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장 도외시한 직접시공 대폭 확대, 탁상행정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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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72회 작성일 24-12-26 08:54본문
정부가 내년부터 공공건설공사에서 원도급사의 직접시공 비중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어서 현장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란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한 ‘직접시공 평가 시행’ 가이드라인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추정가격 30억원 이상 공사는 직접시공 만점 비율을 20%로 조정해 평가할 것을 지시했다. 원도급사가 직접시공을 20% 이상 해야 수주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022년 7월부터 직접시공 50% 이상을 의무화해 이번 정책의 단초를 제공했다.
직접시공은 공사의 품질과 안전성을 높이고, 책임 시공을 강화하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실시공이나 중대재해 발생 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찮다. 프로젝트 종합관리, 리스크 조정이라는 원도급사 본연의 역할이 축소될 수밖에 없고 자체 인력과 장비를 추가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공사비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공종 다양화와 품질관리 세분화가 어려워 공사 품질이 오히려 낮아질 위험도 있다. 지역에 기반을 둔 전문건설업체의 참여 기회가 줄어들면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설계와 공법의 창의성 등 기술적 요소를 중점 평가하는 기술형입찰에선 더 큰 문제를 유발한다. 기술력이 뛰어난 전문건설업체가 창의적 공법을 제안하거나 공사에 참여할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건설현장에선 기존의 직접시공 의무도 제대로 준수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수치상의 기준 충족을 위해 품질 및 안전 제고와는 별 상관이 없는 부대공종에 직접시공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력운영에 한계가 있는 발주기관으로선 직접시공 관리 자체가 엄청난 부담이어서 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점을 감안하면, 직접시공 제도는 현장에서 순기능을 하는 범위 내에서 적정 운영되는 게 바람직하다.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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