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건 다른 배상, 건설사에 억지배상요구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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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산업관계연구소 댓글 0건 조회 1,514회 작성일 10-01-25 14:03본문
2009년 환경분쟁사건 총정리
건설사에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는 멀고도 가까운 존재다. 국내 대형건설사 중 조정위의 결정에 따라 피해배상을 책임 한 번 지지 않은 건설사가 없을 정도다.
작년 조정위로 접수된 사건은 모두 237건이다. 여기에 전년에서 이월된 174건까지 합치면 조정위가 작년 한 해 동안 처리한 사건은 모두 411건이다.
매년 발생하는 아파트 층간소음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배상부터 각종 동식물 가축ㆍ양식에 대한 손해보전 요구까지 2009년 한 해 동안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양각색 환경분쟁 사례를 총정리했다.
△같은 사건이라도 배상결정은 하늘과 땅 차이
건설현장을 향한 피해배상 요구 중 85%는 소음ㆍ진동 관련건이다.
매년 같은 사건이 수십건씩 반복되지만 그 사건들이 모두 같은 배상결정을 받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억대에 달하는 피해배상금을 받지만 대부분의 신청자는 신청을 기각당하거나 혹은 피해배상신청금액의 10% 도 받지 못한다.
#아파트 층간소음 피해
진해시에 위치한 A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거실에 앉아서도 옆집이 시청 중인 TV프로그램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TV를 시청하는 이웃집 사람들의 웃음소리까지 들릴 정도여서 김씨는 가족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늘 조심스럽다.
안양시에 위치한 B아파트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B아파트 주민들은 2003년 입주 후부터 층간 소음으로 인한 잦은 다툼에 시달려왔다. 윗집 아랫집 간의 싸움이 크게 번져 아랫집이 결국 이사를 하고야 마는 사건까지 발생했고, 50대의 가정주부는 신경쇠약을 호소할 정도였다.
결국 A아파트와 B아파트의 입주민들은 2009년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시공사에 피해배상을 요구했다. 이에 조정위가 현장조사를 진행한 결과 두 아파트 모두 현행 ‘주택건설기준’에 따른 공동주택 간 바닥충격음 한도 58 db(데시벨)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 사업승인시기가 관건…시행사도 배상책임
그러나 조정위의 배상판정 결과는 크게 달랐다.
A 아파트의 주민들은 시공사로부터 총 6억2255만원의 피해배상액을 받은 반면 B아파트 주민들의 신청은 기각됐다.
이유는 두 아파트의 사업승인시기에 있었다.
B아파트의 시공사인 C토건이 안양시장으로부터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것은 1999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주택건설기준등에 관한 규정’에 층간소음한도(58 db 이하) 항목이 포함된 것은 2003년이었다.
개정안은 “개정규정이 시행일(공포 1년 후) 이후에 사업계획 승인을 신청한 주택건설사업부터 이를 적용한다”고 적용시기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B아파트는 주택건설기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셈이다.
반면 A아파트의 시행사인 D건설은 2004년 4월 2일 사업승인을 받았다. 개정안 적용시점이 2004년 4월 22일이기 때문에 적용시점 이전에 사업승인을 받은 것이긴 하지만 법안 공포일 1년 후였기 때문에 D 건설에 배상책임이 있는 것으로 결정됐다.
다만 조정위는 D건설이 개정안 시행일 이전에 사업승인을 받은 점을 감안해 법이 규정한 배상액 ㎡당 4만4000원에서 50% 감액해주기로 했다.
이에 대해 시행사는 공사도급계약에 따라 시공사 측에 배상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조정위는 시행사와 시공사 모두에게 배상책임을 물었다.
△ 건설사에 억지 배상요구도 잇따라
매년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로 평균 200여건의 사건이 접수되지만 이중 평균 11%는 기각된다.
조정위 관계자는 “기각된 사건 중 대부분은 피해를 과장해 부풀렸기 때문이지만 일부 양식 및 과실재배업자는 아예 본인의 실수를 건설사에 뒤집어 씌워 피해배상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 미꾸라지 죽은 게 건설사 탓?
