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톡] 1~2원差 투찰 속출…관행된 ‘견적서 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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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6회 작성일 25-09-08 11:12본문
일부 견적대행 브로커 유통 추정
간이형 종심제 변별력 상실 지적
발주처 검증 부담에 계약 지연도
LH, 올 8.3조+α 민참사업 집행
이달 3개 패키지 추가 ‘경쟁 치열’
채= 최근 간이형 종합심사낙찰제(이하 간이형 종심제)에서 ‘동가 입찰’이 끊이지 않는다죠?
최= 지난달 29일 국군재정관리단이 개찰한 추정가격 105억원의 ‘25-A-00부대 시설공사(1274)’가 신호탄이었습니다. 입찰자 1565곳 중 무려 220곳이 ‘동일내역서’로 1차 가격심사에서 탈락했고, 가격별로 동가를 적어낸 업체도 10곳씩 속출했습니다. 간이형 종심제가 지향해온 ‘가격+역량’의 변별력이 무너진 셈이죠.
그런데 이게 일회성이 아니라는 것이 더 문제입니다 . 최근 강원지방조달청이 집행한 ‘평창강 후평지구 하천정비사업(추정가격 116억원)’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재현됐습니다. 6등급 제한으로 입찰자가 665개사로 줄었지만 균형가격을 ‘딱점’으로 맞춘 업체가 8개사나 나왔습니다. 이보다 2원 낮은 업체도 11개사, 1원 낮은 업체도 9개사가 나와 동가 입찰만 보면 역대 최다급입니다.
백= 같은 날 1시간 간격으로 개찰한 ‘평창강 다수지구 하천정비사업(추정가격 176억원ㆍ5등급 제한ㆍ입찰자 430개사)’도 비슷했습니다. 균형가격을 정확히 찍은 업체가 4개사, 전후 1원 단위로 줄세운 동가 투찰이 가격대마다 4~5개사씩 붙었습니다. 지역과 공종을 가리지 않고 특정 구간에 투찰이 몰리는 패턴이 도드라졌습니다.
채= 시장에선 원인으로 ‘견적 대행 프로그램’ 확산을 지목하는데 실제로 그런가요?
최= 현재 견적 대행 프로그램은 3~4개이고, 이 중 점유율이 높은 A사 제품이 가장 자주 거론되지만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같은 날 개찰한 ‘어란진항 정비사업(추정가격 307억원ㆍ종심제)’을 보면, 입찰자 18개사 중 A사 프로그램을 사용한 건설사는 15개사(사용률 83.3%)였는데 동가입찰은 없었습니다.
반면 ‘후평지구’와 ‘다수지구’에서는 각각 665개사와 430개사가 참여했음에도 A사 프로그램 사용 업체는 14개사와 11개사에 불과했습니다. 사용률이 2%대에 머물렀는데도 대규모 동가가 발생한 셈이죠. 즉 프로그램 ‘종류’보다 견적서 유통 행태가 더 큰 변수라는 현장 해석이 설득력을 얻습니다.
백= “견적서가 외부에서 만들어져 돌아다닌다”는 얘기는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처럼 회자됩니다. 일부 견적 대행 입찰 브로커가 균형가격 인근 몇 개 가격군을 산출한 뒤, 이를 1원 단위로 쪼갠 견적서 형태로 여러 업체에 배포한다는 겁니다. 그 결과, 특정 가격대에 의도적 군집이 생기고, 동가와 동일내역서가 동시에 쏟아지는 구조를 반복합니다. 자가 산출 대신 외부 가격표 의존이 고착화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채= 최근 사례들을 보면 종심제가 지향한 변별력이 실종됐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운데 현장 반응은 어떤가요?
