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건설산업의 치즈는 누가 옮겼나
페이지 정보
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422회 작성일 10-05-13 09:20본문
박봉식 정경팀장
그러나 유독 건설은 한겨울이다. 계절은 이미 초여름 소리를 내는데 건설은 봄내음조차 맡지 못하고 있다. 중견건설업체들이 잇따라 쓰러지면서 임직원들과 그 가족들은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중소건설업체 232개사가 부도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그럴 듯한 이유를 단 ‘6월 위기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건설인들의 마음을 옥죄고 있다. 경제는 성장을 위한 물이 오르고 있지만 건설은 바짝바짝 말라가는 모양새다.
건설도 언뜻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부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재정투자를 늘리면서 경기회복의 선봉에 서는 듯했다. 그러나 정작 지금의 건설은 경제의 발목을 잡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사태가 여기까지 온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문득 심리학과 의학을 전공한 미국의 스펜서 존슨이 쓴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책이 떠오른다. 2000년에 국내에서도 출간된 우화 형태의 책으로 전 세계에서 수천만 권이 팔렸다.
내용은 이렇다. 생쥐 스니프와 스커리, 꼬마인간 헴과 허는 미로을 열심히 뛰어다니다 치즈가 가득 찬 창고 ‘C’를 발견한다. 생쥐들은 치즈창고를 발견한 후에도 매일 아침 창고에 가서 어제와 다른 변화가 있는지 확인했다. 하지만 꼬마인간들은 창고의 치즈가 평생 먹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치즈를 즐기는 데만 열중했다. 운동화도 슬리퍼로 갈아신었다. 그러던 어느날 창고의 치즈가 사라졌다. 생쥐들은 놀라지 않았다. 창고의 치즈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생쥐들은 미로 속으로 새로운 치즈를 찾아 나서 새 창고 ‘N’을 발견한다.
반면 꼬마 인간들은 신세 한탄만 하고 있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어떻게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 사태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던 둘은 갈등이 생겼고, 결국 헤어졌다. 허는 새로운 치즈를 찾아 떠났지만 허는 계속 치즈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한다. 허는 미로 속을 헤맨 끝에 마침내 새 치즈 창고 ‘N’을 찾아낸다. 그러나 헴은 여전히 운동화도 신지 않고 창고 주변을 맴돌며 “새로운 치즈가 있다”는 말에도 “다른 치즈는 필요없어. 옛날 치즈가 좋아. 여기서 버티면 옛날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라는 말만 되뇐다.
치즈는 희망이나 소망 등을 망라한 개념이다. 기업에는 사업 아이템이 될 수도 있다. 공통점은 자기가 찾는 치즈를 얻으면 집착하고 안주하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치즈가 옮겨진 것은 변화가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변화는 치즈를 계속 옮겨놓는다. 변화를 깨닫고 도전에 나선 두 생쥐와 허에게는 새로운 치즈창고가 기다리고 있었지만 과거에 집착한 헴에게는 굶주림뿐이었다. 건설은 시련의 계절이다. 힘겹지만 남의 탓만 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새 치즈를 찾아야 한다. 스펜서의 말을 한번 더 곱씹어 보자.“사람들은 흔히 변화가 우리에게 낯설다는 이유로 그 자체를 거부한다. 또 변화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위험하다는 핑계를 대며 마지막 순간까지 수용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나 생각이 바뀌면 행동도 바뀌게 되고 이 모든 것은 생각하기에 달려 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