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BIM, 아마존의 눈물 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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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448회 작성일 10-04-14 14:33본문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이 아마존의 눈물을 닦을 수 있을까?
허무맹랑한 얘기가 아니다. 인류는 실제로 100년 내에 BIM 건축에 고마워해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지난 2월 MBC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은 다큐 사상 최고 시청률인 20%를 돌파하며 화제 속에 막을 내렸다. 시청률 고공행진의 비결은 아마존의 원초적 에너지와 역동적 생명력을 사실감이 있게 담아낸 제작진의 집념 어린 투혼 덕이기도 했지만 가장 큰 비결은 ‘지구 온난화’라는 소재적 가치에 있었다.
이제 ‘지구 온난화’라는 이 다섯 글자는 전 세계 모든 인류의 화두가 됐다.
현재 지구의 온도는 100년 전과 비교해 0.8도 상승한 상태다. 2도 안으로 상승범위를 유지할 때 인류에게 아직 희망은 있다. 작년 12월 열린 코펜하겐 기후협약 총회에 참석한 169개 당사국은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일제히 발표했다. 이제 온실가스 감축에 인류 생존이 걸렸다. 앞으로 문제는 온실가스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선진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 정부는 ‘건물’을 지목했다.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한 건물은 가장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 방법이다. 그리고 이 그린빌딩은 바로 BIM에서 출발한다. 아마존의 눈물을 가장 빠른 속도로 닦아 줄 수 있는 손수건은 다름 아닌 BIM 이다.
◆ 왜 BIM 인가?
온실가스 감축의 해법은 '친환경 건축물'
기존 설계방식 에너지 효율성 측정 한계
공간정보 3D 구축...탄소배출까지 분석
런던 시티홀(London City Hall)은 2002년 개장 당시 독특한 건축설계와 에너지 효율성으로 세계 건축인의 주목을 받았다. 런던 시티홀의 형태는 에너지 효용성을 이유로 위로 올라갈수록 건물이 점점 좁아지는 계란형이다. 시공비용면에서 효율적이진 않았지만, 장기적인 건물의 에너지 소비구조를 고려한 설계였다.
탬즈 강가에 들어선 10층 높이의 건물은 같은 크기를 직사각형 건물로 세웠을 때보다 에너지를 25% 이상 적게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 개폐형 창문으로 낮에는 태양에너지를 흡수하고 밤에는 열기를 건물 안으로 머금었으며 지열과 자동 냉각시스템을 사용했다. 누가 봐도 런던 시티홀은 친환경 건물이었다.
그러나 2006년 영국 정부가 자체 건물 에너지효율인증서를 개발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1만8000개 공공건축물의 이산화탄소 배출 등급을 A~G까지 분류한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런던 시티홀은 최하에서 세 번째인 E등급을 받았으며 또 다른 친환경 건축물로 유명했던 왕립전쟁박물관은 G등급인 최하등급을 받았다. 친환경 건축물로 주목 받던 건축물들이 실제로는 에너지 과소비형 건물인 것으로 판명된 것이다. 실제로 1만8000개 건물 중 1% 미만인 22개 건물만이 A등급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
6500만 파운드를 투입해 노먼 포스터란 걸출한 건축가가 설계해 런던의 친환경성을 대표했던 런던 시티홀의 명성은 하루아침에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국제빌딩스마트협회의 대표인 데크 스미스는 “BIM을 통해 사전 빌딩 정보를 입력해 건물 공간의 에너지 효율성을 3차원적으로 파악했다면 런던 시티홀이 얼마나 에너지 효율성 면에서 취약한지 사전에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상식에 근거한 건축 설계만으로는 건물의 에너지 효율성을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는 얘기다.
서울 회현동 ‘스테이트 타워 남산’ 오피스 현장에 최첨단 3D 설계 기법을 도입하고, 이를 기반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BIM 센터’를 설치 운영 중인 쌍용건설의 이종상 건축기술부 차장 역시 이 부분에 동의한다.
