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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신울진 원전 입찰을 지켜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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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336회 작성일 10-03-1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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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서울 삼성동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에는 건설업계 관계자 수십여명이 몰려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른바 원전 르네상스의 주인공이 되기 위한 필수 프로젝트인 신울진 원전 1·2호기의 현장입찰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수주소식을 단 1초라도 빨리 접하기 위해 업계 관계자들은 저녁식사도 거른 채 초조하게 현장을 지켰다.

 개찰에 들어간지 3시간 만에 현대건설이 낙찰자로 선정됨에 따라 신울진 원전 입찰은 환호와 탄식이 교차하면서 막을 내렸다.

 사상 초유의 유찰사태를 빚으며 장장 1년을 끌어온 입찰에 종지부를 찍은 만큼 속이 후련하기도 하지만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이유는 뭘까.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신울진 원전 입찰은 국내 원전 입찰제도의 빈틈을 곳곳에서 드러냈다.

 지난해 6월 첫번째 개찰에서 입찰에 참여한 3개사 중 1개사가 의도적으로 유찰시킨다는 의혹이 일었다.

 한수원이 해당 업체에 즉각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유찰을 막을 수는 없었다.

 작년 10월 진행된 입찰에서도 한수원은 유찰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입찰금액 적정성심사 기준을 강화했지만 또다시 유찰은 되풀이되고 말았다.

 무려 4번의 입찰공고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신울진 원전의 입찰조건은 그야말로 누더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한수원의 땜질식 처방과 신울진 원전 수주에 사활을 걸었던 건설사의 합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건과 기전의 분리발주라는 최악의 시나리오 앞에서 겨우 주인을 찾긴 했지만 신고리 5·6호기와 신울진 3·4호기 등 원전의 추가 발주를 앞두고 입찰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불가피하게 됐다.

 이번 신울진 원전 입찰 과정의 옳고 그름을 떠나 원전 입찰제도가 이대로는 안된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오는 2030년까지 세계 원전시장 규모는 300기, 총 1000조원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자국의 원전 입찰 하나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나라에 품질과 안전이 가장 중요한 원전 건설을 믿고 맡길 국가는 없을 것이다.

 이르면 내년 시공사를 가리게 될 신고리 5·6호기 입찰에서는 신울진 1·2호기와 같은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박경남기자 k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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