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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法 “준공내역서, 하자판정 기준 삼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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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42회 작성일 24-06-1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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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아파트 하자소송에서 설계변경 내역이 반영되지 않은 ‘준공내역서’는 하자판정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4부(재판장 박사랑 부장판사)는 경기도 남양주시의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시공사인 B건설사를 상대로 낸 하자보수금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하면서 이 같이 밝혔다.

6개동 300여세대 규모인 A아파트는 2017년 4월 사용검사를 거쳐 입주가 시작됐다. 하지만 입주민들은 부실시공과 미시공ㆍ변경시공 등으로 균열과 누수 등 하자가 발생했다며 2021년 10월 18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나섰다.

특히 입주민 측은 재판 과정에서 “준공내역서는 준공도서에 포함돼 준공도면을 보충해 해석하는 기준이 된다”며 “준공내역서가 정한 두께 기준에 미달되거나 미시공된 액체방수ㆍ복합방수 공사는 모두 하자”라고 주장했다.

준공내역서는 공사를 마친 뒤 시공자가 사용검사 과정에서 제출하는 문서로, 공종별로 재료를 기재한 ‘수량산출서’를 토대로 시공 과정에서의 설계변경분을 포함해 소요된 공사비와 자재수량 등이 담겨 있다. 앞서 대법원이 2014년 ‘아파트 하자 여부는 원칙적으로 준공도면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놓은 이후 법원은 준공도면에 별도의 지시가 없다면 준공내역서를 기준으로 한 항목들을 하자에서 제외해왔다.

그런데 최근 여러 하급심 판결이 ‘준공내역서=수량산출서’로 보고, 준공내역서를 기준으로 산정된 하자보수비를 시공사의 책임으로 인정하는 것이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준공내역서와 수량산출서는 작성 단계나 방법, 형식 등이 명백하게 다를 뿐만 아니라, 설계도면이나 시방서에 기재되지 않은 내용이 준공내역서에 나와 있다는 이유로 시공사에 하자 책임을 묻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준공내역서가 아파트 방수 공사에 관한 하자판정 기준이 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시공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우선 재판부는 “준공내역서는 공사의 완료 단계에서 그때까지의 설계변경분을 모두 반영해 작성되는 성격상 ‘최종적인 설계변경 내용, 공사 범위와 내역’을 판단할 수 있는 유의미한 잣대가 되므로, 준공도면과 배치되지 않는 한 이를 보충해 해석하는 기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준공내역서가 실제로는 ‘착공내역서’에 해당돼 하자판정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착공도면을 기반으로 작성된 착공내역서도 설계변경이 이뤄지지 않은 채 공사를 마쳤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일정 범위에서는 하자판정 기준이 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착공내역서는 본질적으로 시공 과정에서 이뤄진 설계변경 내역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만큼 원칙적으로 하자판정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는 이유다.

재판부에 따르면 감정인도 준공내역서에 대해 “착공 당시 작성된 내역서를 수정하지 않은 채 FMS 통합관리시스템에 제출한 것으로, 준공도면과 수량 및 규격 등이 현저히 다르다”며 “준공도서와 맞지 않는 착공 당시의 내역서를 준공내역서라는 명칭으로 제출한 것은 명백히 잘못됐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특히 재판부는 “실제 건축 과정에서는 공사 특성이나 시공 현장의 여건을 감안해 대체시공 등 설계변경이 빈번하게 이뤄질 뿐만 아니라, 착공도면과 다른 내용의 준공도면이 실제 제출됐을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마지막으로 제출된 도면인 준공도면에 따라 하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아파트가 착공도면에서 지하주차장 최하층과 부속실 바닥, 지하 PIT 등에 액체방수 시공을 전제로 설계됐다가 준공도면에는 배수판 시공으로 변경된 점을 고려할 때 시공 과정에서 방수 공사에 관한 전반적인 설계변경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설계변경 내역이 반영되지 않은 준공내역서가 하자판정 기준이 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균열폭 0.3㎜ 미만 층간균열에 대한 보수 방법으로 표면처리 공법이 아닌 ‘충전식 공법’을 적용하고, 단지 내 조경수와 외부 석재 파손ㆍ오염 등의 하자를 인정하는 등 B사의 손해배상책임을 75%로 제한해 모두 6억여원을 하자보수비용으로 책정했다.

B사를 대리한 법무법인 화인의 민혁준 변호사는 “‘하자판정의 기준은 준공도면’이라는 명시적인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최근 많은 사건에서 준공내역서를 기준으로 한 원고 측 감정신청에 대해 감정인들이 기계적으로 준공내역서를 기준으로 하자 여부를 판단한 뒤 하자보수비를 산정하고, 법원도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모두 피고의 책임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면 이번 판결은 준공도면을 기준으로 작성돼야 하는 준공내역서의 본질을 고려해 시공 과정에서 이뤄진 설계변경 내역이 반영되지 않은 (준공)내역서가 원칙적으로 하자판정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대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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