그는 “2차원 캐드(CAD) 설계도면으로 건물의 에너지 효율성을 판단할 경우 방 하나하나의 실개념, 즉 천장 높이 등의 숫자를 모두 입력해야 하기 때문에 입력 범위가 커지고 방대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BIM을 사용할 경우 공간 정보가 한번에 프로그램에 3차원으로 구축되기 때문에 에너지사용 분석 및 조도 분석이 가능해 실질적인 에너지 사용 경로를 추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BIM은 건물의 뇌
국내외 BIM 전문가들은 “BIM은 친환경을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BIM은 기존 CAD 설계 단계에서 하나하나 입력해야 했던 수치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게 도와준다. 즉 어린아이에게 언어와 수학, 사회능력을 가르치면 새로운 정보가 유입되더라도 기존 정보와 통합해 사회생활을 해나가는 듯 건물도 초기정보만 입력해 놓으면 후에 어떠한 설계변경 및 상황이 변하더라도 건물이 지능적으로 대처해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 LEED(미국 친환경 건물 인증)를 획득하려는 국내 건설사들이 늘어나면서 그린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가운데 BIM의 존재는 건설사에 매우 매력적인 존재로 다가온다. 친환경 설계에 투입되는 긴 시간과 높은 비용 등의 문제를 BIM으로 해결 가능하기 때문이다.
BIM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오토데스크 프로그램은 ‘오토데스크 그린 빌딩 스튜디오’를 통해 웹 기반의 에너지 분석이 가능하다. 초기 디자인 단계에서 건물의 에너지 사용량과 탄소배출 평가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LEED 인증 획득이 훨씬 수월하다. 실제로 미국 그린빌딩협회는 LEED를 BIM 설계 당시 항목 값으로 입력해 인증을 자동으로 획득하게끔 유도하고 있다. 미국 내 발주하는 대규모 공공건물은 의무적으로 BIM 적용을 통해 LEED 획득을 기본으로 한다. 쌍용건설도 현재 BIM과 LEED를 접목시켜 한 건물 안에 두 가지 프로젝트 수행을 추진하고 있다. 그린빌딩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BIM과 LEED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실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쌍용건설 김석준 회장은 “BIM 설계는 아직 실용화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CAD 설계보다 20%가량 비용이 더 들어간다. 그러나 꼭 해야만 하는 투자였고 BIM과 LEED 실적은 쌍용의 앞으로 발판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 BIM가는 곳에 LEED(미국 친환경 건물 인증 제도) 간다
美 발주 프로젝트 50% 'BIM+LEED' 적용 의무화
왜 BIM을 얘기할 때 LEED가 함께 언급될까.
미국 조달청은 2003년부터 BIM을 통해 LEED를 획득하도록 장려하며 실제로 발주 프로젝트의 50%가 BIM과 LEED 적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건축설계사의 96%가 BIM을 사용 중이다.
BIM 프로그램 중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오토데스크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에린 호퍼는 “앞으로 BIM과 LEED는 하나의 패키지로 미국 건설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작년 BAU(온실가스 배출전망치) 대비 온실가스 30% 감축을 발표한 우리나라 정부도 최근 진행되는 국내 공공건물 발주 시 친환경 건물 조건에 부합할 것을 요구하는 추세다. LH의 경우 국내 최초로 전 공정 BIM 적용 프로젝트인 파주 운정3지구 현상설계를 공모하며 건물의 친환경성 검토를 필수항목으로 지시했다.
당시 현상설계에 참가해 최종 설계안으로 당선된 삼우종합건축은 BIM을 통해 대지 일사량이 가장 높아 에너지 사용 효율을 도모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단지를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희림종합건축 역시 서울대병원 지하복합진료공 프로젝트를 설계할 시 BIM 모델을 통해 에너지, 일조, 일영, 기류분석 등을 진행함으로써 ‘저에너지 환경친화적 건축물’을 계획했다.
쌍용건설은 서울 회현동에 건설 중인 주상복합건물에 BIM 설계를 전 공정에 적용하고 추후 LEED 인증 획득을 계획하고 있다.
◆ BIM 갈 길 멀다
전문인력 턱없이 적고 건설사 정보부족도 심각
BIM의 가장 큰 한계는 ‘이해 부족’이다. 실제로 BIM이 아무리 트렌드로 부각됐다 하더라도 아직 BIM에 대한 개념 정립조차 안 된 건설사도 많다.
