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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형 종심제, 이번에는 무효입찰 220개사 속출…"한계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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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회 작성일 25-09-0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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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재정관리단 공사에 무효사 220개사
실적기준 완화에 1565개사 몰려
등급 대신 실적…참여 과열이 동가 양산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간이형 종합심사낙찰제(이하 종심제)에서 동일한 내역서 제출 등의 이유로 무효입찰이 220개사나 나오며 건설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과도하게 낮은 실적조건과 특정 내역서 작성 프로그램 및 대행 용역이 만연화되며 종심제의 근본 취지가 훼손됐다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됐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개찰한 국군재정관리단이 발주한 추정가격 105억원 규모의 ‘25-A-00부대 시설공사(1274)’에서 입찰에 참여한 1565개사 중 유효입찰자수가 1345개사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려 220개사가 동일내역서를 제출하는 등의 이유로 1차 가격심사 단계에서 무더기 탈락한 셈이다.

특히 이 공사는 가격 별로 평균 2∼6개씩 동가입찰이 속출하며 눈길을 끌었다. 96억1370만7737원과 96억1370만7766원, 96억1370만7774원을 동일하게 써낸 업체는 각각 10개사에 달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간이형 종심제에서 동가입찰 문제가 심화하긴 했지만, 동일 투찰금액을 10개사나 써낸 경우는 처음인 것 같다”며 “국군재정관리단이 등급 제한이 아닌, 지나치게 완화한 실적기준을 적용해 발주한 탓에 입찰참여 업체가 평균보다 2.6배 이상 늘어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계까지 온 간이형 종심제…“제도 개선 시급”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간이형 종합심사낙찰제(간이형 종심제)의 2023년 평균 입찰자 수는 608개사로 집계됐다. 통상 종심제는 등급 등으로 참가 자격을 제한하지만, 국군재정관리단의 이번 입찰은 ‘건축 50억원 시공실적’만으로 참여가 가능해 내역서 작성 경험이 부족한 소형 건설사까지 대거 참가했다.

한 중소 건설사 대표는 “최근 간이형 종심제에서 동가입찰ㆍ동일내역 논란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지만 보통 2~4개사 수준이었다”며 “이 처럼 수백곳이 한꺼번에 발생한 사례는 처음이다. 발주처의 낮은 실적기준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비정상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입찰 전날부터 ‘100원 단위’까지 맞춘 내역서가 돌아다녔다고 입을 모았다.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인천지방조달청의 ‘북성포구 준설토투기장 상부시설 조성공사(추정가격 130억 원)’ 개찰이 있어 일부 견적 대행 주체가 전날부터 이번 공사의 내역을 먼저 시장에 유포했다는 후문이다.

한 내역 서비스 대행업체 관계자는 “이를 업체 간 담합으로만 볼 게 아니라, 사전 정보를 공유해 균형가격을 맞추면 수주하도록 유도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며 “이번 사건은 간이형은 물론 종심제 자체가 한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견적 능력이 있는 중소 건설사를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간이형 종심제를 도입했지만, 집행 과정에서 입찰 조건을 지나치게 낮게 설정해 페이퍼 컴퍼니까지 무분별하게 참여하며 견적 대행 시장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한 공공입찰 전문가는 “적격심사는 ±1.6% 내에 투찰금액을 써내지만, 간이형 종심제는 약 3000원의 박스권 안에 입찰업체의 95%가 분포해 동가입찰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여기에 예가ㆍ균형가격 산정 로직의 패턴화, 자동투찰 도구 확산까지 겹쳐 업체 변별력이 사라졌다. 종심제의 가치가 심각하게 변질한 만큼 정부 차원의 입찰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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