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임금제’ 공식화…거센 후폭풍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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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752회 작성일 21-06-21 08:55본문
건설근로자에 발주기관이 정한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는 적정임금제가 공식화되면서 건설시장에 거센 후폭풍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적정임금제 적용 여부에 따른 근로자 역차별 가능성이 남아 있고, 적정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노사가 충돌할 여지가 적지 않아서다.
적정임금제 적용 일자리 확보를 둘러싸고선 노노 간 갈등이 불가피하고, 생산성이 낮은 미숙련·신규 근로자의 경우 일할 기회조차 얻지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대한건설협회(회장 김상수)를 비롯해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한국전기공사협회,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한국소방시설협회 등 건설 관련 6개 단체는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와 국토교통부 등이 내놓은 ‘건설공사 적정임금제 도입방안’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적정임금제는 오는 2023년부터 국가·지자체 300억원 이상 공사에서 직접노무비를 지급받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적정임금제 도입에 따라 다단계 생산구조로 인한 근로자의 임금 삭감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건설업계는 적정임금제가 크고 작은 부작용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했다.
우선 적정임금제는 300억원 이상 공공공사에 우선적으로 적용하고, 시행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는데, 이렇다보니 300억원 미만 공공공사와 민간공사 현장은 적정임금제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게 된다.
적정임금제를 적용받지 않는 현장의 경우 같은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을 받을 수밖에 없는 탓에 역차별 논란에 휩싸일 우려가 있는 것이다.
건설업계는 적정임금제로 인해 노사는 물론 노노 간 충돌과 갈등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임금직접지급제와 전자카드제 등을 활용해 실제 임금 정보를 수집하고, 직종별로 다수가 지급받는 임금 수준인 최빈값을 도출해 적정임금을 산정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적정임금 수준을 결정할 때마다 노사 간 이견차가 불보듯 뻔해 극심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건설업계의 관측이다.
노사 간 충돌이 자칫 파업 등으로 이어질 경우 심각한 사회적인 혼란과 경제적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또한 건설업계는 적정임금제가 적용되는 현장을 놓고선 이른바 ‘짭짤한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노노 간 갈등이 발생할 여지도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사정이 더욱 심각한 것은 적정임금제가 오히려 취약계층의 일자리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는 점이다.
적정임금제가 시행되면 건설업계는 생산성에 비해 높은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미숙련 근로자와 신규 근로자를 기피할 수밖에 없다.
결국 취약계층의 일자리는 사라지게 되고, 살아남은 숙련 근로자들은 어쩔 수 없이 강도 높은 업무에 시달리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적정임금제의 모델이 된 미국에서도 많은 주(州)가 적정임금제를 폐지하거나 축소 운영하고 있다.
실제 미시간주의 경우 적정임금제 무효소송으로 인해 적정임금제 적용이 중단된 30개월 동안 건설현장의 일자리가 1.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적정임금제는 늘어나는 노무비 부담을 고스란히 건설업계에 전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입찰제도 개선이 없는 한 공사비는 그대로인 상황에서 증가하는 노무비를 건설업계가 떠안게 되면 품질과 안전 확보에 빨간불이 켜지게 된다는 지적이다.
건협 관계자는 “건설근로자의 적정임금은 숙련도, 경력, 작업조건 등에 따라 사업주와 근로자 간 계약을 통해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며 “적정임금제 미적용현장의 근로자 역차별, 노사·노노 갈등, 미숙련·신규 근로자 고용 기피, 기업 부담 가중 등 부작용이 불가피한 만큼 적정임금제 도입은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남기자 knp@ <대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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