장흥군에서 미꾸라지 양식업을 하는 성모씨는 2006년 1월부터 시작된 송전선로 건설공사 중 발생하는 건설장비의 소음진동 탓에 미꾸라지가 폐사했다며 작년 초 시공사에 1억2000만원의 피해배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시공사 측은 “소음진동이 발생을 유발하는 굴착작업은 2006년 1월 중, 단 18일동안만 시행됐다”며 “굴착작업이 끝난 지 3년이나 지났는데 피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에 조정위가 수중소음 전문가를 고용해 현장 조사 외 유사실험을 실시한 결과 공사현장에서 발생하는 수중소음 레벨은 미꾸라지 양식에 피해를 주지 않는 수준인 것으로 판단됐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복진승 심사관은 “조사결과 미꾸라지의 폐사원인은 양식업자의 경험 미숙으로 인한 관리소홀에 있었다”고 말했다.
2005년 11월 미꾸라지 양식을 처음 시작했던 성씨는 다음해 3월 초까지 미꾸라지에게 사료를 한 번도 주지 않았을 만큼 양식장 관리에 미숙했다. 특히 수질관리에 소홀해 물이 매우 탁했으며, 출하를 위해 여름철임에도 미꾸라지를 좁은 공간에 모아놓았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복 심사관은 “신청인이 미꾸라지 폐사를 입증할 만한 어떠한 자료도 갖고 있지 않았다”며 “그 밖에 미꾸라지 피해를 주장한 이후 3년 이내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않은 점도 납득하기 어려워 신청을 기각했다”고 설명했다.
# 피해금액은 300만원인데 보상요구금액은 60억
경남 창원시에 거주하는 김씨 외 48명의 바지락 양식업자는 귀산-양곡간 도로공사장에서 유출된 토사가 귀산부락 앞바다로 유입돼 자연산 바지락이 집단폐사했다며 시공사에 60억7000만원의 배상금액을 요구했다.
바지락 폐사로 인한 단기적 피해 외에 바지락의 개체수가 정상회복될 때까지 감소한 수입의 보전금액을 합산한 결과다.
그러나 시공사 측은 “부유토사의 해상유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법적인 모든 조취를 취했다”며 “또한 공사 전 마을주민들에게 4000만원의 피해보상금액을 지불하고 공사 중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조정위가 2006년~2008년도 경상남도 바지락의 평균 판매단가를 고려해 피해액을 산정한 결과 피해금액은 약 3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결국 바지락 양식업자들의 피해배상신청은 기각됐다.
기각 결정에 대해 조정위 측은 “당사자 간에 서로 합의한 피해보상금 4000만원 범위가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시공사 측이 추가 배상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특히 관계전문가가 지역을 조사한 결과 바지락이 공사 시작 2년 전 대량폐사한 후 서식이 완전히 안정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바지락 폐사 원인이 시공사에 있다는 점도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최지희기자 jh606@
작년 조정위로 접수된 사건은 모두 237건이다. 여기에 전년에서 이월된 174건까지 합치면 조정위가 작년 한 해 동안 처리한 사건은 모두 411건이다.
매년 발생하는 아파트 층간소음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배상부터 각종 동식물 가축ㆍ양식에 대한 손해보전 요구까지 2009년 한 해 동안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양각색 환경분쟁 사례를 총정리했다.
△같은 사건이라도 배상결정은 하늘과 땅 차이
건설현장을 향한 피해배상 요구 중 85%는 소음ㆍ진동 관련건이다.
매년 같은 사건이 수십건씩 반복되지만 그 사건들이 모두 같은 배상결정을 받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억대에 달하는 피해배상금을 받지만 대부분의 신청자는 신청을 기각당하거나 혹은 피해배상신청금액의 10% 도 받지 못한다.
#아파트 층간소음 피해
진해시에 위치한 A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거실에 앉아서도 옆집이 시청 중인 TV프로그램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TV를 시청하는 이웃집 사람들의 웃음소리까지 들릴 정도여서 김씨는 가족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늘 조심스럽다.
안양시에 위치한 B아파트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B아파트 주민들은 2003년 입주 후부터 층간 소음으로 인한 잦은 다툼에 시달려왔다. 윗집 아랫집 간의 싸움이 크게 번져 아랫집이 결국 이사를 하고야 마는 사건까지 발생했고, 50대의 가정주부는 신경쇠약을 호소할 정도였다.
결국 A아파트와 B아파트의 입주민들은 2009년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시공사에 피해배상을 요구했다. 이에 조정위가 현장조사를 진행한 결과 두 아파트 모두 현행 ‘주택건설기준’에 따른 공동주택 간 바닥충격음 한도 58 db(데시벨)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 사업승인시기가 관건…시행사도 배상책임
그러나 조정위의 배상판정 결과는 크게 달랐다.
A 아파트의 주민들은 시공사로부터 총 6억2255만원의 피해배상액을 받은 반면 B아파트 주민들의 신청은 기각됐다.
