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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해외건설 ‘日流’ 꿈꾸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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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79회 작성일 13-05-2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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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수 기술자재팀장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해외건설 행보가 심상찮다. 가끔씩 국제사회에서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자(者)이기는 하지만 해외건설 수주를 위한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일본 건설업계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치밀한 계획 아래 행동반경을 넓혀 가는 그의 모습은 마치 해외건설 투사 같다. 거침없는 발걸음은 일본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먼저 일본 국내 활동을 짚어보자. 지난 주말에는 인프라수출전략을 확정했다. 핵심은 오는 2020년까지 수주액을 현재의 3배인 30조엔까지 확대하고, 사업은 설계에서 건설, 운영, 관리까지 아우르는 일괄시스템으로 추진한다는 것. 아베는 이를 내달에 발표할 국가성장전략에 넣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수주전략을 뒷받침할 5대 지침이다. 민·관 제휴, 기업·지자체 해외사업 지원 및 인재 발굴·육성, 국제표준 획득, 우주 방재·해양인프라 등 새로운 분야 진출, 저렴하고 안정적인 자원확보 등이 그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민·관 제휴에 의한 프로젝트 수주다. 진출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엔차관과 국제협력은행 등을 통해 전략적인 금융지원에 나선다. 특히 대형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초기부터 정부가 관여, 상대국 정부와 업무제휴나 정책대화 등을 이끌어낸다.

 여기에다 상대국에 일본의 공사발주방식과 시공관리, 안전관리 기법 등을 수출해 국제표준을 획득하도록 유도한다. 특히 종합평가방식 입찰이나 건설업 허가제도, 기술기준, 각종 자격제도 등 일본이 확립하고 있는 제도의 정보 및 노하우를 제공한다. 주요 대상 지역은 제도가 미비한 아시아 국가다. 동남아 국가의 경우 영국식 계약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곳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내용이 애매하거나 사실상 제도가 없는 나라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상대국의 제도정비를 도와준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속셈은 따로 있다. 일본류(日本流)의 제도를 수출함으로써 일본기업이 쉽게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정비하는 데 있다. 다시 말하면 일본 건설사가 일본의 발주방식과 똑같은 절차에 따라 공사를 수주할 수 있게 지원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지역적으로는 동남아 시장을 집중 겨냥하고 있다. 특히 아세안국가의 경우 ‘절대로 잃어서도 안 되고, 경쟁에 밀려서도 안 되는 시장’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는 베트남과 미얀마를 대상으로 엄청나게 공을 들이고 있다.

 아베의 잦은 해외순방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가깝게는 이달 초 러시아와 중동, 터키 등을 방문한 데 이어 24일부터는 미얀마를 방문해 테인 세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연다. 터키 방문 때는 타이세이건설, 오바야시구미 등 대형 건설사 사장들을 대동해 일본의 기술력을 과시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미얀마를 방문할 때도 다수의 건설사 관계자를 데리고 간다. 또 오는 10월에는 터키 이스탄불로 날아가 양국의 건설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하는 일·터키 건설회의를 개최한다. 이런 아베의 행보와 정책에 일본 건설사들은 환호하고 있다. 동남아국가에 주재원 사무소를 개설하거나 기존의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확충하는 등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는 <국화와 칼>이라는 책을 통해 일본인은 미를 사랑하고 칼을 숭배하는 극단적이고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민족이라고 했다. 해외건설을 대하는 지금의 아베 모습은 분명 후자에 가깝다. 국화가 아니라 칼을 들고 사무라이 정신을 외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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