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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어느 발주처 관계자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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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221회 작성일 10-05-0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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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 발주처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지난해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으로 발주한 공사가 자재 분리발주를 요구하는 중소기업의 법적 소송 제기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수준 높은 기술력과 고품질의 성능이 요구되는 시설인 만큼 하자가 발생할 경우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리기 위해 턴키 방식을 적용했는데 자재를 분리발주하게 되면 턴키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은 물론 품질도 보장할 수 없게 된다고 그는 강조했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재정을 투입해 놓고 일정 수준의 품질을 확보하지 못한 채 그 책임조차 물을 수 없게 된다면 사업을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것이다.

 설사 중소기업 측의 요구대로 자재 분리발주를 검토한다고 하더라도 실시설계의 윤곽도 드러나지 않아 자재 분리발주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법적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해 줄 법원도 중소기업이 약자라는 이유를 들어 자재 분리발주를 재고해 줄 것을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자재 분리발주를 둘러싼 부작용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중소기업이나 제조업을 보호하자는 명분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건설산업 생산체계에 대해 이해하고 난 뒤에 발주처와 건설사, 중소기업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선에서 자재 분리발주를 논하자는 것이다.

 특히 최저가낙찰제나 적격심사가 적용되는 공사와 달리 턴키공사는 사정이 크게 다르다.

 고품질의 성능이 요구되는 공사에서 품질이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발주처는 해당 업체에 모든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설계와 구매, 시공을 일괄적으로 수행하는 만큼 책임소재 파악도 정확하고 신속한 대처 또한 가능하다.

 그러나 턴키공사에서 자재를 분리발주하게 되면 하자가 발생했을 때 잘잘못을 가리기 어려워진다.

 시공사와 중소기업 측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할 게 불보듯 뻔하고 발주처는 이들 사이에서 책임을 가려내느라 진땀을 뺄 수밖에 없다.

 국민의 혈세를 들여 시설을 지어 놓고 불분명한 책임 논란 탓에 시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우려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중소기업의 업역을 보호하되 책임소재를 확실하게 구분해야 하는 공사에서만큼은 예외를 인정하는 융통성이 필요하다.

 박경남기자 k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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