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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실적요건에 종심제가 유찰…꼬리 내린 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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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8회 작성일 25-08-2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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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차도·6차로 이상 실적 적용
작년에도 무리한 기준 '소수경쟁'
논란 일자 재공고에선 실적 완화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달 30일 입찰공고한 ‘인천계양 국도39호선(벌말로) 확장공사(부천·서울)’가 과도한 시공실적 요건 탓에 PQ(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신청 사가 1곳에 그쳐 유찰됐다. 종합심사낙찰제(이하 종심제) 방식의 일반 도로공사임에도 단독 응찰로 유찰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추정가격 1420억원의 이 공사는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삼정ㆍ오정ㆍ대장동에서 서울 강서구 오곡동 일원까지 약 2.9km 구간을 왕복 4차로에서 8차로로 확장하는 것이다. 입찰 참가 자격은 시공능력평가액(토건) 900억원 이상인 1등급 일반경쟁이지만, LH가 제시한 실적 을 충족한 업체는 현대건설이 유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의 핵심은 ‘심사 항목’과 ‘동일공사’ 범위다. LH는 시공실적 심사 항목을 ‘지하차도’로 한정하고, 동일 공사 실적을 △차로수 6차로 이상 △연장 400m 이상으로 제한했다. 더불어 ‘해당공사 동일공사규모’를 지하차도 연장 710m로 설정한 뒤 만점기준 조정계수 3배를 적용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6차로 지하차도 2130m(710m×3)’에 준하는 실적이 요구돼 기준을 맞출 수 있는 업체가 현대건설 뿐이었다”라며 “국가철도공단이나 한국도로공사는 공구 분할이나 기준 조정으로 20~30개사 수준의 경쟁을 유도하는데, LH만 유독 높은 기준으로 소수 경쟁을 고착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슷한 지적은 지난해에도 제기됐다.

작년 11월 추정가격 555억원의 ‘평택고덕신도시 광역1B도로 건설공사’에서도 LH는 실적 항목을 지하차도로 특정하고 4차로 이상ㆍ250m 이상 실적만 인정했으며, 동일공사규모 860m에 3배수를 적용했다.

당시 입찰에는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동부건설 등 3개사만 참여해 “문턱이 과도하다”는 업계 반발이 이어졌다. 한 중견 건설사 임원은 “그 때도 다수 업체가 LH에 기준 완화를 요구했지만 LH 담당자로부터 ‘2개사 이상만 들어오면 된다’는 취지의 답을 들었다”며 “이럴 바엔 차라리 제한경쟁이나 수의계약이 낫다는 푸념까지 나왔다. ‘용인 첨단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조성공사 1공구’처럼 특정 대형사만 충족 가능한 기준 설계라는 의혹도 있었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는 공정 경쟁과 참여 저변 확대를 위해 △실적 항목의 과도한 특정(지하차도 등) 지양 △동일공사ㆍ차로수ㆍ연장 요건의 합리적 설정 △공구 분할 및 대체실적 인정 폭 확대 등을 주문하고 있다. 반복하는 유찰과 소수 경쟁 고착을 해소하려면 발주단계부터 시장 현실을 반영한 기준 설계와 사전 영향평가가 필수라는 지적이다.

한편, LH는 논란이 확산하자 지난 25일 재공고를 내고 실적 기준을 일부 완화했다. 이번에는 동일 공사 실적을 △지하차도 4차로 이상 △연장 250m 이상으로 낮췄다.

하지만 실적 인정 범위를 여전히 ‘지하차도’로 한정해 현대건설과 GS건설, DL이앤씨, 롯데건설, DL건설, 동부건설, 태영건설, 대보건설 등 8개사 안에서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 발주기관 관계자는 “애초 ‘4→8차로’ 도로 확장 사업인데 실적을 ‘6차로 지하차도’로 묶어 단독응찰 유찰을 자초한 이유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최소한 발주 전 경쟁 구도 시뮬레이션과 시장 영향을 점검했어야 한다. 기술형입찰도 아닌 종심제에 과도한 실적을 요구하면 발주 프로세스의 숙련도와 공정경쟁 촉진 의지를 의심받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최지희 기자 jh606@〈ⓒ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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