이유는 두 아파트의 사업승인시기에 있었다.
B아파트의 시공사인 C토건이 안양시장으로부터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것은 1999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주택건설기준등에 관한 규정’에 층간소음한도(58 db 이하) 항목이 포함된 것은 2003년이었다.
개정안은 “개정규정이 시행일(공포 1년 후) 이후에 사업계획 승인을 신청한 주택건설사업부터 이를 적용한다”고 적용시기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B아파트는 주택건설기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셈이다.
반면 A아파트의 시행사인 D건설은 2004년 4월 2일 사업승인을 받았다. 개정안 적용시점이 2004년 4월 22일이기 때문에 적용시점 이전에 사업승인을 받은 것이긴 하지만 법안 공포일 1년 후였기 때문에 D 건설에 배상책임이 있는 것으로 결정됐다.
다만 조정위는 D건설이 개정안 시행일 이전에 사업승인을 받은 점을 감안해 법이 규정한 배상액 ㎡당 4만4000원에서 50% 감액해주기로 했다.
이에 대해 시행사는 공사도급계약에 따라 시공사 측에 배상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조정위는 시행사와 시공사 모두에게 배상책임을 물었다.
△ 건설사에 억지 배상요구도 잇따라
매년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로 평균 200여건의 사건이 접수되지만 이중 평균 11%는 기각된다.
조정위 관계자는 “기각된 사건 중 대부분은 피해를 과장해 부풀렸기 때문이지만 일부 양식 및 과실재배업자는 아예 본인의 실수를 건설사에 뒤집어 씌워 피해배상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 미꾸라지 죽은 게 건설사 탓?
장흥군에서 미꾸라지 양식업을 하는 성모씨는 2006년 1월부터 시작된 송전선로 건설공사 중 발생하는 건설장비의 소음진동 탓에 미꾸라지가 폐사했다며 작년 초 시공사에 1억2000만원의 피해배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시공사 측은 “소음진동이 발생을 유발하는 굴착작업은 2006년 1월 중, 단 18일동안만 시행됐다”며 “굴착작업이 끝난 지 3년이나 지났는데 피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에 조정위가 수중소음 전문가를 고용해 현장 조사 외 유사실험을 실시한 결과 공사현장에서 발생하는 수중소음 레벨은 미꾸라지 양식에 피해를 주지 않는 수준인 것으로 판단됐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복진승 심사관은 “조사결과 미꾸라지의 폐사원인은 양식업자의 경험 미숙으로 인한 관리소홀에 있었다”고 말했다.
2005년 11월 미꾸라지 양식을 처음 시작했던 성씨는 다음해 3월 초까지 미꾸라지에게 사료를 한 번도 주지 않았을 만큼 양식장 관리에 미숙했다. 특히 수질관리에 소홀해 물이 매우 탁했으며, 출하를 위해 여름철임에도 미꾸라지를 좁은 공간에 모아놓았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복 심사관은 “신청인이 미꾸라지 폐사를 입증할 만한 어떠한 자료도 갖고 있지 않았다”며 “그 밖에 미꾸라지 피해를 주장한 이후 3년 이내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않은 점도 납득하기 어려워 신청을 기각했다”고 설명했다.
# 피해금액은 300만원인데 보상요구금액은 60억
경남 창원시에 거주하는 김씨 외 48명의 바지락 양식업자는 귀산-양곡간 도로공사장에서 유출된 토사가 귀산부락 앞바다로 유입돼 자연산 바지락이 집단폐사했다며 시공사에 60억7000만원의 배상금액을 요구했다.
바지락 폐사로 인한 단기적 피해 외에 바지락의 개체수가 정상회복될 때까지 감소한 수입의 보전금액을 합산한 결과다.
그러나 시공사 측은 “부유토사의 해상유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법적인 모든 조취를 취했다”며 “또한 공사 전 마을주민들에게 4000만원의 피해보상금액을 지불하고 공사 중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조정위가 2006년~2008년도 경상남도 바지락의 평균 판매단가를 고려해 피해액을 산정한 결과 피해금액은 약 3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결국 바지락 양식업자들의 피해배상신청은 기각됐다.
기각 결정에 대해 조정위 측은 “당사자 간에 서로 합의한 피해보상금 4000만원 범위가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시공사 측이 추가 배상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특히 관계전문가가 지역을 조사한 결과 바지락이 공사 시작 2년 전 대량폐사한 후 서식이 완전히 안정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바지락 폐사 원인이 시공사에 있다는 점도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최지희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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