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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정치인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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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75회 작성일 12-05-0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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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훈 법무법인 민주 대표변호사

격전의 19대 총선도 지났다. 이번 총선도 예외 없이 우리의 지도상에서 당선자를 낸 정당별 색깔을 보면 종전과 다름없이 호남지역만은 민주당이 모두 압승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필자는 이러한 광경을 볼 때마다 불편한 마음으로 언제쯤이라야 저 지도상의 색깔이 서로 어울리고 뒤섞일까라는 의문을 가진다. 어느 때부터인가 총선이든, 대선이든 선거결과를 보면 호남지역만이 유일하게 김대중 전임 대통령을 맹주로 했던 민주당의 지역기반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어느 지역이 정치적으로 어느 정당에 대한 지지율이 높은 지는 그 지역 주민들의 정치적 성향의 문제이어서 별문제가 안 될 수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종 영역에서 호남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편견과 차별에 시달린 적이 많았기 때문에 이러한 지역정당 선거구도는 우리나라의 사회 통합적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박정희 군사정권에서 북한과의 전쟁위험이나 남파간첩사건보도로 또는 당시 유력한 반대파였던 김대중의 사상편력이나 영호남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선거전략으로 정권을 연장하면서 선거 때마다 김대중의 지지기반인 호남을 고립시켰는데, 1987년 대선 직전에는 그동안 박정희, 전두환 정권에 대한 반독재 투쟁의 선봉이었던 김대중/김영삼으로 대표되는 민주화 세력이 양쪽으로 분열하면서 호남을 기반으로 한 평민당의 김대중과 영남을 기반으로 민자당에 합당한 김영삼을 중심으로 보수적인 색채인 두 정당은 지역적으로 다시 대치하게 되는 비극을 맞게 된다. 문제는 최근 19대 총선에서 보듯이 점점 진보 대 보수로 선거 구도가 바뀌어 가고 있는 상황이어서 지금과 같은 지역 정당구도는 더 이상 존재이유를 상실하여 이제는 전국 정당화 작업을 인위적으로라도 시도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 차원에서 지난 19대 총선에서 지역 정당구도 타파를 위해 새누리당의 이정현 의원이 광주에서, 민주통합당의 김부겸 의원이 대구에서 출마한 것은 지역구도 타파라는 차원에서 의미 있는 역사적 발걸음이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지역정서나 지역정당 구도를 그대로 놔둔 채 타 지역에 출마하는 정도로 전국 정당화작업을 시도하기에는 현실의 벽이 너무나 두껍지 않나 생각된다.

 민주당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새누리당 지지기반인 경북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리라는 것은 1선거구 1인 대표제의 소선거구제 하에서는 거의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해결책은 총선 시 석패율제도 도입이나 두 정당이 합당하거나, 상대 정당의 일부 정치인들을 입당시키거나 또는 두 정당 내의 진보•보수 정치인들이 제3의 정당으로 각각 헤쳐모여 하는 등 인위적인 정계개편 작업이 있어야만 가능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웬만한 계기가 아니고서는 멀쩡하게 지역구에서 당선된 현역 의원들이나 거물 정치인들 중에서 당과 지역구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고서, 특히 기존 정당에 지원되는 거액의 정당교부금이나 기존 정당의 여러 기득권도 포기한 채 합당 기타 상대 당으로 이적하거나 제3의 정당으로 헤쳐 모여하는 용기를 발휘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의구심이 든다.

 어쩌면 이러한 제도적인 혜택들이 오히려 지역 정당의 전국 정당화작업을 가로 막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거 전국 정당화 기치를 내걸고 민주당을 탈당하여 새로 창당하였던 열린우리당 역시 정당교부금을 지원을 받지 못하는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상당히 곤경에 처한 적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그러나 여론 조성을 위한 언론이나 정치평론가들의 역할도 기대되지만 우리의 정치인들이 그러한 문제의식을 심각하게 가지고 시도를 하지 않는 한 우리의 정치지도는 앞으로도 크게 변함이 없을 것이다.

 언제까지 우리는 이러한 기이한 지역정당 구도하에서 선거를 치러야 하며 특히 영호남지역의 사람들끼리는 정치 얘기도 마음대로 못하는 불편한 나날을 보내야 할까?  사회통합을 가로막고 있는 이 망국적인 지역 정당구도를 과감히 깨뜨리는 지혜롭고 용감하며 열린 가슴을 가진 큰 정치인들을 우리는 과연 언제 쯤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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