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죽박죽’ 공사 가격산정기준…업계 ‘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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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715회 작성일 20-01-07 17:44본문
조달청의 공공공사 가격 산정기준이 ‘이상하다’던 업계의 의심이 사실로 드러났다. 조사시점, 담당자마다 산정 방식이 제각각이어서 조달청이 결정한 자재가격 중 무려 87%가 기준 없이 임의 산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생산자물가지수가 8% 상승해도 담당자가 ‘현행 유지’를 결정하면, 업계는 6개월 동안 꼼짝없이 저가공사를 감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7일 감사원은 ‘조달분야 불공정행위 및 규제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에서 조달청의 공사계약 예정가격 결정을 위한 가격조사 업무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조달청은 공사계약 체결 시 예정가격 결정에 필요한 공사원가 산정을 위해 매년 2회 건축ㆍ토목공사 등에 대한 자재 및 시장시공가격을 조사ㆍ결정하고 있다.
그런데 감사원이 2018년 상반기와 하반기, 2019년 상반기까지 3회에 걸쳐 조달청의 가격결정 내용을 확인한 결과 조사 담당관이 임의 결정한 자재가격의 비율이 전체 규격 수의 83.5∼87.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로 형강류(102개 규격)의 경우 2019년 상반기 생산자물가지수는 7.99% 상승했고, 물가지 가격(업체 견적가격)은 3.3∼4.5% 하락했는데, 조달청은 물가지 하락률만 반영해 가격을 결정했다.
페인트류(15개 규격)는 물가지 가격이 최대 50.7%가 상승했는데도, 담당자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가격 유지 결정을 내렸다.
시장시공가격 결정방식도 ‘주먹구구식’이기는 마찬가지였다.
2019년 상반기 스텐창호류공사의 노무비 상승률은 6.9%였지만 조달청은 가격 결정 시 현행 유지를 결정했다. 또 도장공사의 경우는 견적가격 편차가 심하다는 이유로 견적가를 반영하지 않고 재료비는 물가지 가격만으로, 노무비는 담당자가 임의로 인상률을 결정했다.
토목공종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토목공종은 담합이나 덤핑으로 형성된 가격을 배제하고자 2014년 9월부터 조사된 가격의 평균가격 대비 20% 범위에서 유효가격을 결정한 후, 자재가격은 유효가격 범위에서 최저가격을, 시장시공가격은 평균가격을 적용해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대로 해도 저가 산정을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인데 감사원이 조사를 해보니 담당자별로 개선안도 준수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예로 2017년 상반기 강섬유 직경 0.7㎜는 유효범위 내 최저가격이 1290원(전 분기 대비 7.9% 인상)이었지만, 담당자는 1250원에 가격을 결정했다. 이유는 직경 0.5㎜ 제품의 가격 상승률이 4%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조달청의 가격조사 과정도 총체적 난국이다.
조달청은 규정상 가격조사 시 실제 해당 규격을 고정적으로 생산하는 업체(고정 조사대상자) 중 3개 이상의 업체로부터 견적가격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조달청은 토목공사의 경우 403개 가격을 조사하면서 무려 215개(53.3%)의 품목에서 1∼2개 업체로부터만 가격을 받아 결정해버렸다. 심지어 아연도각관 등의 경우는 견적가격이 제출되지 않자 담당자가 임의로 가격을 결정했다.
감사원은 “조달청의 결정가격이 다른 발주처에 기준으로 활용되는 만큼 정확성이 중요한데 기준을 어겼고 심지어 담당자별로 일관성 없이 가격을 결정해 신뢰성을 잃었다”라며 “조사시점별, 담당자별로 일관성있는 기준이 적용되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한 건설사 임원은 “조달청 담당자의 권한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새삼 실감했다”라며 “임의대로 상승률을 깎아서 반영한 것이 10회(5년)만 누적돼도 해당 자재가격은 시장가의 70%대에 머물 것이고, 그 피해는 전부 건설사 몫”이라고 지적했다.
<건설경제> 최지희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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