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철근 공급에 2개월...3~4월 20일 넘게 空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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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603회 작성일 21-05-17 09:38본문
공공 22.9일·민간 18.5일 중단
"철근·형강 부족 탓" 가장 많아
자재값 8% 상승, 거래가는 25% ↑
제강업계 감산 '가격통제' 시선도
# 5월이면 준공됐어야 할 대구도시철도 2호선 죽전역 서편 출입구 공사 기간이 오는 9월로 4개월 연기됐다. 이유는 철근을 구하지 못해서였다. 해당 현장에서 철근은 관급 지급대상 품목이다. 대구시는 현장에 필요한 철근을 지난 1월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신청했지만, 3월에서야 일부 지급됐다. 통상 7∼15일 안에 지급되어야 할 자재가 60일 넘게 들어오지 않았던 셈이다. 이웃한 1호선 하양연장선 사업 1공구 역시 3월에 신청한 철근을 아직 공급받지 못했다.
철강재를 중심으로 건설자재 수급 불안이 심화되며 3~4월 건설사들이 평균 20일 넘게 공사를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철근·형강 부족으로 인한 공정 중단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16일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가 대형 및 중견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3∼4월 중 주요자재 수급 불안에 따른 공사 중단 현황을 조사한 결과 59개 현장 중 공공현장 30곳이 평균 22.9일, 민간현장 29곳은 18.5일간 공사를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철근·형강이 부족해 공사를 진행하지 못한 현장은 무려 43곳에 달했다. 이어 PHC파일(9곳)과 레미콘(7곳)이 뒤를 이었다.
공사금액 1000억원대의 A현장은 철근 SD400을 구하지 못해 3~4월 중 무려 20일을 쉬었다. 이 현장의 1일 지체상금은 2000만원, 하루 고정비만 500만원에 달한다. 철근이 없어 두달 동안 6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본 셈이다.
1300억원 규모의 민간 현장 역시 철근 SD400을 구하지 못해 40일간 공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해당 현장의 1일 지체상금은 1억3300만원, 하루 고정비는 400만원이다.
지역 중소건설사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같은 기간 대한건설협회에 접수된 중소 현장의 피해사례를 분석한 결과 공공현장 10곳은 평균 32.1일, 민간현장 15곳은 평균 22.4일을 쉬었다.
56억원 규모의 현장에서는 두 달 중 50일을 일하지 못했다. 해당 현장은 SD300·400·500 부족으로 30~40일을 쉬었고, 이 가운데 형강 부족 문제까지 겹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17억원 규모의 현장에서도 철근 SD400이 부족해 42일을 일하지 못했다.
문제는 2개 현장 모두 철근과 형강이 관급자재 대상 품목이었다는 점이다. 조달청이 자재를 지급하지 못해 공사가 중단됐는데도 발주처는 건설사의 공기연장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형건설사의 한 임원은 “매주 경영진 회의 때마다 철근 수급 문제로 중단된 현장 보고가 수십건씩 올라온다”며 “공공·민간 관계없이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국토교통부와 조달청 등이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모습”이라고 토로했다.
◆ 원자재價 8% 오른 사이 거래가격 25% 올라
건설업계는 철근ㆍ형강 수급 불안의 원인을 제강업계의 ‘최적생산ㆍ최적판매’ 경영전략에 따른 생산량 제한으로 꼽고 있다.
국내 철근 생산량의 80%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대한제강, 한국철강, 환영철강, 한국제강 등 6개사가 책임지고 있다. 이들 제강사는 작년 3월 이후 생산량을 제한해 1분기 철근 시중 재고량(62만5000t)은 전년 같은 기간(78만t) 대비 80% 수준에 그치는 현황이다.
대한건설협회는 “2019년 대비 작년 건설공사 계약액은 15.2% 늘었는데 국내 철근 판매량은 작년 5.6%가 감소했고, 연평균 철근 재고량은 30.3%가 감소했다”며 “특히 작년 체결한 계약들이 올해 착공을 시작하며 수급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이 가운데 철근 가격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비상식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제강업계가 감산 전략을 통해 가격을 통제한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철강재 가격은 원자재인 철스크랩 가격 상승률을 훌쩍 뛰어넘는다. 올해 1월 국내 철스크랩 가격은 t당 40만8000원(중량A기준), 현재는 44만3000원으로 8%가 올랐다.
같은 기간 제강사와 건자회가 협의해 제시하는 철근 기준가격은 1월 71만5000원에서 현재 80만3000원으로 11% 인상, 제강사에 의해 일방적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H형강은 1월 83만원에서 110만원(17일 기준)으로 25%나 뛰어오른 상황이다. 원자재 가격 인상률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 자재 수급 대란을 진정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산 기업은 제한된 상황에 중국산 수입 규제에 막혀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된 상황을 일개 기업이 타개하기는 어려운 탓이다. 업계에서는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제강업계와 수요업계의 의견 차이를 좁히고 수입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견 건설사의 한 대표는 “5월을 기점으로 건설현장은 성수기에 접어들고 있는데 철근 및 형강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철강 최대 생산국인 중국이 철강수출 규제를 가하며 철근과 형강 수급 불안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철강재 수급불안이 이어지면 건설업체의 피해는 물론 국책사업 공기는 늘어나고 아파트 입주지연 사태가 빚어진다. 정부가 조속히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지희기자 jh606@ <대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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