실제로 국내 시공실적 5위 안에 드는 A사 관계자는 BIM 기술 적용 실적을 묻는 질문에 “BIM이 뭔지 모르겠다”고 답했고 B사 홍보팀 역시 BIM이라는 용어 자체를 낯설어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해외건설시장에 플랜트 위주로 진출하는 업체는 BIM에 대한 사내 공론화가 안 되어 있을 수 있다”며 “경영진이 BIM에 관심이 없거나 기술부 직원과 다른 파트 직원 사이에 의사소통이 안된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BIM 기술이 전문가들 사이에만 공유되는 고급내용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우건설 기술연구원 하태훈 박사는 “아직 BIM 개념이 발주처 및 건설사 내부에서 공론화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의 시장성을 판단해 대형 건설사 중심으로 BIM관련 인프라 투자가 화개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쌍용건설 역시 BIM이 사내 공론화 된 것은 작년부터다. 김석준 회장이 중동 건설프로젝트 입찰에 참가했을 당시 발주처가 PQ(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에서 BIM 실적을 요구했다. 김 회장은 “BIM 실적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BIM에 대한 개념도 생소한 상태였다”며 “신기술에 대한 경영진의 무지가 회사의 미래를 크게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등에서 식은 땀이 났다”고 토로했다.
BIM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현재 국내에는 BIM 전문 인력층도 턱없이 얇다. 이미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이 BIM을 프로젝트 발주 시 업체 참여 기본 자격으로 설정하고 있음에도 국내 건설사 내 전문 인력층이 부족하다는 점은 앞으로 국내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 시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쌍용건설 이종상 건축기술부 차장은 “IT 분야 BIM 전문인력은 있지만 기존 CAD 작업과 BIM을 동시 진행할 수 있는 현장형 전문 인력이 없어서 우리도 업무를 전폐하고 두달 동안 직원 5명에게 BIM 교육만 받도록 지시했다”며 “이렇게까지 해서 인력을 키우는 이유는 앞으로 이러한 현장형 멀티 전문가가 시장을 이끌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건설사의 BIM에 대한 초기 대응은 무척 늦은 편이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부 등 발주처가 추상적으로 친환경건물 시공을 강조할 뿐 국내 건설사가 BIM과 LEED 등의 실적을 쌓을 만한 테스트 베드를 제공하지 않는다”며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방법으로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킬 계획이라면 먼저 BIM과 LEED 획득 등을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지희기자 jh606@
허무맹랑한 얘기가 아니다. 인류는 실제로 100년 내에 BIM 건축에 고마워해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지난 2월 MBC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은 다큐 사상 최고 시청률인 20%를 돌파하며 화제 속에 막을 내렸다. 시청률 고공행진의 비결은 아마존의 원초적 에너지와 역동적 생명력을 사실감이 있게 담아낸 제작진의 집념 어린 투혼 덕이기도 했지만 가장 큰 비결은 ‘지구 온난화’라는 소재적 가치에 있었다.
이제 ‘지구 온난화’라는 이 다섯 글자는 전 세계 모든 인류의 화두가 됐다.
현재 지구의 온도는 100년 전과 비교해 0.8도 상승한 상태다. 2도 안으로 상승범위를 유지할 때 인류에게 아직 희망은 있다. 작년 12월 열린 코펜하겐 기후협약 총회에 참석한 169개 당사국은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일제히 발표했다. 이제 온실가스 감축에 인류 생존이 걸렸다. 앞으로 문제는 온실가스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선진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 정부는 ‘건물’을 지목했다.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한 건물은 가장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 방법이다. 그리고 이 그린빌딩은 바로 BIM에서 출발한다. 아마존의 눈물을 가장 빠른 속도로 닦아 줄 수 있는 손수건은 다름 아닌 BIM 이다.
◆ 왜 BIM 인가?
온실가스 감축의 해법은 '친환경 건축물'
기존 설계방식 에너지 효율성 측정 한계
공간정보 3D 구축...탄소배출까지 분석
런던 시티홀(London City Hall)은 2002년 개장 당시 독특한 건축설계와 에너지 효율성으로 세계 건축인의 주목을 받았다. 런던 시티홀의 형태는 에너지 효용성을 이유로 위로 올라갈수록 건물이 점점 좁아지는 계란형이다. 시공비용면에서 효율적이진 않았지만, 장기적인 건물의 에너지 소비구조를 고려한 설계였다.
