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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에서 화합으로] 발주자-시공자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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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590회 작성일 20-10-1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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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공사 발주자들의 오랜 ‘갑질’ 관행이 개선될 수 있을까.

최근 정부의 제도적 지원으로 공공 발주기관들을 중심으로 한 관련 근절 대책이 시행됐고, 민간 발주자에 대한 제도 개선도 초읽기에 들어가고 있다. ‘발주자-원도급-하도급-근로자’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의 정상화를 위한 첫 단추라는 인식이 이제서야 자리잡는 모습이다.

건설업에서 발주자인 공공기관은 공정한 건설 문화 정착의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다. 그러나 예산 절감 및 업무효율을 이유로 부당한 원가산정이나 발주기관에 유리한 계약조건을 설정해 설계변경을 인정하지 않는 등의 불공정 행위가 만연해 왔다는 지적이다.

◇수주 위해 참아내는 ‘갑질’

공공 발주기관의 갑질에 대한 건설업계의 애로도 극에 달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전문건설업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공공 발주기관 공사의 불공정 사례로 인한 피해보상 미청구 이유’를 묻는 질문에 ‘발주자와의 관계 악화 또는 후속 수주 우려’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46.2%로 가장 많았다. 한 현장에서 발생한 갑질에 대해 항의한다면 향후 해당 기관 발주 공사 입찰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막연한 우려가 많다는 의미이다.

가장 많은 갑질 유형으로는 ‘부당한 공사 원가 산정’과 ‘설계변경 불인정 및 단가 부당 삭감 등’이 꼽혔다. 갑질 발주자를 묻는 질문에는 지방자치단체(52.9%)라고 답한 업체가 절반 이상이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자체 발주 공사의 경우 대부분 부족한 예산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탓에 일방적으로 시공사의 공사원가를 ‘후려치는’ 관행이 자리잡았다”면서 “지자체뿐 아니라 향후 지속적인 공사 수주를 해야 하는 시공사 입장에서는 이같은 발주기관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를 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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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설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공공발주기관 공사의 불공정행위로 인한 피해보상 여부’에 대한 답변 비율.

◇갑질에 청년 건설인도 떠나가

이러한 발주기관의 부당한 행태에 민간 건설사의 청년 엔지니어들도 질색하고 있다.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이 올해 5월 건설기술인을 대상으로 권리침해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1.6%가 부당한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발주기관을 부당한 요구를 한 주체로 꼽은 응답자는 과반(50.1%)에 달했다.

이 조사에서 역시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을 것 같아서’라는 읍답이 66.4%에 달했다. 건설기술인들은 계약업무 이외의 업무수행 요구(26.0%), 부당한 비용 및 책임 전가(24.6%) 등을 주로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지난해 말 기준 30대 건설기술인은 9만55명으로 2018년(9만7775명)보다 7.9%나 감소했다.

곽한성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발주자, 원도급, 하도급으로 이어지는 ‘갑을 관계’로 이뤄져 있어 건설기술인들이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실효성 확보를 위한 세부적 이행방안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정부는 2018년 7월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올해 2월과 6월 공공분야 갑질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 갑질 근절 추진 방안을 각각 마련했다. 국민권익위원회도 한국도로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대표적 공공 발주기관들의 사규 개선을 추진 중이다.

가장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대형 공공 발주기관인 LH다.

LH는 지난해 건설공사 하도급 및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전문가 33명을 자문단으로 위촉했다.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등 관련 기관들의 추천을 받아 선정된 전문가들은 개별자문과 자문위원회 등을 통해 건설공사 불법ㆍ불공정 하도급 근절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 ‘건설하도급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해 건설현장 내 불법ㆍ불공정 하도급 행위로 발생한 피해 등에 대해 전문 변호사가 법률지원 및 상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하도급 관련 지침의 개선사항을 발굴하고, 법률 개정을 건의하는 등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를 원천적으로 근절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민간공사 발주자의 행태 개선도 조금씩 이뤄지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부터 민간 건설현장의 체불 방지 강화를 위한 방안 마련에 본격 착수했다. 지난해 6월 공공 건설현장의 대금ㆍ임금 체불 방지를 위해 ‘공공발주자 임금직접지급제’를 시행한 것에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공공발주 공사와 같은 부당한 공사원가 산정 등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은 아니지만, 공사대금의 체불 방지부터 차근히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는 평가다.

 

권성중기자 kwon88@ <건설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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