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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낙찰률 95% 넘으면 '색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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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613회 작성일 16-08-0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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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경쟁 유도?…가격만 보는 발주·사정기관

발주기관이 정한 사업비의 틀에 갇힌 입찰제도와 ‘높은 낙찰률=담합’이란 색안경을 낀 사정당국이 국내 건설시장의 기술경쟁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

해외건설시장을 겨냥해 가격보다 기술경쟁을 유도하려면 근본적으로 투찰 상한선을 허물고 가격 위주의 사정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1일 국토교통부와 부산지방항공청에 따르면 국내 첫 소형공항인 울릉공항의 2020년 개항이 어려워졌다. 추정 공사비 5000여억원인 울릉공항 건설공사(1ㆍ2공구)가 2차례 연속 유찰됐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부산항공청이 제시한 공사비가 600억∼800억원 가량 부족하다며 입찰참가를 포기했다. 결국 건설사들이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추정가격의 110%대로 투찰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 국가계약법은 기술경쟁 방식인 턴키(설계ㆍ시공 일괄입찰)조차 추정가격 미만으로 투찰하도록 정하고 있다. 국내 기술형입찰의 평균 낙찰률이 92%를 밑도는 이유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ADB(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입찰에선 예정ㆍ추정가격 이하로 투찰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추정가격을 약간 넘더라도 기술이 좋으면 우선협상자로 선정해 가격협상 후 계약한다”고 말했다.

유찰로 시간을 허비한 울릉공항 사업은 다음달 중 1년여간의 기본설계를 거친 후 기획재정부와 총사업비 협의를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공사비 증액분이 많아지면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타당성재조사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급한 사업이어서 턴키로 추진했는데 사업 지연이 불가피해졌다”며 안타까워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투찰률 100% 상한선이 만든 불행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사정당국도 가격 위주로 조사착수 여부를 결정한다. 최근 공정위는 한전KDN 본사 사옥 건립사업 등 2012년 이후 발주된 기술형 입찰사업을 대상으로 10여개 건설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발주기관의 조사의뢰와 자체 모니터링 등을 토대로 조사를 벌인다. 특히 낙찰률 95%이상 사업에 대해선 일단 조사대상에 올려놓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낙찰률이 높으면 공정위가 고가격 담합투찰로 의심한다”며 “행여 의심을 살까봐 맘대로 투찰하기도 겁이 난다”고 전했다.

추정가격을 넘지 못하는 입찰규정과 가격 위주의 사정관행은 최근 정부정책 방향과도 엇박자다.

기재부와 국토부는 지난 5월 공동으로 ‘턴키 등 기술형 입찰의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기술형 입찰의 발주 감소와 잇단 유찰사태에 따른 대응책이다. 가격 대신 설계점수만으로 낙찰자를 정하는 ‘확정가격 최상설계’방식을 발주기관이 채택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설계점수 가중치를 최대 90%까지 부여해 품질경쟁을 유도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두 부처가 밝힌 제도개선의 목적은 ‘재정 효율성과 건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아무리 기술형 입찰을 유도해도 발주기관과 사정당국이 보조를 맞춰주지 않으면 공염불”이라고 지적했다. 건설경제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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