탬즈 강가에 들어선 10층 높이의 건물은 같은 크기를 직사각형 건물로 세웠을 때보다 에너지를 25% 이상 적게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 개폐형 창문으로 낮에는 태양에너지를 흡수하고 밤에는 열기를 건물 안으로 머금었으며 지열과 자동 냉각시스템을 사용했다. 누가 봐도 런던 시티홀은 친환경 건물이었다.
그러나 2006년 영국 정부가 자체 건물 에너지효율인증서를 개발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1만8000개 공공건축물의 이산화탄소 배출 등급을 A~G까지 분류한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런던 시티홀은 최하에서 세 번째인 E등급을 받았으며 또 다른 친환경 건축물로 유명했던 왕립전쟁박물관은 G등급인 최하등급을 받았다. 친환경 건축물로 주목 받던 건축물들이 실제로는 에너지 과소비형 건물인 것으로 판명된 것이다. 실제로 1만8000개 건물 중 1% 미만인 22개 건물만이 A등급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
6500만 파운드를 투입해 노먼 포스터란 걸출한 건축가가 설계해 런던의 친환경성을 대표했던 런던 시티홀의 명성은 하루아침에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국제빌딩스마트협회의 대표인 데크 스미스는 “BIM을 통해 사전 빌딩 정보를 입력해 건물 공간의 에너지 효율성을 3차원적으로 파악했다면 런던 시티홀이 얼마나 에너지 효율성 면에서 취약한지 사전에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상식에 근거한 건축 설계만으로는 건물의 에너지 효율성을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는 얘기다.
서울 회현동 ‘스테이트 타워 남산’ 오피스 현장에 최첨단 3D 설계 기법을 도입하고, 이를 기반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BIM 센터’를 설치 운영 중인 쌍용건설의 이종상 건축기술부 차장 역시 이 부분에 동의한다.
그는 “2차원 캐드(CAD) 설계도면으로 건물의 에너지 효율성을 판단할 경우 방 하나하나의 실개념, 즉 천장 높이 등의 숫자를 모두 입력해야 하기 때문에 입력 범위가 커지고 방대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BIM을 사용할 경우 공간 정보가 한번에 프로그램에 3차원으로 구축되기 때문에 에너지사용 분석 및 조도 분석이 가능해 실질적인 에너지 사용 경로를 추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BIM은 건물의 뇌
국내외 BIM 전문가들은 “BIM은 친환경을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BIM은 기존 CAD 설계 단계에서 하나하나 입력해야 했던 수치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게 도와준다. 즉 어린아이에게 언어와 수학, 사회능력을 가르치면 새로운 정보가 유입되더라도 기존 정보와 통합해 사회생활을 해나가는 듯 건물도 초기정보만 입력해 놓으면 후에 어떠한 설계변경 및 상황이 변하더라도 건물이 지능적으로 대처해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 LEED(미국 친환경 건물 인증)를 획득하려는 국내 건설사들이 늘어나면서 그린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가운데 BIM의 존재는 건설사에 매우 매력적인 존재로 다가온다. 친환경 설계에 투입되는 긴 시간과 높은 비용 등의 문제를 BIM으로 해결 가능하기 때문이다.
BIM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오토데스크 프로그램은 ‘오토데스크 그린 빌딩 스튜디오’를 통해 웹 기반의 에너지 분석이 가능하다. 초기 디자인 단계에서 건물의 에너지 사용량과 탄소배출 평가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LEED 인증 획득이 훨씬 수월하다. 실제로 미국 그린빌딩협회는 LEED를 BIM 설계 당시 항목 값으로 입력해 인증을 자동으로 획득하게끔 유도하고 있다. 미국 내 발주하는 대규모 공공건물은 의무적으로 BIM 적용을 통해 LEED 획득을 기본으로 한다. 쌍용건설도 현재 BIM과 LEED를 접목시켜 한 건물 안에 두 가지 프로젝트 수행을 추진하고 있다. 그린빌딩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BIM과 LEED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실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쌍용건설 김석준 회장은 “BIM 설계는 아직 실용화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CAD 설계보다 20%가량 비용이 더 들어간다. 그러나 꼭 해야만 하는 투자였고 BIM과 LEED 실적은 쌍용의 앞으로 발판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 BIM가는 곳에 LEED(미국 친환경 건물 인증 제도) 간다
美 발주 프로젝트 50% 'BIM+LEED' 적용 의무화
왜 BIM을 얘기할 때 LEED가 함께 언급될까.
