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가 적정성 검토제도, 공사비 삭감의 수단으로 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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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663회 작성일 19-10-18 17:48본문
조달청 등 공공 발주기관에서 운영하는 ‘단가 적정성 검토제도’가 공사비 삭감 용도로 오용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도 도입 취지에 맞게 시장가격과 비교해 큰 괴리가 있거나, 원가산정 과정의 오류 또는 실수를 바로잡는 역할로 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원장 이상호)은 16일 ‘설계가격 단가 적정성 검토제도의 개선방안’이라는 제하의 연구보고서를 통해 단가 적정성 검토제도 운용현황을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설계가격 단가 적정성 검토제도는 국가예산으로 시행하는 대규모 사업의 총사업비를 합리적으로 조정ㆍ관리함으로써 재정 지출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대개 실시설계가 완료된 뒤 검토가 이루어진다.
총사업비관리지침에 따르면 중앙관서의 장은 실시설계 완료 후 조달청장에게 단가의 적정성 검토를 의뢰하도록 되어 있다. 지자체도 100억원 이상 공사에 대해서는 조달청의 원가계산 의뢰를 의무화하고 있다. 자체 발주하는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경제성 검토(VE)나 지자체의 계약심사제도 단가 적정성 검토와 유사한 제도들이다.
문제는 대부분 공사비 삭감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단가 적정성 검토제도는 설계가격의 오류 없이 산정되었는가를 검토하여 내역서의 정확성을 높이려는 취지로 제도화됐으나, 현실적으로는 공사비 삭감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조달청은 기관에서 보유한 자재단가를 적용해 공사비를 감액한다. 조달청의 자재단가는 대량 구매를 통해 축적된 것으로, 실제 시장가격과는 괴리가 존재한다. 수요기관에서 품셈단가나 견적단가를 적용했을 경우 이를 계약단가나 표준시장단가 등으로 변경하기도 한다.
이는 공공공사에서 민감한 낙찰률 저하로 이어진다. 예컨대 설계가격을 2% 정도 감액해 기초금액을 산정하고 여기에 ±2%를 적용해 복수예비가격을 작성하면, 예정가격은 최대 4% 낮게 책정된다. 공공계약법에서는 예정가격을 초과한 낙찰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낙찰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낙찰률 저하는 저가 하도급을 유발한다.
인위적인 공사비 삭감은 예산절감 성과로 둔갑된다. 조달청은 적정성 검토를 통해 올해 상반기에만 380억원의 사업비를 절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3년부터 민자사업을 검토해 현재까지 약 1조9000억원의 예산을 절감했다고 홍보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 사례를 보면 국내와 큰 차이를 보인다. 일본은 과거 관례적으로 설계금액에서 일정액을 감액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2014년 6월 ‘공공공사의 품질확보 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이러한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명확히 금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단가 적정성 검토 시 증액이나 감액 사유 제한 △증액 및 감액 사유 공표 △설계가격이 발주자 예산 초과 시에만 단가 적정성 검토제도 운영 △예정가격은 발주자 예산을 초과할 수 있도록 허용 등을 개선방안으로 내놓았다.
최민수 건산연 수석연구위원은 “발주자가 설계가격을 감액해 예정가격으로 결정하는 행위는 이번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공정경제를 해치는 불공정 사례 중 하나”라면서 “발주자는 단가 적정성 심사를 통해 예산을 절감했다고 홍보하기에 앞서, 부실공사의 우려는 없는지, 저가 하도급이나 부실자재가 사용될 우려가 없는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경제> 정회훈기자 h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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