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VIEW] 기술형 입찰, 유찰 원인은? '독소조항'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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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90회 작성일 24-01-30 09:12본문
분리발주·관급자재 의무화
수의계약 전환해도 절차 지연
수익 악화 부추겨 사업 좌초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2022년 LH(한국토지주택공사) 수도권 아파트 단지에서 금속창호 공사를 진행 중이던 전문업체 A사는 시공 과정에서 창호가 도로변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자칫 중대재해 책임이 발생할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A사는 LH 납품을 이어갔다. A사의 무책임 행보가 이어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현재 공공공사에서 적용되는 ‘독소조항’들 탓이다. 예산 절감을 빌미로 공사비는 삭감하면서, 중소기업은 보호하겠다는 이중적인 탁상행정 탓에 정부가 지역ㆍ자재업체 간 카르텔을 조장해 공사 실행률 및 현장 안전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주요 국책사업에 적용되는 과도한 분리발주 요구와 관급자재 사용 규정, 특허공법 적용, 수의계약 전환 행정절차 등 각종 독소조항이 주요 국책사업의 표류를 부추기고 있다.
한 발주기관 관계자는 “분리발주로 인해 공종 도면 간 불일치가 발생해 도면 수정은 물론이고 재시공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데 정작 전문 업체는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또한 설치도 품목(물품 구매와 설치 시공 혼합)인 관급자재는 조달청이 위탁 구매하는 것임에도 안전관리 의무가 부재해 반복적으로 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5년 사이 사망사고 1건과 부상 4건이 발생했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 외에도 발주ㆍ입찰 행정에서 주요 국책사업의 유찰을 유도하는 독소조항은 수십건에 이른다.
2021년 3월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으로 발주된 추정금액 1025억원의 ‘대구광역시 성서자원회수시설 개체사업’은 3차례 유찰 끝에 수의계약으로 전환됐지만, 본계약 체결까지 2년1개월이 소요됐다.
꽉 막힌 계약 행정 탓에 기본설계부터 설계심의, 내역 수정 등 갖은 행정 절차를 다시 거쳐야 했던 탓이다. 심지어 시간이 늘어지는 과정에 물가변동분이 발생했지만, 규정에 막혀 공사비 증액도 불가능했다.
이상호 법무법인 율촌 고문은 “해외 발주기관은 ‘가성비(Value for money)’에 입각해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 스스로 규정을 유연하게 하고 발주자의 전문성을 키우는데 주력하는데, 우리나라는 ‘값싸게 구매’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행정 전반에 독소조항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현재 경제적 수준을 감안해 반세기가 지난 낡은 규정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손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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