최= “견적서 돌리기가 예외가 아니라 관행으로 굳어졌다”는 탄식부터, “간이형 종심제의 취지가 퇴색했다”는 냉소까지 나옵니다. 자가 산출 역량을 갖춘 업체는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발주기관은 동일내역서 확인과 적격성 검증에 업무 부담이 급증합니다. 낙찰 뒤 공정ㆍ품질ㆍ안전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자연히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백= 또 과다한 입찰자 수가 변별력을 더 약화시키는 측면이 있습니다. 균형가격 주변으로 투찰이 몰릴 확률이 높아지고, 결국 가격 밀집을 구조적으로 재생산한는 형태입니다. 국군재정관리단 입찰보다 ‘후평지구’처럼 입찰자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경우에도 동일한 군집 패턴을 재현했고 그 행태가 심화했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입니다.
최= 견적서가 어디서 만들어져 누구에게 어떻게 흘러 들어갔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입찰 결과만 봐서는 설명되지 않는 동가 대량 발생을 계속 목격할 거라는 회의감이 나옵니다. 특히 동일내역서가 쏟아질 때마다 개찰 직후부터 진위 검증에 발주기관 인력이 묶이고, 결과적으로 계약 집행 속도까지 늦어진다는 푸념이 이어집니다.
백= 결론적으로, 간이형 종심제의 최근 풍경은 제도 설계 의도와 현장 작동 방식 사이의 괴리를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가격과 역량을 함께 보겠다는 ‘가치 낙찰’의 정신이 제대로 구현되는지, 그리고 견적 산출의 출처와 경로가 시장 신뢰를 무너뜨리지는 않는지, 보다 면밀한 관찰과 사실 확인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채= 간이 종심제 문제 사례가 충분히 쌓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 제도를 둘러싼 정밀한 점검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화제를 돌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 무려 8조3000억원에 달하는 민간참여 공공주택 건설사업(이하 민참사업)을 집행했는데, 이달 3개 패키지를 추가로 내놓는다죠?
백= LH는 이르면 추석 연휴 전 민참사업 3개 패키지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사업지는 인천계양과 부천대장, 남양주왕숙, 수원당수 등 일대가 중심이 될 전망이에요. LH는 “공모 규모나 시기 등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밝힙니다. 이들 사업이 나오면 올해 민참사업은 무려 10조원을 웃돌게 됩니다. LH는 지난 3월 평택고덕 Abc-12ㆍAbc-27ㆍA-65블록 및 밀양부북 A-1ㆍS-2블록 일대 제1차 민참사업을 시작으로, 5차례에 걸쳐 총 14개 패키지, 34개 블록, 8조3350억원 규모의 민참사업을 시장에 내놨습니다. 사업지별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절차는 모두 마무리됐고요.
최= 경쟁도 치열했습니다. 부천역곡ㆍ대장, 남양주왕숙, 의왕군포안산, 광명시흥 등 총 6개 패키지에서 경쟁 구도를 이뤘죠. 이 중 한신공영이 수주한 남양주왕숙 A-17ㆍS-18블록 일대 제3-1차 민참사업은 대보건설과의 점수 차가 0.46점에 불과할 정도로 박빙이었죠. 제3-2차(남양주왕숙2 A-1블록ㆍ남양주왕숙 PM-3블록)와 제4-2차(의왕군포안산 A1-1ㆍA1-2ㆍA1-4블록)는 금호건설과 극동건설이 잇따라 맞붙어 가장 관심을 끌었던 매치였어요. 이 승부는 금호건설의 연승으로 막을 내렸죠.
백= 이번에 추진되는 3개 패키지를 둔 경쟁은 더 치열할 것으로 보여요. 우선 올 상반기 민참사업을 수주했던 대형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데다, 지난 경쟁에서 고배를 마신 일부 건설사들도 이를 갈고 준비하는 분위기입니다. 지난번 처음 민참시장에 뛰어들었던 롯데건설과 대방건설의 참전 여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고요. 금호건설과 극동건설의 3차 매치 성사 여부도 관심사네요. 본공모 전 사전예고 단계를 전후로 각 패키지에 대한 얼개가 구체화되면 경쟁 구도가 윤곽을 드러낼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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