12~14% 지연, 노무비 13.7% 상승, 총공사비 6.6%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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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4.5일제는 겉보기엔 단순히 0.5일의 변화이지만, 건설현장의 특성상 그 파급력은 비교할 수 없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문제는 건설현장의 ‘일 단위 비용 정산’ 구조다. 금요일 오후에 작업을 멈춰도 현장에 투입된 인력의 노무비와 타워크레인, 펌프카 등 장비 임대료는 하루치 전부를 지급해야 한다. ‘0.5일 근무 단축’이 ‘1일분 비용 추가 발생’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특히 레미콘 타설처럼 한번 시작하면 중간에 끊을 수 없는 공정은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한 건설현장 소장은 “금요일 오전에 타설을 계획한 경우 오후 근무가 없으니 아예 작업을 월요일로 미뤄야 한다”며 “주말 동안 인력과 장비는 그냥 노는 건데, 비용은 비용대로 나가고 공사비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0.5일의 공백이 불러올 후폭풍은 공사비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공기 지연, 생산성 감소, 인력 수급난이라는 ‘4중고’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공기 지연은 불보듯 뻔하다. 하루 단위로 짜인 공정표를 반나절 단위로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여러 하도급 업체가 맞물려 돌아가는 대규모 현장일수록 한 공정의 지연이 전체 프로젝트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는 고스란히 입주 지연, 금융비용 증가 등 추가적인 손실로 이어진다.

생산성 저하와 비용 부담 문제도 불가피하다. 근무시간은 줄어도 임금은 기존 수준을 보전해달라는 근로자들의 요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질적인 인건비 부담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원가율 악화를 유발하고, 결국 비용 부담이 가장 취약한 고리인 협력업체에 전가될 수 있다.

특히 원도급사가 발주처와 공사비 증액 협상에 실패할 경우 하도급대금에 늘어난 비용을 반영하지 않고, 협력업체에 전가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0.5일 단축의 충격을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협력업체들이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사회적 흐름에는 공감하지만, 산업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제도 도입은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조업 공장처럼 탄력적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하기 힘든 현장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보완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공사비와 공기 연장을 현실적으로 계약에 반영해주고, 그에 따른 책임을 시공사에만 떠넘기지 않는 제도적 장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제는 단순히 쉬는 날을 늘리는 복지 차원의 문제가 아니고, 공사 수행 방식 전체를 바꿔야 하는 구조적 대변혁의 시작”이라며 “충분한 논의와 실효성 있는 대책 없이 제도를 밀어붙이면 그 피해는 건설업계를 넘어 국민 경제 전반에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흥순 기자 soonn@〈ⓒ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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