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세탁보다 새 옷이 필요한 건설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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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570회 작성일 20-11-23 11:40본문
정부의 건설투자 예산은 최소 30조원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산업계는 주장한다. 국가 정책 추진 사업으로 포장된 예타 면제 사업이 2020년에 17개를 넘었다. 5년전에 비해 17배나 폭증했다. 이 쯤 되면 건설을 위한 투자인지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인지 헷갈린다. 건설 이미지가 또 다시 세탁 길로 들어섰다. 세탁만으로는 절대 새 옷을 못 만든다. 세탁은 반복할수록 낡은 옷이 될 뿐이다. 한국 건설의 이미지 추락을 두 가지 예로 설명해보자.
첫 사례는 민간투자사업 방식으로 건설된 인천공항고속도로와 철도다. 개통 된지 20년이 된 고속도로 통행료 보전비가 1,6667억원을 넘어 건설비를 넘었다고 한다. 재정고속도로에 비해 통행료가 2.28배 비싸다 비난받고 있다. 철도는 국회에서 매년 혈세 낭비라는 비난받는 단골메뉴다. 고속도로는 인천공항 접근로다. 접근로는 부속시설로 공항건설비에 포함되었어야 했다. 재정 부족 때문에 정부가 거의 강제(?)로 민간에 떠넘긴 사업이다. 철도는 인천공항이 국제허브공항이 되기 위해서는 제2의 접근로가 필수라는 권고에 따라 대안 교통으로 건설됐다. 경제성보다 허브공항 조건 충족을 위해였다. 일부 국회의원과 시민단체가 국민의 혈세를 먹는 하마로 폄하하는 주장을 반복한다. 재정사업으로 건설했다면 이 같은 비난성 주장을 할 수 있을 까?
사례 2는 가덕도신공항 건설 논란이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로 지역 이기주의 논란을 객관적으로 종식시키기 위해 파리공항공단(ADPi)의 1년 자문을 받았다. 자문 용역 결과는 신공항건설보다 기존의 김해공항 확장이 가장 경제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부는 이 결과를 토대로 김해공항 확장사업을 추진하기로 필요한 예산과 개항일도 결정했다.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정부가 세웠던 기존 공항확장 사업을 무시한 채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결정했다. 교통인프라 기능으로써의 공항보다 건설을 위한 공항건설로 둔갑되었다. 대규모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업 생산과 개인의 고용 유발효과 등 단기 효과를 표로 연결하는 정치 시도다. 동남권 공항이 왜 가덕도와 대구에 각각 다른 공항으로 분산되어 건설되어야 하는지 납세자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첫 번째 사례는 경제적 타당성보다 필수 국제허브공항 조건 때문에 건설되었다. 두 번째 사례는 국가재정법에서 요구하는 예비타당성보다 정치권의 표 계산이 정부 정책을 뒤엎는 결과로 이어진다. 필자는 공항 2개소 모두 국가재정법 예타 문턱을 넘어서기 어렵다고 장담한다.
정상적 절차를 거치진 않은 사업이든 수익성이 낮은 사업이든 일단 건설을 시작하거나 운영단계에 돌입하는 순단 거친 비난들이 난무하기 시작한다.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삽질경제, 토건경제로 몰아간다. 일부 국회의원과 언론은 부패와 부실공사, 혈세 먹는 하마라는 단골 주장을 끄집어 낸다. 경제성 없는 토건공사에 국민의 혈세 낭비가 국회 메뉴판에 올라간다.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언론을 통해 간헐적 지식을 얻는 많은 국민은 건설을 ‘부정․부패․부실’의 3不 이미지로 더 강하게 인식하게 된다. 일방적이고 폄하적 주장에 맞서는 건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이게 되는 우리 건설의 현주소다.
건설업체는 생존차원에서 건설투자를 늘려주기를 주장한다. 업체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건설 투자로 인한 타 산업의 생산과 고용 유발효과를 단골로 내세우는 연구기관의 목소리가 뒤 따른다. 건설이라는 본질보다 곁다리 주변효과에 연구기관의 목숨을 거는 것이 안타깝다. 국내건설에 고착된 부정적 이미지는 반복 세탁만으로 절대 새 옷이 될 수 없다. 정치권이나 정부가 국가재정법을 넘어서는 과도한 인프라 투자에 대해 건설관련 학회나 단체, 혹은 리더그룹이 반대 목소리를 내야 한다. 반대 목소리를 내더라도 정책이나 표몰이 인프라 투자는 지속된다는 것이 우리의 경험이다. 시민단체나 국회의 단골 메뉴에 당당하게 맞서는 진지를 구축해야 한다. 예산 구걸 자세에서 단기 효과를 노린 건설투자에 과감한 반대 목소리는 한국건설의 혁명적인 발상이다. 건설의 이미지와 건설의 가치는 세탁이 아닌 혁명으로 가야 건설 본래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도로나 철도 등 교통인프라 건설에 10년이 걸리지만 사용은 100년을 넘어간다. 건설의 가치보다 국가와 국민 생활 인프라로써의 가치가 10배 높다. 예정가격이나 낙찰율 상승을 요구하기보다 인프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필요한 예산을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당당한 주장을 위해서는 이미지 혁명부터 시작하자. 돌변한 건설의 모습에 당황한 정치권과 정부가 일시적으로 예산을 줄일 수는 있다. 그러나 국가와 국민이 존재하는 한 인프라 시장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힘겨루기에서 건설이 절대적 우위에 있음을 안다면 이미지 혁명의 길로 들어서는 게 맞다. 다만 건설이 건설을 위해 건설투자를 반대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복남 서울대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 <건설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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