미국 조달청은 2003년부터 BIM을 통해 LEED를 획득하도록 장려하며 실제로 발주 프로젝트의 50%가 BIM과 LEED 적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건축설계사의 96%가 BIM을 사용 중이다.
BIM 프로그램 중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오토데스크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에린 호퍼는 “앞으로 BIM과 LEED는 하나의 패키지로 미국 건설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작년 BAU(온실가스 배출전망치) 대비 온실가스 30% 감축을 발표한 우리나라 정부도 최근 진행되는 국내 공공건물 발주 시 친환경 건물 조건에 부합할 것을 요구하는 추세다. LH의 경우 국내 최초로 전 공정 BIM 적용 프로젝트인 파주 운정3지구 현상설계를 공모하며 건물의 친환경성 검토를 필수항목으로 지시했다.
당시 현상설계에 참가해 최종 설계안으로 당선된 삼우종합건축은 BIM을 통해 대지 일사량이 가장 높아 에너지 사용 효율을 도모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단지를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희림종합건축 역시 서울대병원 지하복합진료공 프로젝트를 설계할 시 BIM 모델을 통해 에너지, 일조, 일영, 기류분석 등을 진행함으로써 ‘저에너지 환경친화적 건축물’을 계획했다.
쌍용건설은 서울 회현동에 건설 중인 주상복합건물에 BIM 설계를 전 공정에 적용하고 추후 LEED 인증 획득을 계획하고 있다.
◆ BIM 갈 길 멀다
전문인력 턱없이 적고 건설사 정보부족도 심각
BIM의 가장 큰 한계는 ‘이해 부족’이다. 실제로 BIM이 아무리 트렌드로 부각됐다 하더라도 아직 BIM에 대한 개념 정립조차 안 된 건설사도 많다.
실제로 국내 시공실적 5위 안에 드는 A사 관계자는 BIM 기술 적용 실적을 묻는 질문에 “BIM이 뭔지 모르겠다”고 답했고 B사 홍보팀 역시 BIM이라는 용어 자체를 낯설어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해외건설시장에 플랜트 위주로 진출하는 업체는 BIM에 대한 사내 공론화가 안 되어 있을 수 있다”며 “경영진이 BIM에 관심이 없거나 기술부 직원과 다른 파트 직원 사이에 의사소통이 안된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BIM 기술이 전문가들 사이에만 공유되는 고급내용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우건설 기술연구원 하태훈 박사는 “아직 BIM 개념이 발주처 및 건설사 내부에서 공론화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의 시장성을 판단해 대형 건설사 중심으로 BIM관련 인프라 투자가 화개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쌍용건설 역시 BIM이 사내 공론화 된 것은 작년부터다. 김석준 회장이 중동 건설프로젝트 입찰에 참가했을 당시 발주처가 PQ(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에서 BIM 실적을 요구했다. 김 회장은 “BIM 실적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BIM에 대한 개념도 생소한 상태였다”며 “신기술에 대한 경영진의 무지가 회사의 미래를 크게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등에서 식은 땀이 났다”고 토로했다.
BIM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현재 국내에는 BIM 전문 인력층도 턱없이 얇다. 이미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이 BIM을 프로젝트 발주 시 업체 참여 기본 자격으로 설정하고 있음에도 국내 건설사 내 전문 인력층이 부족하다는 점은 앞으로 국내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 시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쌍용건설 이종상 건축기술부 차장은 “IT 분야 BIM 전문인력은 있지만 기존 CAD 작업과 BIM을 동시 진행할 수 있는 현장형 전문 인력이 없어서 우리도 업무를 전폐하고 두달 동안 직원 5명에게 BIM 교육만 받도록 지시했다”며 “이렇게까지 해서 인력을 키우는 이유는 앞으로 이러한 현장형 멀티 전문가가 시장을 이끌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건설사의 BIM에 대한 초기 대응은 무척 늦은 편이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부 등 발주처가 추상적으로 친환경건물 시공을 강조할 뿐 국내 건설사가 BIM과 LEED 등의 실적을 쌓을 만한 테스트 베드를 제공하지 않는다”며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방법으로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킬 계획이라면 먼저 BIM과 LEED 획득 등을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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