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당국의 공기(工期) 연장 간접비 해결 의지가 의심받고 있다.

감사원까지 나서 불합리한 제도라며 개선을 주문했지만, 시늉만 낼 뿐 실효성 있는 개선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서다.

5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공기 연장에 따른 총사업비 조정 횟수(1회)를 폐지하는 내용으로 최근 총사업비 관리지침을 개정했다.

기재부는 발주기관의 귀책사유로 인한 공기 연장 간접비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주겠다며 이 지침을 뒀다. 하지만, 2017년 1월1일 이후 입찰공고분부터 적용한 데다, 총사업비 조정 대상 항목(일반관리비ㆍ이윤 제외)을 최소화하고, 신청 시기(준공일 전년도 5월31일까지)와 조정 횟수(1회)마저 까다로운 제약을 두다 보니 실제 공기 연장 간접비 신청 자체가 거의 없었다.

발주기관을 상대로 건설사들이 낸 공기 연장비용 지급 청구소송이 연간 100여건, 청구금액 4000여억원에 달하는 현실과 다른 결과였다.

건설업계에선 공기 연장 간접비 분쟁을 해결하려면 총사업비 관리지침을 합리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제도 개선을 숱하게 요구해왔다. 하지만, 기재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올해 3월에는 감사원이 ‘공공발주 건설공사 불공정관행 점검 감사보고서’를 통해 “기획재정부 장관은 발주기관의 귀책사유로 공사기간을 연장할 경우 공사기간 연장비용 산정방법과 총사업비 협의조정 신청시기를 합리적으로 개정하는 등 공사기간 연장비용을 적절하게 지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공사기간 연장비용을 건설사에 떠넘겨온 발주기관의 폐단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간접비 보상을 위한 대상과 범위, 신청 시기, 횟수 등을 모두 바꾸라고 주문한 것이다.

감사원의 감사결과 통보에도 꿈쩍 않던 기재부는 4개월여 만에 여러 개선사항 가운데 조정 횟수(1회)만 삭제하는 쪽으로 관련 지침을 슬그머니 개정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총사업비 조정 횟수를 삭제한 것은 차수별로 계약하는 장기계속계약공사를 반영할 수 없어 어차피 개정해야 했다”면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항목은 하나도 바꾸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기재부는 나머지 개선사항까지 모두 바꾸려면 천문학적인 예산이 든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워낙 많은 예산이 들어 현실적으로 감사원 지적사항을 모두 반영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총사업비 관리지침을 다루는 기재부 총사업비관리과의 태생적 한계도 지적된다. 서울지역 A건설사 관계자는 “‘예산 절감’이 목적인 부서와 관련 지침 특성상 ‘예산 증액’에 대해선 무조건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기 연장 간접비 문제는 기재부에만 맡겨둬선 안 되고, 발주기관을 관리하는 국토교통부가 적극 나서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 총사업비 관리지침 개선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건설경제> 김태형기자 k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