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처 ‘간접비 판결’ 이후 甲질 더 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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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784회 작성일 19-06-20 09:53본문
工期 연장 수백억 늘어도 ‘나몰라라’
계속비→장기계속공사로 전환 강행
시공사에 工期연장 요청 강요하기도
작년말 기준 미지급규모 1.2兆 달해
#1.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지난 2008년 추정금액 3000억원대 도로공사를 최저가낙찰제 및 장기계속공사로 발주했다. 이어 2009년 1월 계약 체결 당시 예산이 확보되자 계속비 계약으로 변경했다. 그런데 대법원의 간접비 판결 후 계약방식을 장기계속공사로 변경할 것을 구두로 지시한 뒤 올해 1월 차수별(연차별) 계약을 강행했다.
#2. 철도시설공단은 최근 중부내륙선을 담당하는 시공사들에 총체 준공기한을 산정해 제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돌렸다. 2015년 장기계속공사로 착공한 이 노선은 올해가 마지막 차수로 당초 계약상 하반기 준공 예정이었다. 그러나 공사가 늘어질 것이 확실시되자 시공사에 공사기간 연장요청을 강요한 것이다.
최근 공공공사 공기연장 간접비에 대한 발주기관의 ‘갑질’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 이후부터 부쩍 늘어났다. 1ㆍ2심 선고 때만 하더라도 간접비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지만, 대법원 판결 이후 다시 과거로 회귀한 모습이다.
발주기관의 갑질은 계속비공사의 장기계속공사 전환 강요가 대표적이다. 특히, 장기간 공사가 진행되는 철도, 도로 등 토목공사에서 이런 부당한 요구가 집중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총예산을 확보하면 오히려 장기계속공사를 계속비공사로 전환해 주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 이후 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10월30일 장기계속공사는 차수별 계약만 유효할 뿐, 총공사기간이 포함된 총괄계약은 부수적인 것으로 실질적인 계약이라고 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어 예산 부족 등 발주처의 귀책사유로 발생한 공기연장에 대한 간접비 청구는 차수별 계약 내에서만 가능하다고 판시했다.
계속비공사는 입찰 때부터 공사에 대한 총예산을 확보한 뒤 공사계약을 하는 반면 장기계속공사는 1차 연도 예산만 확보한 상태에서 공사계약이 이루어진다.
이에 따라 계속비공사를 장기계속공사로 전환하라고 강요함으로써 공기연장으로 인한 간접비 발생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발주기관의 ‘꼼수’라는 게 건설업계의 시각이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총예산을 확보한 계속비공사도 민원이나 인허가 등으로 공기가 다소 연장될 수 있다”면서 “계속비공사의 장기계속공사 전환 강요는 공기연장 간접비를 한푼도 주지 않겠다는 속셈”이라고 꼬집었다.
뿐만 아니라 위의 철도시설공단 사례에서 보듯이 공기연장의 책임을 시공사에 돌리기도 한다. 이 사례는 준공을 위해서는 추가 차수계약이 필요한데 이를 시공사의 요청으로 둔갑시키려는 것이다. 해당 시공사 관계자는 “발주처에 공기연장 요청 공문을 달라고 했더니, 그것은 못 준다고 하더라. 간접비를 떠안으면서 먼저 공기연장 요청을 하는 건설사가 어디 있겠느냐”고 성토했다.
이러한 발주기관의 갑질은 대법원 판결 이후 심해졌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실제 한 발주기관은 산하 사업단에 ‘대법원 판결은 총괄계약의 구속력을 부인하고 차수별 계약에 따른 간접비 청구만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 계약기간 내 전체 공사완공이 어려운 현장은 2019년 차수계약 시 준공기한을 12월로 옮겨 향후 간접비 청구소송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보내기도 했다. 연도가 바뀌면 신규 차수계약을 하면 된다는 ‘친절한’ 설명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 건설사의 피해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셈이다.
A건설사가 2006년 착공한 총공사비 2520억원짜리 도로공사는 당초 계약기간인 2013년을 넘겨 2023년으로 공사기간이 10년 더 늘었다. 이에 대한 간접비만 12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실에 따르면 2018년 10월 기준 공기연장 간접비 미지급액은 총 260건, 1조2000억원에 달한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공공공사는 거의 남는 게 없는데, 발주처의 귀책사유로 발생한 공기연장에 대한 간접비까지 시공사가 떠안으라는 것은 과도하다”며 “대법원의 판결을 돌이킬 순 없지만 발주기관의 상식을 벗어난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설경제> 정회훈기자 h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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