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 大혁신]④ “PF사업 책임준공확약 불공정 관행 타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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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0회 작성일 24-07-25 08:35본문
‘슈퍼을’ 중견ㆍ중소업체, 물가폭등ㆍ전염병 리스크도 부담
“책준 면책 범위 확대하고, 업무처리지침 적용해야”
최근 한국 건설산업은 3고(금리ㆍ물가ㆍ환율), 3저(생산성ㆍ기술ㆍ수익성), 3불(부정ㆍ불신ㆍ부실) 등 3대 위기에 봉착해 있다. 건설산업 전체를 환골탈태하는 수준의 대혁신이 없이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게 건설업계의 전언이다. 이에 <대한경제>는 위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삼기 위한 방안을 대한건설협회와 함께 제시한다. <편집자주>
서울 시내 한 공사 현장./ 사진:연합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 지난 2020년 총공사비 1000억원(토지비 제외)으로 책정된 경기 평택시 소재 A지식산업센터 개발사업에 시공능력평가 순위 200위권의 B건설사가 참여했다. B사는 1차 책임준공확약의무(책준확약) 계약과 함께 책임준공기간(책준기간) 미이행 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원리금 전액을 채무 인수하기로 했다. 총공사비의 15%를 분양불 방식으로 미분양에 대한 손실은 시공사가 부담하는 구조였다.
B사로선 불리한 조건이었지만, 당시 분양 경기가 좋아 사업을 떠맡았다. 그러나 이듬해 공급초과와 자재가격 폭등으로 공사비가 최초 계약 대비 30%나 급등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과 화물연대 파업까지 겹쳐 책준기간마저 지키지 못했다. 대주단은 기한이익상실(EOD) 선언 유예를 조건으로 연체이자 지급 및 금리 인상을 내걸었고, B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수용했다. 결국 B사는 공사비 증액분 300억원은 물론, 저조한 분양(분양률 20%)으로 공사비 잔액 150억원도 떠안았다.
중견ㆍ중소 건설사의 PF 대출이 건설산업 부실의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 대비 자금력이 부족한 중견ㆍ중소사가 그동안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대주단과 맺은 책준확약이 치명적인 리스크로 돌아오고 있어서다. 책준확약 미이행 시 채무 전액 인수, 책임분양에 추가 신용보강까지 요구받은 시공사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정체기와 함께 찾아온 공사비 폭등과 미분양에 따른 손실은 고스란히 시공사의 몫이다. 개발사업에서 ‘수퍼을’의 위치에 설 수밖에 없는 중견ㆍ중소업체에 과도한 리스크를 떠넘기는 불공정 관행은 PF 사태 연착륙 못지않게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공사비 20∼30% 늘었는데, 불가항력적 사유 불인정
PF 시장에서 대표적인 불공정 관행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공사를 진행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 사유의 불인정이다. 코로나19 기간에 겪었던 물가 폭등 등은 시공사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외부적 요인이 있었음에도, 책준기간 연장 사유로 인정받지 못했다. 현재 책준확약서상 불가항력적 사유는 오로지 천재지변과 전쟁에만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비가 1∼2% 수준이 아닌 20∼30%나 올랐다면, 시공사가 컨트롤할 수 없는 천재지변과 같은 상황이다. 이런 경우도 불가항력적 사유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노예계약이나 다름없다”며, “PF 사업 구조 대부분이 시공사에 과도한 리스크를 부담케 하고 있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불공정 관행은 금융권 내 업무처리지침이나 모범규준 마련을 통해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올초 작업자 임금체불 문제로 골조 공정이 중단됐던 서울의 한 건설 현장./ 사진:연합 |
책준형 관토신 사업에도 불공정 관행 수두룩
2016년 이후 중견ㆍ중소 건설사 위주로 참여했던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책준형 관토신) 방식의 사업에선 PF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책준형 관토신 방식은 1차로 시공사가 책준확약을 하고, 신탁사가 2차로 책준확약을 제공하면서 신용을 보강하는 형태다. 주로 물류센터, 지식산업센터, 생활형숙박시설 등 비아파트 상품 개발에 적용된다.
한국기업평가의 산업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책준형 관토신 사업 중 시공사가 시평액 100위권 밖인 비율은 83.5%에 달했다. 신용도가 부족한 중견ㆍ중소사 입장에서는 신탁사가 2차 책준확약을 부담하면 다양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부동산 활황기에는 중견ㆍ중소사의 일감 창출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반대의 경우 불합리한 약정서는 시공사를 옭아맨다. 실제 사고 현장의 약정서를 살펴보면 책준확약과 채무인수는 물론이고, 신탁사 면책 조항, 매출의 2∼3%에 달하는 신탁 수수료 최우선 회수, 유치권 제한 등 불공정 특약이 다수 발견됐다.
한국건설, 새천년종합건설, 선원건설 등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하거나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중견ㆍ중소업체도 PF 책준기간 경과에 따른 채무인수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이는 지역경제에도 큰 타격을 입힌다.
직접 손해액만 시공사 부담 구조 필요
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예정인 책준 제도 개선안에서는 책준형 관토신 사업을 포함한 PF 사업 전반의 불공정 관행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책준확약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예상액 기재를 의무화하고, 준공 지연 등으로 인한 직접적인 손해액만 부담하는 구조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협상 능력이 떨어지는 중견ㆍ중소사를 고려해 금융권 내 관리 감독 강화 및 표준신탁약정서 마련을 제안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착된 책준확약과 다양한 방식의 신용보강 장치가 협상 능력이 떨어지는 중견ㆍ중소업체엔 과도한 리스크와 변동성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사업 성공 시 막대한 수익을 가져가는 대주단도 사업의 손실 위험을 함께 분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대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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