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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발주처 '甲질' …'건설'이 멍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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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589회 작성일 17-02-2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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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불공정관행 개선 외쳤지만

타 부처 공사비 부당삭감 등 횡포 여전

강력 제재뿐 아니라 제도개선 필요

 공공 건설현장에서 발주기관들의 공사비 부당 삭감 등 이른바 ‘갑(甲)질’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갑질 기관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함께 복수예정가격 산정기준처럼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한건설협회가 상위 50대 건설사를 중심으로 공공 발주기관의 불공정관행 사례를 조사한 결과, 한국도로공사ㆍ철도시설공단 등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은 물론이고 한국전력공사ㆍ한국수력원자력 등 발전 공기업과 국방부까지 전 분야에서 ‘갑질 피해’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국토부가 2년 전 산하 발주기관을 대상으로 불공정관행을 개선했다며 요란하게 홍보했지만 일부 공기업의 갑질 행태는 그대로였다.

 발주기관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공사비 부당 삭감과 설계변경 미반영 등 시공사에 대한 공사비 떠넘기기가 가장 많았다.

 한국전력은 건설공사 예정가격을 뽑을 때 조달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산정기준(기초금액의 ±2∼3%)보다 상한선(0%)은 낮추고 하한선(-8%)을 하향조정하는 방식으로 공사비를 깎았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물가변동 반영기준을 정부가 정한 기준(계약체결일 또는 직전 조정일로부터 90일, 입찰일 기준 물가조정률 3% 이상)을 무시한 채 반영시기를 1년 이상으로 늘리고 경비ㆍ일반관리비ㆍ이윤 등을 물가변동 대상에서 뺐다.

 도로공사 등 국토부 산하 공기업들은 이의신청을 하는 시공사에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 기준 때 감점을 주는 등 보복행위를 일삼았다.

도로공사는 1000억원 이상 공사에 배치해야 하는 품질관리자를 법적기준(3명 이상)보다 2배 많은 ‘6명 이상’으로 정하면서 정작 초과된 품질관리 인건비는 인정해주지 않았다.

 국방부는 발주자 귀책사유로 공기가 연장됐을 때 공기지연에 따른 간접비를 받지 않겠다는 포기각서를 작성하도록 강요했다.

 환경공단은 계약체결 전이라는 이유로 설계서 열람을 거부해 건설사들이 설계서 검토 없이 입찰에 참여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을 연출했다.

 지자체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구광역시 도시철도건설본부는 지하철 역사 내 상가 규모처럼 법이 허용하는 설계변경에 대해서 계약금액 조정을 못하도록 부당 특약을 운용했다.

 전문가들은 발주기관의 갑질을 막기 위해선 발주기관의 개선노력 외에도 제도개선이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복수예정가격 산정기준을 국가ㆍ지방계약 예규에 명시하고 발주기관의 공사비 과소 산정 및 부당삭감 여부를 제3의 기관에서 검증하자는 것이다. 또 예가가 부당하게 산정됐을 때는 계약체결 전이라도 계약금액을 조정하거나 부정당제재 등 불이익 없이 공사를 포기할 수 있도록 ‘출구 규정’을 두자고 제안한다.

 발주기관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계약상대자의 정당한 이의신청에 대해 발주기관이 보복하지 못하도록 제도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공공발주공사에서 설계서ㆍ내역서 등 입찰관련 서류를 현장설명 전에 열람할 수 있어야 한다”며 “사전 정보공개만 제대로 해도 발주기관의 갑질을 상당부분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경제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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